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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소중한 ‘너’ … 알코올중독보다 무서운 인간중독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1-15 18:06:32
  • 수정 2023-03-19 19: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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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인관계에 의존·집착, 의존성 인격장애로 악화 … 유년기 과잉보호·학대·방임 원인
관계중독을 극복하려면 나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고독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게 중요하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대인관계에서 좌절감이나 아픔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간혹 타인에게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의존해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관계중독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엔 몰두하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쉽게 상처받고, 주변에 친밀한 사람이 없으면 불안해하며,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남에게 불편과 부담을 준다. 유난히 한 사람에게만 집착해 구속하고 소유하러 들거나, 반대로 사람을 계속 바꿔가며 관계를 이어가기도 한다.

의존적인 행동이 아예 성격으로 굳어지면서 만성화되면 의존성 인격장애(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로 진단한다. 인간에 대한 중독은 또다른 중독을 부른다. 의존과 집착의 결과물로 우울감과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술과 담배에 의지하게 되고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관계중독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정서적인 충격과 관계 결핍으로 발생할 수 있다. 서태연 삼육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과잉보호 또는 학대를 받거나, 버림받은 경험이 있으면 자아정체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자존감이 한없이 낮아진다”며 “이럴 경우 유일한 안식처는 다른 사람과의 온화한 관계뿐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전으로 관계중독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족주의, 공동체의식을 중요시하는 한국의 사회·문화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 과장은 “작은 공동체인 가족에서부터 부모는 자녀를 한 개인으로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작은 자아’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는 성장기 발달 과정에 악영향을 줘 자녀가 부모에게 의지하고 성인이 된 뒤에는 타인과의 관계에 집착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에 따르면 △애인이나 남편에게 이용당하는 걸 알면서 떠나지 못함 △늘 ‘이 사람도 날 떠나갈거야’라고 생각함 △혼자 있으면 마음에 구멍 뚫린 것처럼 외로움이 심하게 밀려옴 △난 사랑스럽거나 가치있지 않다고 생각함 △칭찬이나 선물을 받으면 불편함 △남의 부탁을 거절하면 죄책감에 시달림 △기쁨 슬픔 사랑의 감정 표현이 어려움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불안함 등 8개 항목에 모두 해당되면 관계중독을 의심해보고 치료받는 게 바람직하다.

관계중독을 극복하려면 나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고독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게 중요하다. 서 과장은 “타인과의 관계는 나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니다”며 “혼자라는 사실이 두려워 관계에 억지로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혼자만의 고독은 스스로 성찰하고 성장하는 기회를 주는 중요한 시간”이라며 “고독을 즐길 수 있어야 관계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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