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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임신하면 충치 잘걸리는 이유 … 여성호르몬 늘어나 잇몸 약해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1-10 07:18:53
  • 수정 2020-09-13 16: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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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 분비량 줄고 입덧으로 구강 산도 높아져 세균 번식 … 치과검진 임신 4~6개월 바람직
임신 기간엔 식욕이 왕성해지면서 침이 더 끈적해져 양치질을 해도 음식물찌거기와 플라그가 남기 쉽기 때문에 치주질환에 더 자주 노출된다.
임신 4개월 째인 주모 씨(33)는 몇년 전 단골 미용사가 우스갯소리로 했던 “애기 하나 낳을 때마다 이가 하나씩 없어져요”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당시엔 웃고 넘겼는데 막상 임신하고 나니 잇몸이 자주 붓고 양치질 중 피가 나는 일도 잦았다. 평소엔 벌써 치과로 달려갔겠지만 치과치료가 아기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치통을 참고 있다. 며칠 전부터는 아무 문제가 없던 사랑니까지 아파오기 시작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임신 중인 여성은 급격한 호르몬 변화로 치아 건강을 망치는 쉽다. 임신 외에도 여성은 생리나 폐경기 등으로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증할 경우 잇몸이 약해지면서 쉽게 붓고 구강 내에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균(Streptococcus mutans) 등 충치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박준범 서울성모병원 치주과 교수는 “여성이 임신하면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양이 증가하면서 잇몸 혈관벽이 얇아진다”며 “이 상태에서 치아에 조금이라도 플라그나 치석이 남거나 세균이 침입하면 잇몸이 자극을 받아 염증이 생기고 색이 암적색으로 변하면서 부종과 출혈이 동반되는 임신성 치은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 기간엔 식욕이 왕성해지면서 침이 더 끈적해져 양치질을 해도 음식물찌거기와 플라그가 남기 쉽기 때문에 치주질환에 더 자주 노출된다”고 강조했다.

충치로 불리는 치주질환은 치아 주변의 잇몸, 잇몸인대, 치조골 등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치아 주위 조직이 바람든 것처럼 붓고 피가 난다고 해서 ‘풍치’라고도 한다. 증상 정도에 따라 치은염과 치주염으로 구분된다. 치은염은 치료가 비교적 쉽고 회복도 빠르지만 치주염은 잇몸에서 뼈까지 염증이 퍼지고 심할 경우 골소실까지 일어나 치아를 발치해야 한다.

임신성치은염은 잇몸이 더 빨갛게 부어오르고 빛이 나면서 표면이 매끄러운 게 특징이다. 치아 사이의 잇몸인 치간 치은에서 증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부기가 심해지면 이가 일시적으로 흔들리고 잇몸이 점차 커지는 것처럼 보인다. 임신 3개월부터 증상이 시작돼 8개월째를 고비로 완화되고 출산 후엔 부종과 출혈이 서서히 사라지지만 간혹 임신 말기가 될수록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임신성치은염은 염증물질 중 하나인 프로스타글란딘의 분비를 촉진하고 면역반응과 자궁수축반응을 일으켜 조산을 초래할 수도 있다.

산모의 오랜 수면시간도 치아 건강에 좋지 않다. 임신하면 정상인보다 쉽게 피로해져 잠을 오래 자는 편이다. 수면 중엔 침 분비량이 줄어 구강 내 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또 임산부는 체온이 상승한 데다 입덧에 따른 구토로 입 안 산도가 높아지면서 치아가 부식돼 충치균이 번식하기 쉽다. 정상적인 구강내 산도는 pH5.5로 약산성인 반면 위액은 pH2로 강한 산성이다. 입덧으로 나온 위액의 강산이 치아에 닿으면 탈회가 일어난다. 탈회는 치아를 구성하는 무기질, 칼슘, 인 등이 산에 의해 녹아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입덧은 치아 건강 외에도 산모에게 여러 건강상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구토 증상이 심하면 탈수, 식도점막이 손상돼 출혈이 나타나는 말로리·와이스증후군(Mallory-Weiss Syndrome), 전해질 결핍 등을 유발한다. 전해질 결핍은 심하면 산모의 심장마비, 의식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산모의 잇몸병은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한 해외 연구결과 잇몸병을 가진 임신부일수록 조산(임신 37주 전 출산)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체중아 출산율도 잇몸병이 있는 산모가 그렇지 않은 산모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증이 가라앉지 않고 잇몸에서 계속 피가 난다면 임신 중에도 스케일링을 받아야 한다.

꼭 임산부가 아니더라도 여성은 생리 및 임신, 폐경기 등을 거치면서 호르몬이 남성보다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에 치아건강에 더 신경써야 한다. 폐경기 여성은 치조골 소실율이 3배, 치아와 뼈구조 사이의 연부조직 소실율이 2.5배 정도 늘어난다.

특히 생리불순이 있는 여성은 치주염 발생 위험이 급증한다. 박 교수는 “생리불순이 계속되면 염증반응을 심화시키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젠이 증가하면서 치주질환이 악화되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생리불순 여성은 일반 여성보다 치주질환에 걸릴 위험이 평균 1.764배 높고 생리불순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임기 여성은 가급적 임신 이전에 치과치료를 받는 게 좋다. 진세식 유디치과 강남점 대표원장은 “임신 중에는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 탓에 혈압이 올라가거나 자궁수축이 일어날 수 있어 치과치료가 제한적”이라며 “임신계획이 있다면 미리 치아의 상태를 전반적으로 체크한 뒤 치료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임신 중엔 국소마취제, 진통제, 항생제 등 약물 사용이 제한된다. 발치나 임플란트 등 통증이 심한 치료 시 사용할 때 국소마취제와 병용하는 ‘에피네프린’(혈관을 수축시켜 마취제 효과를 극대화)은 과량 사용하면 혈압상승 등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는 주장과 무해하다는 주장이 팽팽이 맞서고 있다. 치료 과정에서 산모가 느끼는 통증과 정신적 충격도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진 원장은 “임신 1기에 해당하는 1~3개월은 아기의 장기가 만들어지는 시기이고, 말기의 한두 달은 조산 위험이 있어 치과치료가 권장되지 않는다”며 “부득이 치과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안정기로 접어드는 임신 4∼6개월 사이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임산부는 탄수화물보다는 고단백 음식을 먹고, 간식을 먹은 뒤에는 곧바로 양치질하는 게 바람직하다. 치약 양을 가급적 적게 해 양치시 구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입덧이 심해 치약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난다면 치약 없이 깨끗한 물로 칫솔만 사용해 양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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