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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사 수 OECD 꼴찌? … 의료계 “진료과별 편차 해소가 먼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1-03 09:57:56
  • 수정 2021-06-13 19: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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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계오류 지적도, 34개국 중 20개국만 자료 제출 … 치과의사 공급과잉 심각, 비뇨기과는 소멸 위기
OECD 통계에 따르면 국내 치과의사 수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10.8%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OECD 평균인 1.3%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국내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라는 통계결과가 나오면서 몇 년째 이어진 의사인력 수급 문제가 재차 불거지고 있다. 보건당국과 정계는 향후 몇 년 안에 의사 수가 더욱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의사인력 증원을 주장하는 반면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오히려 의사가 과잉 공급되고 있다며 반박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OECD 국가의 의사 수 비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2명으로 OECD 28개 회원국(전체 회원국은 34개국) 중 멕시코와 함께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 평균은 3.3명으로 오스트리아가 5.1명으로 가장 많았고 노르웨이 4.4명, 독일·스웨덴·스위스 4.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 통계엔 의사 수에 한의사까지 포함되면서 의사인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실제로 보건복지가 한의사를 제외한 ‘시·도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1.89명으로 OECD 통계보다 더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의료인력 증원을 강조해 온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국내 활동 의사 수는 수요에 비해 20% 부족해 의대 정원을 현재 2500여명에서 최소 3600명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며 “2020년이 되면 국내 의사 수는 적정 수준보다 최소 3만4000명, 최대 16만1114명이 부족한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관계자도 “현재 의사면허 소지자의 취업률은 99%에 달하는데 의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올해 초 논의된 국립보건대 등 의대 증설엔 대부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 교수는 “국내 의대 수는 41개로 인구 대비 많은 상황이어서 더 늘릴 필요는 없고 기존 의대의 정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남인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면 먼저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와 공공의료기관의 공공의사부터 우선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단순히 인구 몇 명당 의사 수를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의사 수 증가 속도가 빨라 인력 과잉공급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C대 비뇨기과 교수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같은 단순통계만 보면 마치 국내 의사 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모자란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진짜 문제는 환자의 수도권 집중현상, 지역별 의료인력 편차, 낮은 의료수가 등 시스템 전반에 있기 때문에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의협 관계자도 “2010년 국내 활동 의사 수는 2005년 대비 25%를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6.9% 증가율을 기록해 한국의 의사인력 증가 속도가 빠른 것을 알 수 있다”며 “현재 국내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25년엔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별 또는 전문과목별 수급을 해소하기 위해 무작정 의대 정원을 늘리는 등의 방법은 적절한 정책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료인력 관련 OECD 통계 자체가 오류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OECD 34개국 중 활동 의사 수 등 의료인력 자료를 제출한 국가는 20개국에 불과하다”며 “자료를 제출한 국가의 자료만으로 산출된 평균치는 대표성이 떨어지므로 이를 기준으로 국내 의사 수가 모자란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의사의 과잉공급을 주장하는 측에선 1990년대 무분별한 의대 신설 및 정원 증원 정책에 따른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확한 수요 예측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부실 의대 난립, 의학교육 및 의료서비스 질 저하, 국민의료비 증가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의사인력의 절대적 수요가 아닌 전문 진료과별 쏠림 현상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장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게 치과와 비뇨기과다. 치과계 관계자는 “OECD 통계에 따르면 국내 치과의사 수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10.8%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이는 OECD 평균인 1.3%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라며 “이미 배출된 치과의사가 많아 극심한 경쟁과 과잉진료 논란이 끊이질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치과는 비급여진료 과목이 상대적으로 많아 병원 운영이 쉽고, 술기 자체도 다른 진료과에 비해 어렵지 않은 데다 내원 연령층이 노년층부터 영유아까지 폭넓어 환자가 끊길 염려가 없다는 점 등이 치과의사 과잉공급의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치대 및 치의학전문대학원은 총 11곳으로 입학정원은 750명이다. 여기에 정원 외 입학 및 외국 치대 출신자, 과년도 불합격자를 포함하면 매년 800여명이 치과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이에 치과계 곳곳에서 장기적으로 치대 및 치의학전문대학원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반대로 비뇨기과는 개원가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전공의 지원율이 꾸준히 줄었으며, 몇 년안에 진료과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뇨기과학회는 “비뇨기과 전공의 확보율은 2010년 82.6%에서 2011년 54.9%, 2012년 47%, 2013년 44.8%, 2014년 25.3%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이처럼 전공의 확보율이 50%도 채 안되는 상황이 6~8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의사인력이 과잉이거나 부족한 경우 모두 국가적인 자원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며 “적정 인력수급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와 근거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과제로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등이 모두 참여하는 투명한 논의기구를 설립하고 국내 현실에 인력수급 정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논의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게 인력 총량과 의사 분포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혼선”이라며 “의사인력의 수도권 집중 등 지역 불균형 문제는 의대 증설 등 총량 정책으로 풀기보다는 공공의료 분야 투자와 의료인력 배치에 대한 정책적 고민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의사들의 개인당 진료시간이 너무 길어 실제는 의사 수가 더 많이 필요한 데도 부족하지 않아 보이는 착시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개원의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장시간 환자를 진료하고, 일부 대학병원 등 국공립병원 의사들은 연구 및 교육 외에 진료에 혹사되는 경향이 커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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