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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만드는 안정감, ‘ASMR’ 인기 비결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6-10-24 19:28:33
  • 수정 2020-09-13 16: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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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조로운 소리, 뇌파 느려지며 숙면 유도 … 아직은 연구부족, ‘수면개시장애’ 유발 우려
고단한 하루 속의 불안감을 특별히 해소할 길이 없는 2030 세대 사이에서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 동영상을 이용한 숙면 및 안정감 찾기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대학원생 안모 씨(26·여)는 늦은 밤까지 잠들지 못하는 날에는 SNS에 들어가 ‘ASMR’ 영상을 튼다. 곧 영상에서는 여성의 하관이 나오며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요’ ‘많이 힘들었죠’ 같은 나긋나긋한 말들이 들려온다. 여성이 하는 말을 듣다보니 어느새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안 씨는 “ASMR을 알게 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잠을 자기 위한 필수품으로 변한 듯하다”며 “일상에서는 칭찬이나 긍정적인 말을 듣기 굉장히 어려운데 ASMR이 삶의 위로가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릴 적 엄마 아빠가 잠든 자신을 두고 두런두런 얘기하던 것을 들으며 자던 게 생각나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고단한 하루 속의 불안감을 특별히 해소할 방안이 없는 2030 세대 사이에서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이 떠오르고 있다. 매일 친구를 만나거나 술을 마시는 것도 경제적 부담이 되고, 특별한 취미활동을 할 시간도 없다보니 결국  모바일 앱이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된다. ‘꿀잠’을 선사한다는 소문에 ASMR 영상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2009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ASMR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자극에 반응해 나타나는 심리적 안정과 쾌감을 일컫는 말이다. 다양한 자극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기분 좋은 자극’(Tingle)을 만들어내는 게 포인트다. 최근에는 모바일 환경이 발달하며 유튜브 등 SNS 채널을 기반으로 ASMR 동영상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ASMR 마니아들이 말하는 매력은 ‘아무 의미도 없는 소리 같지만 듣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다. 잡생각을 지워주다보니 편하게 잠들 수 있다고 한다. 영상 속에는 대개 일상적인 물건이나 손동작을 이용해 반복되는 소리를 담아내거나, 부드럽게 속삭이는 말들을 조곤조곤 이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기분 좋은 소리’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부분의 영상에는 긁거나, 무언가를 구기거나, 성냥을 켜거나, 모래를 쥐었다가 떨어뜨리거나, 두드리거나, 사각거리거나, 속삭이듯 말하는 소리 등이 흔히 쓰인다.

고단한 일상을 달래주며 ‘약없이 잠드는 수면제’로 알려진 ASMR이지만 관련 연구나 효능은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이론적으로’ 어느 정도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같은 톤과 주기의 반복적인 소리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고, 이를 듣다 보면 뇌가 그에 맞춰 조건화되는데, 해당 소리에 익숙해지면 안정된 기분에 빠지고, 잠을 들 수 있다고 한다. 백색소음을 들을 때 집중이 더 잘 되거나, 태아가 엄마의 배 속에서 규칙적인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잠자는 것과 같은 원리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푹 잠들려면 우선 ‘이완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반복되는 단조로운 소리를 들으면 뇌파가 느려지고 이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최면의 원리와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는 “소리에는 오감에 저장됐던 쾌감을 그대로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며 “과학적 근거를 떠나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있는 소리를 개발하면 심리안정 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ASMR을 보는 시각이 분분하지만 관련 연구는 적잖이 진행되는 추세다. 크레이그 리처드(Craig Richard) 미국 셰넌도어대 교수는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왜 ASMR을 들으면 안도감을 느끼는지 밝혀낼 것”이라며 “결과가 나오면 수면장애나 스트레스를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톰 스태포드 영국 셰필드대 심리학·인지과학 강사는 ASMR 현상을 오랫동안 수수께끼였던 공감각에 비유하며 ‘본질적으로 연구하기 어려운 성격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신경학자 에드워드 오코너(Edward J. O‘Connor)는 모든 사람들에게 ASMR을 유발시킬 수 있는 단일한 자극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ASMR 연구의 난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제공되는 소리가 다양하고 사람에 따라 다른 반응이 나오는 만큼 수면 유도 효과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소리도 하나의 자극이므로 같은 ASMR 영상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꿀잠을 자거나, 오히려 잠이 달아나거나, 환각 같은 체험을 하는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영상을 반복 청취하다보니 ASMR 없인 잠들지 못한다는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렇다보니 ASMR 제작자들은 ‘1주일에 두세번까지 시청을 제한하라’는 조언도 한다. 자칫 자기 전 특정한 행동이나 용품에 의지해야만 잠들 수 있는 ‘수면개시장애’를 유발할 위험성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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