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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빈혈, 성장장애 유발 … 스푼형 손·발톱, 구강염이 위험신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0-13 11:25:31
  • 수정 2020-09-13 17: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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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결핍성빈혈 많아, 황달 증세 … 고기 갈아서 이유식에 첨가, 우유 500㏄ 이하 제한

영·유아의 빈혈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는데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주부 윤모 씨(29)는 이제 막 돌이 지난 딸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다 아이의 얼굴이 살짝 노랗게 변한 것을 발견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얼굴색은 점점 누런 색을 띠었다. 점차 분유 먹는 것도 거부하고 칭얼대는 일이 잦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은 결과 철결핍성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빈혈은 흔히 임산부나 여성들이 겪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소아·청소년에서도 비교적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어지럼증만을 유발하는 가벼운 질환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성장기 아이는 빈혈이 오래 지속될 경우 활동성이 떨어지고 성장이나 학습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빈혈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소아 및 청소년에서는 철결핍성빈혈이 가장 많다. 정현애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생후 6개월부터 3세 사이에 가장 발생률이 높고 11~17세에서도 자주 나타난다”며 “영유아기와 청소년기는 신체기관의 성장이 가장 빠른 시기로 필요한 철분 및 혈액량이 2배가량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태어날 때는 모체로부터 미리 6개월치의 철분을 받아 태어난다. 즉 생후 6개월이 지나면 철분을 다 써버려 이유식을 통해 따로 공급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유식에 철분 성분이 부족한 경우가 더러 있어 빈혈에 걸리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적혈구 내 혈색소(헤모글로빈) 수치가 6개월~6세 미만 소아는 11g/㎗ 이하, 6~16세 사이의 청소년은 12g/㎗ 이하일 때 빈혈로 진단한다. 성인은 빈혈이 오면 얼굴에 핏기가 없어 보이지만 영유아의 경우 이 상태까지 오면 질병이 상당히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Helicobacter pylori)은 철분결핍성빈혈 위험을 두 배 가량 높인다. 이 균은 철 흡수에 필요한 철분결합 단백질을 위점막조직 내에 따로 격리시켜 자신의 성장에 이용하기 때문에 철분 부족을 야기한다. 소아·청소년기에는 위산 분비가 적고 면역기전이 완성되지 않아 헬리코박터균이 살기에 최적인 환경이 조성된다. 

영·유아의 빈혈은 매우 천천히 진행되는 데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치료가 늦어질 경우 신경계 발달에 영향을 줘 성장장애나 학습장애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또 철분 부족에 따른 식욕저하로 음식 섭취량이 줄면 철분과 비타민 결핍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유발된다. 
장기적으로 심장 건강에도 좋지 않다. 빈혈이 발생하면 인체는 원활한 산소공급을 위해 심장의 펌프질을 증가시켜 부족한 적혈구의 산소운반 능력을 보강한다. 하지만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의 펌프질 기능이 떨어져 심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다.

정 교수는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보채거나 자주 칭얼거리면 빈혈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빈혈이 심해지면 숨이 가빠지면서 맥박이 빨라지고, 흙이나 종이 등을 집어먹는 이식증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드물게 나타나는 용혈성 빈혈은 얼굴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세가 관찰된다. 용혈은 적혈구가 정상적인 수명인 110~120일을 살지 못하고 외피가 깨지면서 빨리 파괴돼 제거되는 것을 의미한다. 

손·발톱이 창백한 색을 띠고 끝이 얇아지면서 숟가락처럼 위로 들어올려진 스푼형 손·발톱, 입술 주변에 염증이 생기고 입 안 점막이 헐거나 혀가 허는 구강염 증세도 소아빈혈을 알리는 신호다. 스푼형 손발톱은 빈혈 외에도 갑상선질환, 관상동맥질환, 간질환이 원인이 돼 나타나기도 하므로 감별해야 한다. 또 코피가 자주 나고 몸에 멍 자국이 자주 보일 땐 출혈성 질환에 의한 빈혈일 수 있어 진단이 필요하다.

영유아기 빈혈은 이유식의 철분 함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개선이 가능하다. 철분이 풍부한 음식물로는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 닭고기, 녹청색채소, 복숭아, 콩, 자두, 살구 등이 대표적이다. 야채나 과일보다는 고기류에 든 철분이 더 잘 흡수되므로 모유를 먹이든 분유를 먹이든 생후 만 6개월 이상이 되면 고기가 든 이유식을 먹이도록 한다. 고기 국물만으로는 부족하고 고기를 갈아 먹여야 철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특히 단백질에 둘러싸여 있어 흡수가 잘되는 ‘헴철(heme iron)’은 고기에만 들어있다. 철분 흡수율은 동물성 성분인 헴철은 20~30%, 식물성 성분인 비헴철은 5~10%다. 헴철이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지만 입증할 만한 연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비타민C는 육류나 생선류에 들어 있는 철분의 흡수를 도와주므로 함유량이 높은 과일을 같이 먹이는 게 좋다. 생후 1년, 생후 3년과 사춘기에는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유는 함유된 칼슘이 오히려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하루 섭취량을 500㏄ 이하로 제한하는 게 좋다. 조나단 맥과이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팀이 2~5세 어린이 1300여명을 대상으로 우유 섭취량과 철분 저장량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우유 한 잔(250㎖)을 마실 때마다 철분 저장량이 3.6%씩 감소했다. 우유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는 생우유를 마시면 장출혈로 오히려 빈혈이 심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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