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직장인 소현씨는 한 달 전 차를 몰고 출장을 가던 중 갑자기 심장이 뛰면서 숨이 막히고 운전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발이 저리면서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경험을 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죽을 것 같은 공포감에 휩싸여 차를 갓길에 세우고 119에 연락해 응급실로 향했다. 그 이후로 같은 상황이 반복될까봐 운전대를 잡기가 두렵다.
공황장애는 몇 년 전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불안장애 경험을 고백하며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로 인해 대중 앞에 나서는 연예인이 겪는 일명 ‘연예인병’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공황장애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2010년 5만명에서 2015년 10만명으로 5년 새 약 2배 가량 증가했다.
이 질환은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극단적인 불안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공황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상황에서 오는 갑작스러운 공포감이다. 하지만 특별히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신체의 경보체계가 오작동해 위협적인 상황과 동일한 반응이 나타난다면 공황발작에 해당한다.
10분 이내에 급격한 불안과 동반되는 신체 증상이 정점에 이르고, 이 상태가 20~30분 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사라진다. 죽음이 임박한 것 같은 극심한 불안과 두통, 어지럼증, 가슴 두근거림, 메슥거림, 호흡곤란 등이 동반된다.
일생 중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성인의 약 30%가 평생 한 차례 이상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번 공황발작을 경험했다고 해서 무조건 공황장애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발작이 여러 번 반복되고, 스트레스·심근경색·협십증·갑상선질환·간질·저혈당증·빈맥 등 신체질환에 의해 발행한 게 아닐 때 진단한다.
통계적으로 여성 환자가 많은 것으로 보고된다. 심평원 조사결과 2010년 여성 환자는 약 2만4000명으로 남성 환자(약 2만6000명)보다 적었지만 2011년을 기점으로 역전해 매년 격차를 벌이고 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가장 많고 50대와 30대가 뒤를 이었다.
공황장애는 신경전달물질시스템 이상 등 신경생물학적 원인과 부모 상실 또는 분리 불안 등 개인이 받아들이기 힘든 경험,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 심리·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일, 결혼, 남편, 자식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30~50대 중·장년층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김수인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상당 수 환자가 자신이 공황장애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심장이나 다른 신체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오해한다”며 “평소와 달리 불안증세와 함께 호흡곤란 등 증상을 느낀다면 공황발작을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황장애 발생률에서 남녀 차이가 있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동기에 남자와 여자의 양육방식이 다르고, 여성이 남성보다 선천적으로 특정 감정을 보다 강렬하게 느끼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에서 생물학적 차이를 발생하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공황장애를 마음이 약하거나 겁이 많아 발생하는 현상으로 오해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갖는 환자가 많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으면 대부분 완치 가능하지만 방치할 경우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점차 공황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장소나 상황을 회피하게 되고 이후에는 광범위한 공포증을 갖게 된다. 우울증에 빠지거나 심할 경우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치료법은 크게 약물치료와 왜곡된 생각을 교정하고 상황이나 장소를 회피하려는 행동을 바로잡아 불안이나 공포감을 감소시키는 인지행동치료로 나뉜다. 상황에 따라 두 가지 치료를 병행한다.
김수인 교수는 “국내 정서상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꺼리는 이들이 많은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치료를 통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며 “공황장애는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한 병으로, 혼자 두려워하기 보다는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하루 빨리 이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지름길이다”라고 조언했다. 또 “공황장애를 예방하는 데에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평소 스스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실천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