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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보험 한방진료비 급증 이유 … 성분 미표기 첩약 탓?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10-06 11:14:22
  • 수정 2016-10-10 15: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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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나요법·첩약 등 비급여 과잉진료 유도 … 환자, 보험금 수령 위해 동조

직장인 구모 씨(36)는 얼마전 퇴근길에 접촉사고를 당해 후유증 치료를 받으러 인근 한의원을 찾았다. 한의사는 몸이 놀란 것 같으니 첩약 처방과 함께 추나요법을 받아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치료비가 너무 비싸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자 한의사는 “자동차보험에 가입해놨으니 치료비는 나중에 환급받으면 되고, 물리치료로 틀어진 골격도 제대로 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설득했다. 결국 손해볼 것은 없다는 생각에 구 씨는 두달 간 1주일에 한번 씩 통원치료를 받으며 첩약 처방과 물리치료를 받았다.

최근 한의원과 한방병원이 교통사고후유증을 빌미로 과잉진료를 조장하고, 환자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여기에 동조하는 모럴헤저드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한방치료가 첩약, 침, 물리치료 등 비급여 항목이 많은 데다 표준진료지침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다.

건강기능식품의 인기 등을 이유로 한약처방이 감소하면서 경영난을 겪던 한의업계는 교통사고 환자 치료를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인식, 물리치료실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환자 유치에 나섰다. 최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급증과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진료비는 약 1조5558억원으로 2014년 대비 9.3% 증가했는데, 진료비 증가 원인의 대부분은 한방진료비였다. 2015년 자동차보험의 한방진료비 증가율은 32.7%로 양방진료비 증가율(3.8%)의 8.6배에 달했다.
한방병원 관계자는 “‘교통사고 환자 환영’ 등의 문구로 광고하는 한의원이 예전보다 많아졌다”며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 치료비를 전혀 내지 않고 침은 물론 탕약까지 자동차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방치료 교통사고 환자가 늘면서 과잉진료, ‘나이롱 환자’ 등 모럴헤저드 문제도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정형외과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나이롱 환자 파악에 나서자 한의원으로 옮겨 가는 모양새다. 
어차피 환자 본인부담금이 들지 않는 만큼 나이롱 환자들은 양방치료보다 비싼 한방치료비를 선호하고 보험치료비는 증가하기 마련이다.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보 등 상위 4개 보험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1인당 평균 통원치료비의 경우 일반 병·의원은 2만8000원대였지만 한방은 4만6000원이었다.

교통사고후유증에 대한 한방치료는 첩약, 약침술, 추나요법, 한방 관련 의약품, 한방물리요법 등으로 이뤄진다. 이들 치료법은 건강보험에서는 비급여 항목에 해당되지만 자동차보험에서는 진료비로 인정된다. 게다가 진료수가가 추나요법의 경우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가 약 33배, 약침술은 약 17배, 물리용법은 약 16배, 첩약은 약 9배까지 벌어져 한의원별로 천양지차다.

요컨대 한의원은 수익 증대를 목적으로 교통사고 환자에게 딱히 필요하지 않은 시술이나 첩약을 적극 권유하고, 환자 입장에서도 비싼 진료를 받아도 자동차보험금을 환급받을 수 있어 여기에 동조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별다른 증상이 없는 데도 한의원을 찾거나, 이 참에 기존에 아팠던 허리나 어깨 부위를 치료받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방 비급여 치료에 대한 환자의 치료비 부담이 없는 자동차보험의 특성 탓에 건강보험에서 인정해주는 치료 대신에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첩약의 경우 건강보험에서 인정되는 저렴한 한방약재가 있는데도 대부분 비싼 첩약을 처방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첩약은 비급여 한방치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한의원의 주수입원이 되고 있다. 일부 한의원에서 환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막무가내식으로 첩약을 처방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환자가 첩약을 거부하면 “복용하지 않을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재발이 잦고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는 공포감을 줘 첩약 복용을 강권한다. 하지만 일부 교통사고 환자용 처방 첩약은 한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들어간 생약 성분 등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급여치료에서도 첩약으로 나가는 건강보험 지출은 꾸준히 증가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지난해 교통사고 환자에게 지급된 첩약 진료비는 973억6900만원으로 2014년 747억2700만원보다 30.3%나 증가했다.

한방병원 관계자는 “건강보험에서 인정되는 저렴한 한약제제가 있는데도 대다수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은 자동자보험 환자에게는 이를 먼저 사용하지 않고 고가의 첩약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건보에서 지정한 급여약제를 우선 사용하고 첩약은 필요한 경우에만 예외적이며 보충적으로 사용하도록 자보가 심사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교통사고후유증 증상별 한방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해 심사에 적용하고, 한방 물리치료와 의약품에 대한 진료수가를 정해 고시해야 한다”며 “자동차보험의 급여 진료비 심사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적절한 재심사기준을 마련해 적용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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