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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마크로젠, 한국인유전체로 아시아인 표준유전체 구축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6-10-06 08:24:46
  • 수정 2016-10-11 19: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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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처 최신호 게재, 최고 정밀도 … 서양인 유전자분석 ‘GRCh38’ 기술적 한계 극복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은 한국인 유전체를 활용해 기술적으로 최고 정밀도를 갖춘 아시아인 표준유전체를 구축했다고 6일 밝혔다.

서울대 의대와 마크로젠 공동 연구팀은 최신 유전자 염기서열분석 기술인 롱리드시퀀싱(long read sequencing)과 신생조합방법(de novo assembly)을 활용했다. 신생조합방법은 전체 염기서열이 해독되지 않은 생명체의 염기서열을 분석·매핑함으로써 게놈(유전정보)을 구축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논문명 ‘한국인 유전체를 대상으로 신생조합방법과 페이징 기술을 적용(De novo assembly and phasing of a Korean human genome)’으로 게재됐다.
페이징(phasing)은 부모로부터 각각 받은 염색체로 구성된 한 사람의 유전체를 더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이를 각각 분리해 분석하는 방법이다.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마크로젠은 아시아인 표준유전체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첫 번째 연구성과로 2009년 7월 북방계 아시아인의 전형인 한국인 ‘AK1’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한 지 7년 만에 이같은 성과를 이뤘다.
이번 연구에는 퍼시픽바이오사이언스, 10x지노믹스, 바이오나노지노믹스 등 여러 유전체분석 전문기업의 기술진들이 참여했다.

그동안 전세계 인간 표준유전체로 사용된 ‘GRCh38’(Genome Reference Consortium human build 38)은 서양인의 유전체를 반영한 것으로 아시아인 특유의 유전자정보가 반영되지 않아 유전체 분석에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예컨대 질병연구 또는 신약개발에서 정상적인 아시아인도 GRCh38 기준으로는 질병 관련 유전자변이가 있는 것으로 잘못 해석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연구팀이 이번에 발표한 아시아인의 표준유전체는 GRCh38와 비교해 약 18000개의 구간에서 현격한 구조적 차이를 보였다. 이에 네이처지는 “이번에 발표된 한국인 표준유전체는 현존하는 유전체 중 가장 완벽하며(most contiguous) 인종 특이적인 최초의 표준유전체”라고 논문을 소개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이번 연구에서 기존 인간 표준유전체의 기술적 문제를 극복하고 인종별 표준유전체 구축에 필요한 더 높은 단계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해 이같은 찬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GRCh38에서는 기술적 한계로 확인이 불가능한 190개의 DNA 영역을 공백 상태로 남겨둬 표준유전체로서의 활용도가 떨어질 것이 우려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울대 의대와 마크로젠은 이번 연구에서 기존 표준유전체에 존재하는 총 190개의 공백 중 105개(55%)를 완벽하게 밝혔으며 72개를 부분적으로 해결했다.

공동 연구팀은 또 770만개의 염기에 해당하는 10000개 이상의 새로운 삽입형(insertion) 구조변이를 발견, 인종 간 유전자변이 차이가 상당함을 밝혔다. 그 중 54개의 구조변이에서 유전자 발현이 일어나고 137개의 변이가 단백질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GRCh38에 누락된 800개의 인류 공통 구조변이와 POU2F3, HRASLS2 등 다수의 아시아인에서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구조변이를 찾아냈다.

이번 연구성과가 주목을 받는 다른 이유는 15년 전인 2001년 한국인 유전체지도 초안 작성을 위해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마크로젠이 공동으로 구축한 10만개의 박테리아 인공염색체(Bacterial Artificial Chromosome, BAC) AK1 BAC 클론을 사용해 불분명한 구조 변이를 검증하고 부모의 유전체를 분리하는 페이징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각기 다른 유전체분석 플랫폼인 퍼시픽바이오사이언스의 ‘팩바이오RS2(PacBio RS II)’, 일루미나의 ‘하이시퀀스(HiSeq)’ 등으로 확보한 유전체데이터와 10x지노믹스에서 제공한 연결성정보(linked read), BAC 클론의 염기서열 정보를 활용해 유전자변이가 나타나는 염색체 상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고 페이징을 구현해 매우 정밀하게 유전형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독자적으로 수립한 이러한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최대 6500만 염기 이상 떨어져 있는 유전적변이 간의 관계까지 규명하는 것은 물론 정확도를 97%까지 끌어올렸다.

또 부모로부터 받은 양쪽 염색체의 유전체정보를 파악하기 가장 어려운 구간 중 하나인 장기이식검사에 사용되는 조직적합 항원유전자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장기이식수술 시 유전체분석만으로 더 적합한 이식대상을 선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약물대사 속도를 결정하는 CYP2D6 유전자의 유형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에 성공했다. 각 개인의 약물대사 속도를 정확히 예측해 약물 과용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정선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은 “이번 연구로 정밀도가 높은 아시아인 표준유전체를 완성함으로써 아시아 정밀의학 수행에 필요한 기반을 확보했다”며 “아시아 국가·민족별 표준유전체 구축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기술주도권을 확보해 45억명의 아시아인을 위한 정밀의료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마크로젠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한 표준유전체 구축 기술을 ‘지놈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의 연구프로젝트에 핵심기술로 사용할 예정이다.

두 기관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 2월 출범한 이후 3년간 1200억원을 투자, 아시아인 10만명에 대한 유전체정보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지놈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는 남아시아 12개국과 동북아시아 7개국이 참여해 50~100개 규모의 아시아인 표준유전체를 구축하고, 미국의 정밀의학이니셔티브와 영국의 지노믹스잉글랜드가 시행 중인 ‘10만 게놈 프로젝트’ 등 서양인 중심의 대규모 유전체분석 프로젝트와 연구성과를 공유해 정밀의학 실현을 앞당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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