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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약품 경구용 ‘COPD·천식 천연물신약’의 가치는?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6-09-30 20:17:53
  • 수정 2021-07-20 18: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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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용기전의 과학적 규명, 성분 함량 표준화·규격화 필요



지난 5월 말 영진약품이 개발 중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천식 천연물신약 ‘YPL-001’에 대한 미국 임상 2a상이 연내 종료될 것으로 알려져 주가가 최대 1만9200원까지 치솟은 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의 30일 주가는 1만2400원으로 지난 3월 말 3515원 대비 3.52배 올랐다.

최근 시가총액은 코스피에 상장한 국내 제약사 중 이 한미약품(약 6조4000억원), 유한양행(약 3조2000억원) 다음으로 높은 약 2조3000억원이다. 현재 회사가 창출하는 이익 대비 주식의 가치를 의미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690배로 제약업계 평균치인 약 46배보다 훨씬 높다.

이에 모 증권사 연구원은 묻지마 투기를 우려해 기업의 현재 가치와 개발하고 있는 신약의 가치를 잘 따져볼 것을 충고했다. YPL-001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지난해 11월의 한미약품과 같은 상황을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프랑스 사노피에 4조8300억원 규모로 개발 중인 지속형 당뇨병신약 관련 기술을 수출해 10배 급등했다.

호흡기질환 부문 국내 천연물신약 개발 사례와 세계 COPD·천식치료제 시장을 살펴 YPL-001의 미래가치에 대해 전망해본다. 

YPL-001은 2013년 4월 국내 천연물신약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IND(임상시험계획서)를 승인받아 관심을 모았다. 주성분은 국내 자생식물인 산꼬리풀의 추출물이다. 영진약품은 2011년 개발자인 오세량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천연물의약연구센터장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산 토종식물 활용으로 해외 생물자원 이용에 따른 로열티를 내지 않고 수익을 모두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11년 7월 지식경제부가 선정하는 글로벌 천연물신약 개발사업으로 뽑혔다.

YPL-001의 책임연구자인 신대희 영진약품 전무는 지난 2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KDDF)의 인터뷰에서 “미국 FDA 임상 1상, 국내 공인된 비임상시험기관(GLP)을 통해 안전성·내약성을 확보하고 약물의 대사·동태(DMPK) 연구와 작용기전 규명과 관련된 시험을 마쳤다”며 “기존 천연물신약과는 차별화된 과학적데이터를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COPD분야에서 세계적인 임상의인 제라드 크라이너(Gerard J. Criner) 미국 템플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임상 2a상에 참여해 연구결과의 신뢰도를 높였다”며 “이번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협상할 제약사별로 다양한 전략을 갖고 해외 기술이전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항염증 효과를 지닌 경구제인 YPL-001이 기존 흡입기 제형의 COPD치료제보다 복용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스테로이드 성분에 반응하는 민감성을 높여 기존 약의 사용빈도를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국내 임상 2b상을 시작해 2020년 안에 제품 허가·발매가 목표라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YPL-001이 글로벌신약으로서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 약효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시행 중인 임상 2a상에 참여한 환자수는 69명에 불과하다. 임상 2상후기(2b상)에서는 1000여명을 대상으로 약효를 입증하고 최적의 용량·용법을 결정해야 한다. 출시된 이후 시장에서 다른 약보다 우위를 점하려면 여러 건의 임상 3상을 시행해 신약이 갖는 임상적 가치를 재증명함으로써 의료진을 설득해야 한다.

한 건의 임상에서 약효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하더라도 다른 임상에서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YPL-001이 경쟁할 주요 약 중 하나인 경구용 COPD치료제 아스트라제네카의 ‘닥사스’(성분명 로플루밀라스트, roflumilast, 지난 4월 다케다제약으로부터 인수) 경우 천연물의약품 대비 표준화·규격화가 수월한 합성의약품임에도 4건의 임상 3상 결과 중 2건만이 위약 대비 호흡의 흐름을 개선하고 중증에서 중등증으로 악화를 낮추는 것으로 확인돼 수차례 논의를 거쳐 2011년 3월에야 가까스로 미국 판매를 승인받았다.

제약사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할 경우 보통 임상·판매허가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받는데 임상결과가 기대에 못미치면 실제로 받는 금액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최근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7월 한미약품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은 내성표적 폐암신약 ‘올리타정’(성분명 올무티닙, Olmutinib)의 임상시험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 총 7억3000만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으로 추산됐던 것과 달리 이번 베링거인겔하임의 기술권리 반환으로 한미약품은 계약금과 마일스톤 등을 합해 6500만달러(약 700억원)만 챙기게 됐다.

천연물추출물의 한계, 과학화 극복해야 … 특정 화합물 성분, 천연물 유래 신약과 달라

국내에서 천연물신약이라 불리는 치료제는 대개 여러 성분이 같이 들어 있는 천연추출복합물이다. 이는 세계 제약사들이 천연물 중 특정 성분만을 활용해 개발한 천연물 유래 신약과 궤가 다르다. 예컨대 김정은 고려대 화학과 석좌교수가 길리어드사이언스 재직 당시 개발한 신종플루치료제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인산염, oseltamivir phosphate)는 중국의 토착식물인 팔각회향에서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단 하나의 화합물만을 이용해 만든 약이다.

천연물신약은 합성신약보다 부작용 위험이 낮고 개발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으나 유효성 측면에서 우월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게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분에 의해 효과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약의 작용기전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것과 천연물 1㎎당 약의 성분·함량을 표준화·규격화해 공급해야 한다는 점도 해결할 과제다. 국내에서 긴 시간 안전성이 입증됐더라도 해외시장에서는 낯선 천연물일 뿐이다.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2013 중소기업 기술로드맵 수립 보고서’에서는 천연물의약품의 품질은 수많은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데 같은 식물을 이용해도 재배지, 채집시기, 건조·수치와 같은 가공법 등에 따라 약의 성분·함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이같은 천연약물의 불안정성은 일정한 품질 확보를 어렵게 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이유로 2014년 10월 국회는 천연물신약 8품목의 해외 수출액이 1억원에 불과해 2000년부터 15년간 1조원을 지원한 정부의 천연물신약개발 정책은 실패했다며 비판한 바 있다.


8품목으로 SK케미칼의 관절염치료제 ‘조인스정’(성분명 위령선·괄루근·하고초추출물), 동아ST의 위염치료제 ‘스티렌정’(성분명 애엽추출물)과 소화제 ‘모티리톤정’(성분명 현호색·견우자추출물), 녹십자의 ‘신바로캡슐’(자오가·우슬·방풍·두충·구척·흑두추출물), 안국약품의 진해거담제(기침·가래 치료제) ‘시네츄라시럽’(성분명 황련·아이비엽추출물), 한국피엠지제약의 골관절염치료제 ‘레일라정’(성분명 당귀·목과·방풍·속단·오가피·우슬·위령선·육계·진교·천궁·천마·홍화추출물), 영진약품의 ‘유토마외용액’(성분명 돼지폐추출물) 등이 언급됐다.    

세계시장서 경쟁 … 합성의약품 대비 우월한 유효성 재입증 필요

세계천식기구(GINA)와 대한결핵·호흡기학회는 여러 건의 글로벌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중등증(中等症)·중증(重症) 천식환자에 효과가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는 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 inhaled corticosteroids)를 활용해 우선 치료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흡입제를 사용함으로써 질환 부위인 기도에 약물을 직접 전달하고 스테로이드의 전신흡수율은 줄여 치료효과와 안전성이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스테로이드제를 장기간 단독 사용할 경우 부작용으로 구강진균증, 목소리 쉼, 피부의 멍, 폐렴 등의 발생위험이 높아져 이는 제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약으로는 ICS(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 inhaled corticosteroids)/LABA(지속성 베타2작용제 long-acting β2-agonist) 복합제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세레타이드’(성분명 플루티카손+살메테롤, fluticasone+salmeterol)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심비코트’(성분명 부데소니드+포르모테롤, budesonide+formoterol) 등이 있다.   

COPD국제기구(GOLD)와 대한결핵·호흡기학회의 진료지침에 따르면 중등증·중증 COPD환자에는 흡입형 LAMA(지속성 무스카린작용제, long-acting muscarinic antagonist), LABA(지속성 베타2작용제 long-acting β2-agonist), ICS/LABA, LAMA/LABA제제 중 한 가지가 우선 처방된다.

경구용 COPD치료제 닥사스는 PDE4(포스포디에스터라제4, phosphodiesterase4)를 억제해 염증을 치료한다. 이 약은 1초간노력성호기량(FEV1)이 50% 미만이고 만성기관지염과 증상이 악화된 경험이 있는 환자의 1차치료에 추가 처방된다. 악화는 호흡곤란·기침·객담과 같은 증상을 보이며 폐기능 감소 등으로 사망위험이 증가한 상태를 뜻한다.
닥사스는 3000명 이상의 COPD환자를 대상으로 12개월간 실시한 임상 3상 연구 4건에서 COPD의 악화 감소 및 폐기능 개선 효과를 입증해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다. 이들 연구결과는 영국 의학전문지 ‘란셋’(Lancet) 2009년 8월호에 게재됐다. 하지만 미 FDA는 2건만이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려 개발사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천식 부문에서는 경구제 MSD의 ‘싱귤레어’(성분명 몬테루카스트, montelukast) 등과 경쟁해야 한다. 이 약은 기관지 수축을 일으키는 면역매개물질 류코트리엔의 작용을 차단하며 중증 천식환자에 추가된다.  

노바티스는 COPD·천식 분야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기 위해 경구용 천식치료제 ‘QAW039’(성분명 페비피프란트, fevipiprant)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LABA단일제 ‘온브리즈’(성분명 인다카테롤, indacaterol)과 LAMA/LABA복합제 ‘조터나’(성분명 글리코피로늄+인다카테롤, glycopyrronium+indacaterol)를 보유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지난 8월 QAW039가 61명의 천식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에서 천식 관련 지표인 객담 내 호산구 비율이 5.4%에서 12주 치료 후 정상에 가까운 1.1%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세계 의학저널 란셋에 실렸다. 천식은 백혈구 중 호산구에 의한 알레르기성 염증질환이다.
 
이번 임상연구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브라이틀링(Christopher Brightling) 영국 레스터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부분의 치료제가 천식 관련 일부 증상을 개선하는 것과 달리 QAW039은 폐기능 향상, 염증수치 감소, 손상된 기도 내벽의 회복 등 다양한 측면에서 치료효과를 보인 신약후보물질”이라며 “천식치료 분야의 판도를 바꿀 잠재성을 지녔다”고 말했다.   


QAW039는 프로스타글란딘D2 수용체(CRTh2)에 결합해 면역신호전달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이 통증을 유발하고 기관지를 수축하는 작용을 억제한다. 기존 CRTh2길항제보다 수용체 결합력이 강한 게 특징이다. 노바티스는 QAW039의 중증 천식의 악화를 감소시키는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17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52주간의 임상 3상 ‘LUSTER-1·2’을 시행 중이다. 2019년에 QAW039의 승인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국내 호흡기질환 천연물신약 개발 사례 … 출시 앞두고 사업 철수하기도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호흡기질환 부문 천연물신약 중 성공 사례로는 안국약품의 진해거담제 시네츄라시럽(성분명 황련·아이비엽추출물)이 있다. 이 약은 2011년 10월 국내에 발매된 이후 2014년 국내 원외처방액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약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안국약품은 2013년 미국·유럽 제약사와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시작으로 지난해 이란·쿠웨이트·남아프리카공화국 제약사, 올해 홍콩 제약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해 해외 시장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획기적인 천식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상업화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 2건도 있다. 2009년 12월 SK케미칼은 개발 중인 경구용 천식치료제 ‘SOTB-07’(성분명 산두근추출물)의 서울대병원·울산대 서울아산병원·아주대병원·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대학병원 10곳에서 임상 2상을 시행했다. 이봉용 전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장은 “전임상(동물실험) 결과 SOTB-07은 천식이 일으키는 다양한 과정을 차단해 증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부작용 발생위험이 낮아 장기복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약의 발매시기를 2012년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 출시되지는 못했다. 2013년 1월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실시한 임상 3상에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올해 초 SOTB-07 관련 사업을 중단했다.

2002년 이형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천연물의약연구센터 박사팀은 목련꽃봉우리인 신이추출물 ‘NDC-052’가 8주간의 동물실험에서 기존 천식치료제를 투여한 경우 증상의 호전율이 5∼10%인데 비해 신이를 8주간 투여한 그룹에서는 67% 이상의 호전율을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한국신약은 천연물신약 NDC-052에 대해 이 박사팀과의 공동개발에 뛰어들었다. 2005년 1월 공동연구팀은 임상 2상까지 순조롭게 마쳤으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울산대 아산중앙병원 등 국내 5개 병원에서 시행 중인 임상 3상을 완료하는 2006년에 상품명 ‘아스망’으로 발매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출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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