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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20대 ‘고개 숙인 남자’ … 병원 현관서 줄행랑친 사연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9-30 16:18:02
  • 수정 2020-09-13 17: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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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심인성 발기부전 환자 병원 방문 꺼려, 여성간호사도 기피 … 발기부전치료제 맹신 경향도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젊은층이 발기부전 증상을 겪을 경우 충격과 부담감이 훨씬 크다.성에 대한 관념이 개방적으로 변하며 발기부전을 적극 치료받는 남성이 늘고 있지만 20~30대 젊은 환자들은 여전히 주변 시선과 수치심 탓에 비뇨기과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심인성 발기부전이어서 병원에 다녀온다고 해서 당장 눈에 띄게 증상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에 가짜 발기부전약이나 출처를 알 수 없는 민간요법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발기부전은 성기가 충분히 발기되지 않거나 발기경직도가 약해 성생활이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에 따라 기질적 발기부전과 심인성 발기부전으로 나뉘는데 20~30대 젊은 환자는 대부분 후자다. 이유야 무엇이든 발기기능이 약해지면 남성은 자신감을 잃는다. 같은 증상이 반복되면 자신감 상실과 심리적 좌절을 겪게 되고 연인이나 와이프와 애정전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심인성 발기부전인 경우 한 두 번 성관계에 실패하면 ‘이번에 또 안 되면 어쩌지?’, ‘상대가 실망하면 어떡하나?’ 등 걱정이 앞서면서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거나 관계를 은근히 피하게 되기도 한다. 인터넷 연애상담 게시판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그곳’이 말을 안들어 여자친구에 차였다’는 사연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문제는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젊은층이 이런 증상을 겪을 경우 충격과 부담감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막상 병원에 가려고 해도 자꾸 창피하다는 생각이 발목을 붙잡는다. 의사의 실력과 명성도 중요하지만 병원 간호사의 성별부터 본다는 환자도 있다. 대학생 오모 씨(28)는 “발기부전 치료 명의란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가 접수데스크에 여자 간호사가 서 있는 것을 보고는 기겁하고 도망쳤다”며 “여자 간호사에게 발기부전으로 진료받으러 왔다는 말을 하기가 자존심이 상했고 민망하기도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문제 탓에 생긴지 얼마 되지 않거나, 원장이 비교적 젊은 비뇨기과는 간호사를 전원 남성으로 배치하고, 이를 적극 홍보하기도 한다. 

발병 원인이 심리적 측면에 있다 보니 병원치료가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병원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 환자, 특히 나이가 어린 20대나 30대 초반 환자가 진료를 예약해오면 ‘퇴짜’를 놓는 경우가 왕왕 있다.

직장인 B 씨(28)는 3개월 전부터 발기부전으로 인해 와이프로부터 눈칫밥을 먹고 있다. 야한 장면을 보거나 아침이 되면 발기가 잘 됐기 때문에 심인성 발기부전이 의심됐다. 고민 끝에 유명 비뇨기과 홈페이지 진료예약 메뉴에서 나이, 증상,  원하는 진료 날짜 및 시간 등을 입력했다. 하지만 잠시 뒤 병원 측에서는 전화를 걸어와 “환자분은 원인이 심리적인 것에 있고,나이도 어려 발기부전약을 처방하는 게 적합하지 않아 병원치료보다는 운동과 체중 감소, 파트너와의 진지한 대화가 권장된다”고 말하면서 찾아오지 말 것을 강권하다 시피했다. 

B 씨는 “치료받으러 가겠다는데 병원에서 오지말라고 하니 황당하다”며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마음을 편히 가지라는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고, 발기부전이 바로 치료가 되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할 따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병원 입장에서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E 비뇨기과 Y 원장은 “나이가 어린 환자일수록 발기부전치료제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부작용 문제 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날의 컨디션이나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발기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는데 한두 번 실패했다고 해서 무조건 발기부전치료제부터 복용하려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엔 남자 고등학생이 찾아와 발기가 잘 되지 않아 여자친구가 싫어한다며 발기부전약을 처방해달라고 떼를 써 성교육만 하고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너무 이른 나이에 발기부전약을 사용하면 정작 필요할 때 일을 치르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게 될 수 있다. 백성현 건국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약에 대한 의존성이 생겨 성행위를 할 때마다 약을 찾게 되고, 약이 없으면 심리적인 위축감 때문에 발기가 되지 않는 심인성 발기부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심할 경우 약을 먹어도 발기가 잘 되지 않아 치료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조언했다.

비뇨기과학회 관계자는 “자신이 심인성 발기부전이라고 생각될 땐 파트너와 대화해 1~2달의 유예기간을 갖고 금연 및 금주, 꾸준한 유산소운동을 통한 체중 감소, 충분한 수면 등을 실천하면 증상은 분명 개선된다”며 “그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되 진료 예약시 현재 상태와 증상 발현 시기, 유산소운동 여부 등을 명확히 설명하면 증상 원인을 빠르게 파악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기부전 고민으로 혼자 끙끙 앓거나, 불법 발기부전치료제 등을 복용하는 것은 발기부전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젊은 발기부전 환자는 당장 효과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넷 등을 통해 불법 발기부전치료제를 구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 없이 복용하는 약은 몸에 독이 될 뿐이다. 대한남성과학회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발기부전 치료약 밀반입국이다. 밀수 발기알약 중 60~70%는 가짜로 추정될 정도다. 남성과학회가 국내 만 30세 이상 성인 남성 4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은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31%), 2명은 ‘호기심 때문에’(23%) 음성적인 거래로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 교수는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 4명 중 3명이 부작용을 경험했고 이 중 몇몇은 반신마비 등 심각한 증상으로 고통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며 “발기부전치료제가 전문의약품인 만큼 비뇨기과에서 상담을 통해 처방받아야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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