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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담배가 ‘골초’ 만든다 … 니코틴 흡수, 최대 5배 많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9-28 10:36:49
  • 수정 2020-09-13 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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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터 공기구멍, 연기 깊게 마시게 해 폐선암 유발 … 저타르담배, 타르 흡입 95배↑
저타르·저니코틴 담배를 피우면 혈액 속 니코틴 함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신체 반응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많은 양의 담배를 피우게 된다.중독성이 있는 담배를 끊기란 쉽지 않다. 특히 ‘니코틴이나 타르 함량이 적은 순한 담배는 건강에 덜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은 금연을 더 어렵게 만든다. 2014년 12월 개정된 ‘담배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은 라이트·마일드·순 등 담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는 단어, 문구, 상표 증을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제품들이 타르 함유량을 연상케 하는 ‘0.1’ 같은 숫자를 표기한다. 이들 저타르·저니코틴 담배는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인식이 강해 금연 시도자, 여성, 초기 흡연자 등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저타르·저니코틴 등 순한 담배는 건강에 덜 해롭다는 인식이 강해 금연 시도자, 여성, 초기 흡연자 등에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오히려 흡연자의 건강과 비용 측면에서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남가은 삼육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혈액 속 니코틴 함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신체 반응 탓에 자신도 모르게 순한 담배를 필 경우 더 많은 양의 흡연을 하게 된다”며 “니코틴 함유량이 낮아질수록 실제 신체 흡수 반응은 3~5배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연가들이 종종 자신과 타협해 순한 담배로 금연을 시도했다가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다. 이는 결국 담배 구입비도 늘리게 된다.

의학적 근거가 아직 부족하지만 순한 담배가 기존 담배보다 연기를 더 깊이 마시게 해 폐 선암의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터프츠대 뉴잉글랜드의료원 게리 스트라우스 박사는 최근 폐 선암의 급증 원인으로 순한 담배의 생산 증가를 꼽기도 했다. 또 순한 담배에 있는 필터 속 공기구멍이 담배연기 흡입에 대한 저항을 줄여 연기를 더욱 깊이 마시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체 폐암의 32% 가량을 차지하는 폐 선암은 다른 폐암세포보다 크기가 작아 발견하기 어렵고 림프절, 간, 뇌 등으로 잘 전이돼 사망률이 높다.

최근엔 저타르담배를 통한 타르 흡입량이 기준치 대비 최대 95배나 많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담배연기 측정결과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저타르담배 5종의 타르 흡입량은 기준치(0.1㎎)보다 최대 약 9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문제는 저타르 담배 필터에 촘촘히 나 있는 구멍(천공)에서 비롯된다. 저타르담배를 피면 구멍을 통해 공기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담배 연기가 희석돼 타르 수치가 떨어지지만 대다수 흡연자는 이 구멍을 입술과 손가락으로 덮어 타르를 더 흡입하게 된다는 추정이다. 이번 연구결과 니코틴도 기준치(0.01㎎)보다 45~56배 많이 검출됐다.

흡연이 스트레스를 풀어준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 등의 성분 때문에 일시적인 각성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스트레스 해소와는 무관하다. 오히려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 ’담배를 피워야겠다‘는 욕구가 항상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결국 담배를 피워도 흡연욕구만 일시적으로 사라질 뿐 다른 스트레스는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 남 과장은 “‘담배를 피우면 살이 빠진다’는 것도 그릇된 정보”라며 “담배를 끊으면 일시적으로 살이 찌기도 하지만 음식을 조절하고 꾸준히 운동하면 정상 체중을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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