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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의료계 “뇌파계로 치매진단은 어불성설” … 한의계와 의료기기 사용권한 갈등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9-22 07:25:48
  • 수정 2020-09-13 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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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과 의사 “뇌기능연구 등에만 효과적” … 법원, 치과의사 보톡스 허용 등 과거와 다른 행보
신경과 의사들은 뇌파계의 경우 뇌기능 연구 용도로 사용할 뿐 치매 진단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한의사도 뇌파를 측정하는 의료기기 ‘뇌파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의사와 한의사간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은 뇌파계를 사용해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행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법원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대한의사협회는 항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료인으로 인정받는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사법부와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도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를 하루빨리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2심 판결인 만큼 복지부에서 항소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의사협회 차원에서 항소할 계획”이라며 “전문 진단장비는 물론 신체에 위험을 가할 소지가 낮은 의료기기라도 현대의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한의사의 사용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뇌파계(NEURONICS-32 plus)는 인터메드가 생산·판매하는 의료기기로 뇌 전기신호를 분석해 그림으로 보여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뇌파계 검사가 환자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위해도 2등급(잠재적 위험성이 낮은 의료기기)으로 허가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번 사건의 핵심이 뇌파계를 이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했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한다. 신경과 의사들은 뇌파계의 경우 뇌기능 연구나 일부 신경 되먹임(뉴로피드백, 환자가 측정된 뇌파 상태를 파악하면서 건강한 정신 상태를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기술) 용도로 사용할 뿐 진단 목적으로는 도움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신경과학회 관계자는 “파킨슨병과 알츠하아미형 치매는 뇌 전기신호 체계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는 질환이 아니다”며 “뇌파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여주는 뇌파계로는 파킨슨병과 치매를 근본적으로 진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C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정상치와 비교해 정상 또는 비정상을 자동으로 판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상인과 다르다’와 ‘특정 질병을 진단 할 수 있다’는 엄청난 차이”라며 “특히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뇌파계는 아직 정상인에 대한 공인된 데이터도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뇌파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가 뇌파 그림의 자동 판독을 이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한 것은 과잉진료를 떠나 환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행위는 적법한가’라는 주제를 두고 두 직업군은 수년째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 1월 김필건 한의사협회 회장이 골밀도측정기를 직접 시연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법원은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해 의료법을 위반한 한의사에게 보건복지부가 내린 45일의 면허정지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의사와 한의사간 논쟁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명확한 법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 제27조 1항과 87조 1항은 의료인은 면허외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번 판례에 의존해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컴퓨터단층촬영(CT), X-레이, 광선조사기(IPL, Intensive Pulsed Light) 사용 행위에 대해 언제나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려 의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최근 치과의사의 보톡스시술 및 프락셀레이저시술,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을 허용하면서 과거와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법원은 올해 들어 “의료행위의 개념은 고정 불변인 것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 상황의 변화,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인식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각 의료인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고려하지 않은 채 면허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것은 의료법에 정한 면허제도의 근간을 뿌리채 흔드는 것”이라며 “무면허 의료행위의 만연으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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