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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누런색 가래, 바이러스감염 … 적갈색은 폐질환 알리는 신호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9-02 07:15:05
  • 수정 2020-09-13 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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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얗고 맑으면 정상, 연분홍색은 심부전 등 심장질환 진단 필요 … 폐결핵 환자, 가래 삼키면 안돼
가래 색깔이 처음엔 황색이었다가 점차 녹색으로 진하게 바뀐다면 폐렴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인 청색증일 확률이 높다.길을 가다 가래를 ‘퉤’하고 뱉는 사람을 보면 눈살부터 찌푸려진다. ‘청순했던 그녀가 가래침을 뱉는 모습을 보고 환상이 깨졌다’는 연애상담 게시판의 안타까운 사연처럼 가래는 마냥 더러운 것으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목에 가래가 생겼을 때 그냥 뱉을 게 아니라 휴지에 뱉은 뒤 색깔을 확인하면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데 도움된다.

가래(객담)를 뱉는 것은 기관지를 보호하는 기관지점액을 염증세포나 불순물과 함께 외부로 배출하는 과정이다. 가래는 끈적끈적한 기관지점액으로 95%는 수분, 5%는 단백질·지질·무기질 등으로 이뤄져 있다. 오염된 실내외 공기, 흡연 등으로 걸러내야 할 이물질이 많아지면 가래가 늘어난다.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성되면 기관지 안에서 이물감이 느껴져 기침을 자주 하게 되고, 심할 경우 가래가 기관지를 막아 고열·가슴통증·호흡곤란이 동반된다.
 
가래와 타액(침)의 차이점은 타액은 거품이 많고 현미경 검사상 편평상피세포가 많이 관찰되는 반면 가래는 폐부종을 제외하고는 거품이 없는 게 특징이며 현미경 검사상 백혈구가 많이 관찰된다.
가래는 점액성과 화농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점액성 가래는 만성 단순성 기관지염, 천식, 만성 부비동염에서 많이 관찰된다. 화농성 가래는 폐렴, 폐농양, 기관지확장증 등 감염질환의 특징이다. 천식 환자의 경우 가래 중 호산구(백혈구의 일종)가 증가하면 감염 없이 화농성으로 보이는 가래가 나타날 수 있다.

가래 색깔은 여러 질병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최민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래의 색이 하얗고 맑은 색이면 대부분 정상이지만 질병 유무에 따라 누런색이나 적갈색을 띠거나 점도가 진해진다”며 “기관지에 암이나 염증이 생겨 실핏줄이 터진 경우 가래를 뱉었을 때 갈색을 띤다”고 설명했다.

검정색 가래는 대부분 먼지, 대기오염, 담배연기로 인해 나오지만 폐곰팡이균 감염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은 폐 밑 깊숙한 곳에 항상 가래가 남아 ‘그르렁‘ 소리가 난다. 니코틴 등 담배 속 독성물질이 직접 폐포에 작용해 폐포벽에 신축성을 떨어뜨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유발하고, 기관지 겉 부분의 점막세포에 영향을 줘 폐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래가 누런색이라면 호흡기바이러스에 의한 만성기관지염 또는 기관지확장증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 질환에 걸리면 염증과 백혈구 시체가 섞여 가래가 누렇고 점액성을 띠는 게 특징이다. 가래 색깔이 진한 황갈색 또는 벽돌색인 경우에는 폐렴, 폐암 등 폐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녹색 가래가 나왔다면 인플루엔자균과 녹농균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녹농균은 특이한 형광색소 성분을 분비해 녹색을 띤다. 가래 색깔이 처음엔 황색이었다가 점차 녹색으로 진하게 바뀐다면 폐렴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인 청색증일 확률이 높다. 호흡곤란 탓에 혈액의 산소운반 능력이 떨어지면 가래 색과 입술이 푸른 빛으로 변한다.

가래 색이 붉은 계통이라면 호흡기 자극으로 인한 출혈이 있다는 증거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객혈 증상은 다양하다. 기관지염증이나 후두염에 의해 일시적인 객혈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2주 이상 지속시 결핵, 폐렴, 폐암 등 진단을 받아야 한다. 또 가래 농도가 과도하게 짙거나, 양이 소주잔 크기 종이컵보다 많아진다면 만성폐쇄성폐질환·폐렴·폐결핵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가래가 연분홍색을 띨 경우 심장 펌프기능 감소에 따른 심부전 등이 우려되므로 심장질환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가래는 삼키기보다는 뱉는 게 좋다. 물론 삼킨다고 해서 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가래에 세균이 묻어 있을 수 있지만 위에서 대부분 죽기 때문이다. 또 삼킨 가래는 장을 지나면서 모두 분해된다. 단 폐결핵 환자는 가래를 삼킬 경우 장에서 결핵균이 자라면서 장결핵을 유발할 수 있어 삼키는 것을 삼가야 한다.

최민규 교수는 “가래는 원인 질환을 시사하는 일종의 신호이므로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배출해야 한다”며 “가래가 많아지면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므로 점액용해제나 거담제 등을 처방받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래는 낮보다는 저녁이나 새벽에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몸을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워 가슴을 톡톡 두드려주면 가래 배출에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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