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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내인 줄 알았더니 ‘생선냄새증후군’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6-08-31 17:18:42
  • 수정 2020-09-13 17: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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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종의 대사성질환으로 트리메틸아민 산화되지 않고 몸 밖으로 빠져나가며 악취 유발
“단순히 암내가 심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선냄새증후군’이래요.”

여대생 윤모 씨(21)는 사춘기 이후로 대인관계를 맺는 게 불편하다. 예쁘장한 외모에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지만 이내 ‘특유의 체취’ 때문에 멀어지고 만다. 그는 “어디서 생선 썩는 냄새 나지 않느냐”는 말이 가장 무섭다. 

윤 씨는 학상시절 내내 악취 때문에 고통받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쾌한 냄새가 감돌았고, 열심히 샤워하고 향수를 뿌려도 나아지질 않았다. 여름철이면 정도가 심해졌다. 교실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돌려도 소용이 없어 냄새 때문에 피하는 사람을 보며 많이 울었다. 학창시절 남학생들의 심한 괴롭힘을 받았고, 약간의 대인기피증까지 보이고 있다. 그는 평소 악취 때문에 종종 정보를 얻으러 가던 온라인 환우 모임에서 생선냄새증후군을 처음 접하곤 그동안의 고민의 원인을 알게 됐다. 

체취가 유난히 강한 사람이 있다. 평소 땀을 많이 흘리거나 구내염·축농증 등 질환을 앓지 않아도 ‘유전자’ 때문일 확률도 있다. 대표적인 게 ‘생선냄새증후군’(Fish Odor Syndrome)이다. 단순한 땀 냄새를 넘어 마치 생선 썩는 냄새를 유발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만 명 가운데 1명 정도가 발병한다는 이 증후군은 일종의 대사성 질환으로 정식 질환명은 ‘트리메틸아민뇨증’이다. 생선 썩는 냄새를 유발하는 트리메틸아민(TMA)이라는 체내 화학물질이 정상적으로 산화되지 않고 그대로 몸 밖으로 빠져나가며 악취를 낸다. 땀, 소변, 숨에서 썩은 생선이나 썩은 계란, 쓰레기 혹은 소변과 같은 냄새가 나는 게 특징이다. 고혈압과 비정상적으로 빠른 심박동(빈맥, tachycardia)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트리메틸아민을 분해하는 FMO3(flavin-containing monooxygenase3)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게 문제로 꼽힌다. 

생활습관이 아닌 유전으로 생기는 희귀질환으로 출생 시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춘기에 심해진다. 여성은 월경 전후, 피임약 복용 후, 폐경기에 악화된다. 악취는 환자에게 사회적, 심리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

조지 프레티 미국 필라델피아 모넬 화학지각센터 박사는 “생선냄새증후군은 선천적으로 특정한 영양분에 대한 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아 트리메틸아민이 땀, 오줌, 침, 피, 입김과 코 등 전신에 축적되며 나타난다”며 “식사 속 단백질이 과다하거나, 위와 장내 트리메틸아민을 만들어내는 정상 세균이 증가하거나, 간질환이나 콩팥질환을 겪고 있거나, L-카르니틴을 대량 투약한 뒤 치료의 부작용으로도 트리메탈아미뇨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서는 소변 내 트리메틸아민 검출 농도와 냄새의 강도, FMO3 유전자 변이 유무를 검사해봄으로써 진단한다. 암내를 의심해 피부과를 찾거나 구내염·충치로 인한 악취인 줄 알고 이비인후과·치과를 찾았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생선냄새증후군은 흔하지 않은 유전질병이며 치료법도 명확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장내 세균을 줄여주는 메트로니다졸·네오마이신 등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변비약을 활용하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프레티 박사는 “장내 세균은 음식물을 분해하면서 악취를 유발하는 트리메틸아민을 생성한다”며 “세균을 없애면 체내 트리메틸아민 양도 줄어 일시적으로 악취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 트리메틸아민이 많이 들어 있는 우유, 계란, 육류, 콩, 양배추 등을 적게 먹도록 식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프레티 박사는 물리적인 치료와 심리적인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선냄새증후군은 환자의 인격과 심리상태를 황폐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일부 환자는 사회로부터 선을 긋고 은둔하는 경우도 적잖아 주변 사람들이 환자를 지지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유전상담’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유전상담은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앓고 있는 유전질환이 무엇인지, 질환의 증상과 경과 과정이 어떤지, 왜 유전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을 통칭한다. 이를 통해 유전학 전문가로부터 질환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얻어 환자와 가족이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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