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지난 자리에 갑작스런 탈모로 고통받는 여성이 적잖다. 최근엔 중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탈모로 고생하는 여성 환자가 적잖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여성탈모 비중은 최근 10년새 약 2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20대 여성 탈모 비율이 전체의 8.5% 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탈모는 대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 불균형, 임신 등이 이유로 꼽히지만 여름철에는 자외선으로 인한 탈모도 유의해야 한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자외선과 탈모는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있다”며 “자외선이 모근에 도달하면 모세포를 파괴하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모발은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탈모가 유발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체육교사 송모 씨(28·여)는 최근 정수리 부근의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더니 자주 머리를 감아도 가렵고, 머리를 말리고 난 자리에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진 것을 보고 경악했다. 인터넷에서 본 ‘탈모 전조증상’과 똑같아 심란한 마음에 병원을 찾았더니 ‘자외선 탓’이라는 설명을 듣게 됐다. 송 씨는 평소 학생들과 체육활동을 할 때 모자를 쓰지 않고 시원하게 포니테일을 유지하다보니 정수리 부위로 직사광선이 그대로 전달돼 두피에 큰 자극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임이석 원장은 “두피도 피부와 같은 구조로 이뤄져 있어 자외선A·B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며 “자외선A는 깊은 모근에, 자외선B는 두피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자외선B는 두피 속 수분부족 현상을 일으켜 피지와 각질이 과도하게 생성되게 만들고 비듬을 생성한다”며 “이런 경우 비듬에 두피 모공이 막혀 원활한 영양공급이 어려워지고 탈모 유발의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직사광선에 노출됐다고 바로 탈모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자외선으로 모세포와 모유두세포가 파괴되더라도 2개월은 머리에 붙어 있다가 약 2개월 뒤 전조증상이 나타난다. 두피도 안면부 피부와 마찬가지로 자외선을 막아줘야 한다. 레저활동에 나서거나 햇빛 아래 오래 있어야 한다면 양산이나 모자를 챙겨 자외선을 차단하는 게 두피건강에 유리하다.
두피가 자외선에 자주 노출된 경우 펌, 염색 등 헤어스타일링은 당분간 피해야 한다. 임 원장은 “헤어스타일링은 모발을 상하게 만들어 모발이 푸석푸석하고 끊어지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미 자외선에 자극받은 두피를 더욱 자극하므로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미 진행된 탈모는 예방이나 자가관리만으로 다시 자라나게 할 수 없다. 최선은 피부과를 찾는 것이다. 단순 탈모샴푸를 쓰거나 마사지를 받는 것으로 빠진 머리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임이석 원장은 “탈모가 심하지 않다고 여겨 방치했다가 증상이 악화되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어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된다”며 “초기에 치료받을수록 간단한 시술로 호전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모발이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