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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내 자동제세동기 8000여개 배치, 사용률은 0.6% 불과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8-26 16:44:41
  • 수정 2016-12-28 16: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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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폐소생 생존율 한국 5%, 미국·유럽 8% … 정부 예산지원 올해가 끝, 추가 재정지원 절실

미국과 유럽의 심폐소생에 의한 환자생존율은 8∼9%대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평균 5% 수준에 불과해 대국민 교육과 정부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나타나 체계적인 심폐소생술 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대한응급의학회는 26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제4차 아시아 응급의료 학술대회’(The 4th Asian EMS Conference)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심폐소생술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간담회에는 이근 길병원장,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장, 이재백 전북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 프레디 리퍼트 덴마크 코펜하겐대 의대 교수, 헨리 왕 미국 알라바마대 응급의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근 길병원장은 “2006년 1.8%에 불과하던 국내 심폐소생술 생존율은 현재 약 5%까지 상승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낮은 상황”이라며 “미국과 유럽은 일반인에 의한 심폐소생술 생존율이 약 8% 이상을 기록 중이며 대도시의 경우 20%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3%p 차이가 작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국내 응급의료시스템의 발전 현황에 비춰볼 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교육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심폐소생술 요령과 자동제세동기(AED) 사용법 등을 배우고 있다. 리퍼트 교수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심폐소생술은 습득하고 평소 자동제세동기 위치와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정지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심정지 발생 후 1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율이 97%에 달하지만 1분이 지날 때마다 7~25%씩 급격하게 떨어진다.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서울에서만 1년에 약 5000명의 급성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다”며 “서울 도심 곳곳에 8000여개의 자동제세동기가 배치돼 있는데도 대다수 국민이 잘 모르고 있어 실제 사용률은 0.6%에 그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응급현장에서 병원까지의 이송 단계와 의료기관이 보유한 진료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실제 상황에서 일반인의 적절한 대처가 생존율 향상을 위한 키포인트라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재원이다. 응급의료 관련 정부지원금이 연간 2100억원 정도 투입되고 있지만 소방체계 구축·외상센터 운영·전문인력 양성·심폐소생술 교육 등 다양한 항목에 분산 투자되고 있어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 정부지원금마저도 올해를 끝으로 끊겨서 재정 상황은 더욱 열악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근 병원장은 “그동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국내 응급의학이 30년이라는 짧은 역사속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응급의료기금과 심폐소생술 교육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심정지 생존율을 높이려면 정부와 국민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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