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지수가 연일 ‘매우 높음’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날엔 많은 사람들이 피부 걱정은 하지만 눈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한여름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가 타는 것처럼 눈도 화상을 입을 수 있으며 특히 안구가 약한 어린이가 취약하다.
태양광선은 가시광선(380~750㎚)과 적외선(750㎚이상), 자외선(UV, 380㎚이하)으로 나뉜다. 이 중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피부에 깊게 침투하는 ‘UVA(315~380㎚)’와 피부 겉에서 화상을 입히는 ‘UVB(280~315㎚)’로 구분된다. UVB는 92% 가량이 각막에만 흡수되지만, UVA는 각막은 물론 수정체와 망막까지 침투한다. 자외선으로 인한 안질환 중 광각막염·익상편(군날개) 등 각막질환은 UVB, 백내장·노인성 황반변성 등 수정체·망막질환은 UVA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눈 화상’으로 불리는 광각막염은 각막 상피세포가 자외선에 의해 일시적으로 화상을 입어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눈동자 바깥쪽에 위치한 각막은 얇은 상피조직이 외부로 노출돼 있어 외부자극에 민감하다. 문남주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는 “화상을 입은 순간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반나절이 지난 뒤 통증과 함께 시야가 흐려지고 이물감, 시림, 충혈, 눈물 등이 동반된다”며 “순간적으로 과도한 자외선에 노출되거나 장시간 강한 조명에 노출될 경우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눈을 쉬게 하면 자연히 낫기도 하지만 심하면 2차 세균감염이 진행되면서 백내장, 녹내장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름철은 겨울철에 비해 자외선 양이 2~3배 가량 증가한다. 특히 하얀 백사장과 바다가 출렁이는 해안가는 자외선 반사도가 다른 곳보다 최대 2배 이상 높아 주의해야 한다. 치료법으로 증상이 사라질 때까지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고 각막상피 재생을 위해 안연고를 발라준다. 틈틈이 안구 부위에 냉찜질을 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된다.
이밖에 백내장, 황반변성, 군날개 등도 자외선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안질환이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발병률이 3배 이상 높다. 황반변성은 심한 시력장애를 유발해 예후가 좋지 않은 데다 치료법이 없다. 사물이 정상보다 크거나 작게 보이거나, 직선이 굽어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군날개는 각막 안쪽 삼각형 모양의 섬유혈관 조직이 자외선에 의해 증식해 각막을 침범하는 질환이다. 특이한 날개모양 조직이 각막 표면을 덮으면서 자라 외관으로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자외선으로 인한 안질환을 예방하려면 햇볕이 강한 정오부터 오후 4시 사이엔 외출을 자제한다.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할 땐 선글라스와 양산을 챙긴다. 선글라스는 자외선 차단지수가 100%인 UV코팅렌즈로 된 제품을 착용한다. 문 교수는 “선글라스 색이 너무 진하면 눈이 쉽게 피로해지며, 동공이 확장돼 오히려 자외선 유입량이 늘어날 수 있다”며 “렌즈 색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람의 눈이 들여다보이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구름 낀 날에는 선글라스를 쓰는 사람이 적은데 날씨가 흐리더라도 자외선 영향은 지속된다. 기상청이 10년간(2001∼2010년) 포항과 목포에서 관측된 자외선량을 분석한 결과 구름 낀 날은 맑은 날과 자외선량이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았다. 햇볕을 가리지 않은 구름이 태양 주변에 있을 때 태양에서 직접 내려오는 자외선과 구름에 의해 반사돼 들어오는 자외선이 합쳐지면서 결과적으로 자외선 복사량이 증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