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불법 미용시술’이 사라졌다지만 아직도 비전문가로부터 의학적 처치를 받고 있는 경우가 적잖다.
유치원 교사 김모 씨(29)는 주변 친구들로부터 꾸준히 다니는 피부관리실의 ‘호갱’(호구와 고객이 합성된 신조어)으로 불린다. 대학가에 있는 1인 에스테틱을 2년째 다니면서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준다”며 피부관리사의 말에 혹해 어떤 관리든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받는 식이다. 문제는 기본적인 피부관리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처치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비전문가에게 받는다는 점이다.
김 씨는 2년간 반영구 눈썹문신, 화학필링, 레이저제모, 심지어 MTS(Microneedle Therapy System)까지 같은 시술까지 해당 업소에서 받아왔다. 관리사는 ‘병원은 다 상술’이라며 은근히 자신이 의사보다 더 전문적인 것처럼 행세했으며, 오히려 피부과 시술보다 높은 비용을 청구했다. 그렇다고 피부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도 아니었다. ‘의료행위’를 하면서도 ‘관리’라고 포장해 효과가 없는 것을 포장했다.
에스테틱·피부관리실 등을 찾으면 단순 마사지뿐만 아니라 의료장비를 활용한 피부관리에 나서는 곳을 적잖이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특별한 케어’라며 비용이 패키지 비용이 100만원은 우습게 넘어가는 곳이 적잖다.
병원이 아닌 곳에서 고주파기기, 레이저기기, 이밖에 다른 병의원용 의료기기를 영업 목적으로 사용하면 엄연한 불법 의료행위이다. 요즘 유행하는 아이라인·눈썹 등 미용문신, 화학박피술 등도 피부관리실에서 받으면 전부 무면허 의료행위다.
특히 김 씨에게 권한 MTS는 바늘을 활용하는 의료행위의 하나로 감염의 우려가 높아 피부관리실 같은 데서 이뤄지면 탈이 날 수 있다. 이 치료는 가느다란 길이의 바늘 여러 개가 부착된 기계로 피부표면을 자극해 콜라겐 생성을 유도, 피부탄력을 향상시키는 원리다.
피부과에서 운영하는 메디컬 스킨케어숍의 경우 의사가 진료하고 이를 바탕으로 처방을 내리면 피부관리사가 서비스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의사가 직접 진료하므로 약물처방, 주사 등 의료행위가 가능한 것이다. 불법인지 알면서도 피부관리실에서 시술을 받아 부작용이 생기면 자신만 손해를 입게 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 반 동안 조사한 결과 피부관리실에서 부작용을 겪거나 의료기기 부당사용 등 부당행위로 인한 불만이 1만4000여건 접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개 ‘치료기기’를 일반인이 사용하면서 피부염이나 피부 발진이 생기거나, 코·입술·발 등 피부 및 피하조직이 손상되거나, 고주파기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화상을 입은 경우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불법으로 잘못된 시술을 받고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너무 많다”며 “레이저 등 의료기기는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 쓰면 화상의 위험이 있고, 허위과장 광고를 일삼는 피부관리실이 적잖아 이를 잘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원장은 “국민 정서상 부작용을 얻어도 ‘자신이 예뻐지려고 선택한 것을 누구탓을 하겠냐’며 이를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적잖다”며 “주로 고주파시술로 배에 화상을 입거나, 점을 빼다가 색소가 침착되거나, 잘못된 반영구문신으로 외모가 변하는 사례로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최근엔 ‘가벼운 관리’를 넘어 직접 보톡스나 필러를 주사해주겠다는 곳도 있다. 기자는 얼마 전 서울 마포구의 한 에스테틱을 찾았다가 ‘아는 언니가 숍을 하는데 보톡스를 그렇게 잘 놓는다’며 주사를 권유를 받고 황당했다. ‘불법시술이 아니냐’고 반문했지만 ‘주름 지우는 정도인데 부작용 난 사례 없다’며 끈질기게 시술받을 것을 강권했다. 알고 보니 손님을 모객할 때마다 약간의 ‘수고비’ 명목으로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었다.
더욱이 최근 불법 시술은 ‘가성비’(비용 대비 효과)조차 병원에 비해 떨어진다. 국산 제약회사들이 보톡스·필러 등을 생산하며 병원 시술비가 많이 내렸다. 오히려 불법시술이 더 비싼 케이스도 적잖다. 정품을 쓰는지도 의심스러우며, 불법 이물질을 넣는 경우도 있어 절대 피해야 한다. ‘어둠의 경로’로 정품을 구했더라도 유통 과정에서 약물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해 상해버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의료소비자의 몫이다. 성형지식이 풍부한 젊은층보다 처음 성형을 고려하는 중년 여성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쁘띠성형은 주사로 이뤄져 간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인체는 다양한 근육, 피부, 신경 등으로 구성돼 상당한 해부학적 배경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전문가의 처치가 필수다. ‘선풍기아줌마’ 역시 불법시술로 아름다운 얼굴을 잃게 된 케이스다.
최근 이같은 상황에서 ‘이물질제거’ 시술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배원배 더멘토성형외과 원장은 “주로 불법으로 쁘띠성형을 받거나 지방을 과도하게 이식한 뒤 부작용을 겪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대부분 공업용이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무허가 약물을 쓴 데다가 비의료인이 막무가내식으로 시술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 성형외과를 찾은 한 50대 여성은 빈약한 뺨으로 콤플렉스를 느끼다가 지인인 에스테틱 원장으로부터 불법 필러 시술을 받았다가 결국 시술 부위가 까맣게 변색된 채 내원했다. 이 여성은 시술 당일부터 심한 통증이 있었지만 비전문 의료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질 것’이라고 다독거리다 돌연 연락을 끊었다. 태어나 필러를 처음 맞은 터라 ‘당연한 과정’이라 여겨 방치했다가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먹어도 통증은 가시지 않고, 피부까지 변색되자 병원을 찾기에 이르렀다.
배 원장은 “상태를 살펴보니 피부층을 잘못 겨냥했을 뿐만 아니라 혈관을 막아 조직이 괴사돼 이를 속히 제거하고 재건 과정을 거쳤다”며 “적정량보다 과도하게 불법 필러를 주사해 시간이 더 지체됐으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불법시술로 나타나는 피해는 대부분 얼굴에 발생하고 환자의 인생까지 망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미용시술 관련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보건당국의 근절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