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성형은 역사가 오래되고 세계적으로 많이 시행되는 대표적인 미용성형 중 하나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최초의 미용목적 가슴성형(파라핀 주사)이 이뤄진 1890년대 이후 ‘예쁜 가슴’을 만들기 위한 여러 의사들의 시도가 이어져왔다.
보형물 삽입은 1895년부터 시작돼 왔다. 외과 의사들은 이상적인 보형물을 찾기 위해 모험을 감행했다. 지금으로서는 경악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소재들이 쓰였다. 유리구슬, 고무, 연골조직, 양털, 이발론(포름알데히드를 이용한 스폰지형태의 화학제품, 발암물질) 등 다양한 물질들은 여성의 가슴 속을 파고들며 부작용을 일으켰다.
불안전한 재료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이어졌다. 아름다움을 향한 여성들의 욕구, 외과의사들의 도전, 보형물을 제작하고야 말겠다는 의료기기 회사 등의 노력으로 현대의 보형물이 탄생했다.
최근 30년 사이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보형물도 함께 진화해왔다. 식염수, 실리콘 등을 거쳐 최근엔 코헤시브겔이 가장 안전하고 모양이나 시술 결과 측면에서 안정적인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요즘에는 불법시술을 감행하지 않은 이상 보형물로 인한 문제 자체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 심지어 ‘신상 보형물’은 가슴 속에서 보형물이 터져도 젤이 저절로 뭉쳐져 혈관 등에 유입되지 않도록 처리돼 안전성이 강화됐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성형 환자 4명 중 1명은 재수술을 감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은 대부분 ‘의사의 실수’일 확률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근래 들어 나타나는 가슴성형 부작용은 대개 잘못된 보형물 선택, 부적절한 보형물 삽입 위치, 환자의 체형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수술, 감염 등이 주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보형물은 아무리 인체친화적으로 만들어졌더라도 이물질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렇다보니 자신의 수술 전 가슴에 비해 어색한 촉감과 모양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피부가 얇은 경우 보형물 외피가 잔물결처럼 만져지는 ‘리플링현상(rippling)’ 도 우려된다.
하지만 보형물 문제가 아닌 의료진의 ‘실수’로 인한 문제는 크게 △보형물을 뒤집어 삽입한 경우 △유방합체증(synmastia) △감염 등이 대표적이다.
보형물이 스스로 돌아갈 리가? 유명 성형외과 패소
지난 2일 가슴성형과 체형성형을 앞세워 유명세를 타던 서울 강남의 B성형외과 원장도 이같은 문제로 결국 환자에게 2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김모 씨(42·여)가 B성형외과의원 대표원장 S씨를 상대로 “가슴확대수술이 잘못돼 재수술 비용이 들었고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025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재판에서 “수술 후에 보형물이 회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 부장판사는 “피고는 원고에게 가슴확대수술을 시행하면서 오른쪽 가슴에 보형물을 거꾸로 삽입한 수술상의 과실 또는 수술 이후 경과 관찰을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2013년 3월 B성형외과의원에서 870만원을 주고 가슴확대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 김씨는 오른쪽 가슴이 왼쪽에 비해 지나치게 돌출돼 불편함을 호소했지만 ‘가슴성형 결과는 수술 후 1~2개월 지나야 자리를 잡으니 좀 더 빨리 보형물이 자리 잡도록 밴드를 착용하라’는 원장 S씨의 말을 듣고 지속적으로 밴드를 착용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김 씨는 같은 해 9월 다른 병원에서 흉곽 방사선촬영을 했다. 결과적으로 김 씨의 오른쪽 가슴 보형물이 비대칭적 상태로 이식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대학병원에서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비대칭적인 보형물주입으로 인한 돌출’이었다. 결국 김 씨는 10월 서울 강남의 다른 성형외과를 찾아 거꾸로 삽입된 보형물을 꺼내고 용량이 작은 보형물을 넣는 재수술을 받기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수술 직후부터 피고의 권유에 따라 보형물이 잘 유착되도록 밤낮으로 밴드를 착용했고 보형물의 유착에 방해받을 정도의 강한 외력을 받은 적이 없었던 점에 비춰 피고의 주장처럼 수술 이후 보형물이 회전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수술 과정에서 보형물을 거꾸로 삽입한 게 아니더라도 수술 후 사후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피고는 치료 목적이 아닌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이므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더욱 강조돼야 함에도 수술 당시 원고에게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이었다.
보형물 삽입 후 가슴이 한덩어리로?
가슴확대수술 후에 생길 수 있는 합병증 중 골치아픈 게 유방합체증(합유증)이다. 가슴은 본래 좌우 유방 사이에 골이 있어야 하는데 좌우 유방이 가운데서 만나 덩어리진 듯한 형태를 띠는 것을 의미한다.
B성형외과는 최근 수술 후 합유증을 호소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걸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가슴성형을 받은 여성 A 씨는 B성형외과에서 가슴성형을 받은 뒤 보형물이 하나로 합쳐져 가슴이 한 덩어리로 보이는 합유증이 나타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는 글을 온라인에 게시해 시술을 고려하고 있는 여성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A씨는 온라인에서 “약 900만원을 들여 수술에 나섰으며, 이 병원을 선택한 것은 ‘20년간 가슴성형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병원’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B성형외과는 오히려 A씨 때문에 영업 상 손해를 입었다며 형사고소해놓은 상태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증상이 드러나는 사진과 합유증을 진단받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나도 그런 적 있다’는 해당 병원에 대한 불만이 빗발치는 댓글들이 올라왔으나, 병원의 A씨에 대한 형사고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글은 모두 내려졌다. B성형외과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이같은 진단을 억지로 받아낸 것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심지어 “가슴을 한 데 모아 찍으면 합유증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합유증은 드물게 선천적인 경우와 후천적인 경우로 나뉜다. 후천적 케이스는 대개 가슴확대수술 이후에 생긴다. 보형물이 지나치게 가운데로 몰리며 심한 경우에는 보형물이 서로 붙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합유증은 주로 의료진이 신체측정을 제대로 하지 않아 체형과는 맞지 않는 너무 과도한 크기의 보형물을 삽입했을 때 흔히 나타난다”며 “박스형 흉곽을 가졌거나, 흉곽 가운데가 꺼져 있는 경우 이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수술시 의사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가슴골을 만들기 위해 안쪽의 가슴을 너무 많이 박리하거나 근육 위에 보형물을 배치한 경우 이같은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합유증을 예방하려면 수술 전 집도의가 정확하게 환자의 신체를 계측해 체형에 맞도록 보형물을 삽입해야 한다. 또 흉골 부근 가슴근육을 과도할 정도로 얇게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유방합체증은 예방이 중요하며 수술 후 초기에 가슴 흉조직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탄력밴드를 착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심한 경우엔 재수술이 불가피하다. 가슴 바깥쪽 공간을 넓혀주면서 안쪽을 봉합하거나 인조살을 대주는 방법으로 복원할 수 있다. 기존 골격 모양으로 되돌아갈 확률이 높은 환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