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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지주회사 전환의 성공사례, 녹십자홀딩스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6-08-02 17:08:16
  • 수정 2016-08-08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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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자회사 투자, 글로벌 혈액제제사로 도약 … 국내 자회사, 바이오사업 역량 강화

대형 제약사 중에서 녹십자만큼 세분화되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짠 곳은 거의 없다. 심지어 녹십자 직원마저도 그많은 회사 이름과 부서의 역할에 대해 일일이 꿰지 못할 정도다. 녹십자의 변천 과정과 경영 형태에 대해 알아본다.

녹십자그룹은 1961년 설립된 한일시멘트의 창업주 고 허채경 회장이 둘째 아들 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과 함께 발전시켜왔다. 고 허영섭 회장은 아버지 허채경 창업주에게 지분출자를 받아 수도미생물약품판매사를 인수해 제약업에 첫 발을 내디뎠다. 2009년 허영섭 회장이 타계한 이후 허채경 회장의 막내 아들(5남)인 허일섭 녹십자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고 허영섭 회장의 차남이다. 

녹십자는 2004년 9월 지주사로 전환하고 사명을 녹십자홀딩스로 변경했다. 2003년 8월~2004년 10월 1년여간 녹십자의 상장명은 녹십자상아였다. 2001년 상아제약 지분 42.9%를 확보, 인수하고 2003년 녹십자상아로 상장명을 변경했다. 2004년 상아제약의 지분 100%까지 늘린 후 녹십자로 다시 사명을 바꿨다.
녹십자홀딩스는 2004년 10월 유통전문 자회사로 동일한 상호의 상아제약을 설립했다가 2013년 6월 폐업했다. 1990년대 ‘파스’와 ‘입술보호제’ 등으로 유명했던 인수 전 상아제약과는 이름만 같고 전혀 다른 별개의 회사다.
 
녹십자의 지주사 전환은 2002년 10월 대웅제약에 이어 제약사 중 두 번째다. 하태기 SK증권 제약산업 애널리스트가 지난 6월 발표한 ‘제약산업, 지주사 전환에 미래가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는 사업주도형 지주사로서 그룹 전체의 브랜드 관리, 경영지원, 인수합병(M&A), 신규사업 개발 등을 이끌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계열사 회사의 주식을 소유해서 사업 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사업으로 한다.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며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지주사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다.

올해 휴온스와 일동제약도 지주사로 전환하는 등 국내 대형 제약사들이 지주사 전환을 선호하는 이유는 대주주는 지주사 전환으로 기존 사업회사 지분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 안정과 상속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어서다. 과거처럼 경영권 피승계자에게 작은 벤처기업을 만들어주고 일감을 몰아줘 지분가치를 높여서 경영권을 승계하던 구도가 불가능해져 2세로 경영권이 승계될 경우 2세간 지분 분산, 상속세 부담 등으로 경영권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 지주사 전환으로 지주사와 자회사간 사업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고 지배구조가 기존보다 투명해지기 때문에 정부도 지주사 전환을 장려해왔다.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독점 규제 등으로 인해 지주회사 전환은 쉽지 않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자본총액의 2배를 초과하는 부채액을 보유할 수 없으며 상장 자회사의 지분 20%, 비상장 자회사일 경우 40%를 갖고 있어야 한다. 또 계열사가 아닌 국내 회사의 지분을 5% 초과해 소유하거나 금융자회사를 가질 수 없다.
 
녹십자홀딩스는 글로벌 혈액제제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국·북미 등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녹십자 등 국내 자회사를 통해 바이오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녹십자홀딩스는 사업자회사인 녹십자의 지분 50.6%를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셀, 녹십자랩셀, 녹십자MS 등 바이오 사업부문은 녹십자의 자회사로 녹십자홀딩스에게는 손자회사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는 주로 혈액응고인자, B형간염바이러스치료제, 혈액응고저해제 항트롬빈Ⅲ 등 혈액제제에 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국내 특허 13건, 해외 특허 33건을 취득했다. 혈액제제사업의 생산과 판매는 녹십자가 하지만 특허권은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가 주도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혈액제제는 혈액 성분인 혈장에서 면역력강화나 지혈 등의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고순도로 분리해서 만든 의약품이다.

녹십자홀딩스는 지난해 3월 미국 바이오벤처기업 유벤타스에 750만달러(약 82억원)를 투자했다. 유벤타스가 개발 중인 심혈관질환 유전자치료제 ‘JVS-100’는 임상 2상에 진입했다. 이병건 녹십자홀딩스 사장은 “녹십자는 혁신제품을 자체 개발하는 동시에 해외 바이오기업 투자를 늘려 국내외 생산·판매권을 확보하고 있다”며 “세포·유전자 치료제 신기술을 적용한 사업 분야 진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십자는 2018년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본사 부지에 셀센터(Cell Center)를 완공하고 바이오자회사를 입주시켜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인 바이오사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녹십자셀은 항암면역세포치료제 부문을 맡고 있는 녹십자의 자회사다. 녹십자는 2012년 8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150억원, 지분율 23.4%)를 통해 세포치료제 바이오벤처기업 이노셀을 인수하고 사명을 녹십자셀로 변경했다. 녹십자셀이 개발한‘이뮨셀-엘씨’는 국내 세포치료제 중 최초로 연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뮨셀-엘씨의 처방 건수는 2014년 1459건에서 지난해 3569건으로 2.4배 증가했으며, 지난 1월부터 월 310건 이상 처방돼 전년 동기 대비 46% 성장했다. 녹십자셀은 녹십자랩셀과 함께 차세대 면역항암제 ‘CAR-T’도 연구개발 중이다.

이노셀은 서울대 의대 임상병리과 출신의 정현진 씨가 창업했으며, 코스닥에 우회상장하기 위해 서울이동통신을 인수한 다음 사명을 이노셀로 바꿨으며 녹십자를 거치면서 녹십자셀로 재탄생했다.

녹십자랩셀은 녹십자가 제대혈 및 세포치료제 부문을 전문으로 연구개발하기 위해 2011년 6월 설립한 자회사다. 지난 6월 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이 회사는 정상인의 혈액에서 암 발생을 억제하는 면역세포인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NK)만 분리해 대량 배양한 세포치료제 ‘MG4101’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혈연관계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자연살해세포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임상 2상에 진입했다. 황유경 녹십자랩셀 연구소장은 “상장으로 확보된 재원은 CAR-NK, 항염증 줄기세포 등 차세대 세포치료제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녹십자MS는 녹십자 내 체외진단용 의약품·의료기기 제조 사업부문으로 시작해 2003년 12월 분사했다. 지난해 1월 혈당측정기 제조·판매 회사 세라젬메디시스를 인수해 이 자회사의 사명을 녹십자메디스(녹십자의 손자회사)로 변경했다. 녹십자MS는 세라젬메디시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1000만주(지분율 21%)를 50억원에 취득하고 녹십자MS의 모회사인 녹십자도 30억원에 세라젬메디시스 주식 600만주를 확보했다. 
녹십자지놈은 유전체분석 전문기업으로 2013년 8월 설립됐다.

녹십자 주요 자회사의 지난해 실적(출처 하태기 SK증권 애널리스트 연구보고서)

이밖에 녹십자헬스케어는 2003년 설립된 건강관리기업 노바메디카를 인수한 것이다. 기업체 임직원 등 고객의 보험 가입 및 설계를 포함한 건광관리 및 건강상담을 대행해주는 회사다.
녹십자웰빙은 지난해 10월 태반주사제 전문업체 녹십자JBP와 천연물신약 기능성식품 제조·판매 업체 녹십자HS를 합병하고 여기에 올해 초 녹십자 웰빙사업부와 다시 통합해 세워진 신설법인이다. 녹십자JBP는 녹십자가 2005년 일본 생물제제회사(JBP)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녹십자EM은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 및 생물안전등급(BSL) 기반 생산시설 설비의 컨설팅과 시공을 담당하는 녹십자의 자회사다. 메디진바이오는 혈장 연구, 인백팜은 양계·부화업 등을 각각 담당하고 있는 녹십자의 자회사다.

녹십자는 1995년 중국 현지법인 녹십자생물제제유한공사(GC China)을 설립해 일찌감치 중국 진출을 준비했다. 중국 사업부문은 녹십자홀딩스가 자회사인 녹십자홍콩법인(GCHK) 지분을 81.1% 보유하고 있으며, 녹십자홍콩이 다시 GC차이나 지분 98.9%를 갖고 있다. 또 GC차이나는 유통사 안휘거린커약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서 면역글로불린·알부민 등 혈액제제 생산과 유통을 합친 지난해 매출액은 약 679억원, 영업이익은 약 8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0%, 40.3% 증가했다. 중국 현지에 7곳의 혈액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30만ℓ 규모의 혈액제제를 공급하고 있다.

녹십자는 2009년 미국법인 GCAM(Green Cross America)을 세우고 현재까지 혈액원 9곳을 개원했다. 이들 혈액원이 공급할 수 있는 혈장량은 연간 45만ℓ 규모다. 녹십자 캐나다법인 GCBT(Green Cross Bio Therapeutics)은 녹십자 북미법인 GCNA(Green Cross North America)가 2014년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GCNA의 지분은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 혈액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캐나다 퀘백주로부터 약 240억원을 지원받고 총 1800억여원을 투자했다. 이 중에는 국민연금공단이 투자한 700억원도 포함돼 있다. 올 연말께 공장이 완공될 예정이며 2019년부터 가동하면 현지에 연간 100만ℓ 규모의 혈액제제를 공급하게 된다. 이로써 녹십자는 혈장처리능력 측면에서 샤이어, 그리폴스, CSL, 옥타파마에 이은 세계 5위 기업이 된다.  

녹십자의 지난해 개별기준 품목별 매출 비중은 혈액제제 39.2%, 백신 28.9%, 전문의약품(ETC) 21.3%, 일반의약품(OTC) 7.8%다. 충북 청주시 오창공장에서 연간 70만ℓ의 혈액제제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신약 파이프라인에는 면역결핍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 현재 북미 신약 허가 신청완료),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2012년 국내 신약 승인, 미국 임상 2상 시행 중, 일본 1·2상 임상시험신청(IND, Investigational New Drug)), 3세대 혈우병치료제 ‘그린진F’(중국 임상 3상 IND 신청, 미국 임상 3상 시행 중), 만성 B형간염치료제 ‘헤파빅진’(국내 임상 2상 시행 중) 등이 있다.
녹십자그룹은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1019억원을 투자했다. 재단법인 목암생명공학연구소와 녹십자 등 각 계열사의 R&D센터에서 지난해 기준 약 350명이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녹십자는 ‘투자의 귀재’와 적대적 M&A에 능한 ‘기업사냥꾼’이라는 별명 두 가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2003년 경남제약을 210억원에 인수해 2007년 HS바이오팜(현 경남제약)에 245억원에 매각했다. 2003년 대신생명(구 녹십자생명)을 1600억원에 매수해 2011년 현대자동차에 2283억원에 다시 팔았다. 2012년부터 총 738억원을 투자해 일동제약 지분율을 29.4%까지 늘려 지난해 1399억원에 되팔았다. 일동제약 인수는 실패했지만 661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한편 녹십자홀딩스는 용인도시공사가 시행하는 기흥역세권 도시개발사업 내 보유한 부지(구 신갈공장)에 대해 약5000억원 규모의 아파트·오피스텔 등 부동산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9월 분양에 들어가 성공리에 마쳤으며, 2018년 말까지 약 1900억원을 회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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