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서모 씨(33)는 1년 전부터 음식을 삼키는 게 불편한 증상을 겪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중 증세가 심해져 음식물이 목에 걸리는 느낌이 들었고 먹는 양도 크게 줄었다. 처음엔 단순한 역류성식도염을 의심했지만 병원을 찾아 진단받은 결과 식도이완불능증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진단받았다.
여름철은 소화기계 장애로 인해 식도질환 발병 위험이 높다. 아이스크림, 냉면, 빙수 등 차가운 음식은 팽창과 축소를 반복하는 위장운동을 저해하고 음식물, 위산, 소화액 등이 역류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가슴쓰림, 목 이물감, 목통증 등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을 역류성식도염이라고 한다.
역류성식도염은 대부분 약물치료만으로 증상이 호전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식도이완불능증(achalasia)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질환은 음식을 삼켰을 때 수축과 확장을 통해 위장으로 내려보내는 하부식도 괄약근의 이완운동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식도 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약해지거나 식도를 통과해 내려오는 횡격막의 틈이 벌어져 발생하는 역류성식도염과 발생원인이 달라 치료법도 차이난다.
하부식도 괄약근을 지배하는 신경이 손상돼 발병하며 정확한 발병 기전은 알려지지 않았다. 유전, 감염성 질환 등 다양한 요인이 신경 손상의 원인으로 추측된다. 식도벽내 신경이 손실되면 하부식도 괄약근의 이완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경우 식도근육을 수축시키는 아세틸콜린을 분비하는 신경절세포는 상대적으로 보존돼 연동운동이 식도내 압력이 증가한다. 일부 환자에서는 뇌간 미주신경의 운동배측핵 신경절세포가 변성돼 발병하기도 한다.
박중민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는 “식도이완불능증 환자는 음식물이 위장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식도에 쌓여 원활한 음식 섭취가 힘들어지고 이로 인해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서 자연히 살이 빠지게 된다”며 “삼킴장애, 가슴통증, 음식물역류, 가슴쓰림, 트림장애, 딸국질, 목 이물감 등 역류성식도염과 증상이 비슷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할 경우 형태가 있는 음식은 물론 물 같은 액체류도 삼키기 힘들어져 삶의 질이 급락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국내 통계나 연구는 없지만 인구 10만명당 1명 정도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도의 운동 이상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이 있을 경우 이차성 혹은 가성 식도이완불능증이라고 한다. 원인 질환으로는 식도암·위암·폐암 등 악성종양, 식도평활근종, 사르코이드증 등 결체조직질환이 꼽힌다.
식도이완불능증은 식도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식도이완불능증 환자의 0.4~9.2%가 식도암으로 악화된다. 특히 건강한 사람에 비해 식도암 발생 위험이 약 5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는 증상이 나타나고 15년이 지난 뒤에는 식도암 조기발견을 위해 매년 내시경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진단법으로는 식도조영술검사를 실시해 식도 연동운동 및 확장 여부, 하부식도 협착 상태 등을 확인한다. 식도내압검사는 식도 내부와 하부식도괄약근의 압력 상태, 위내시경은 식도암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된다.
치료법으로는 약물치료, 보툴리늄 독소주입법, 풍선확장술, 내시경적 근절개술, 복강경수술요법 등이 대표적이다. 약물치료는 오래 투여할 경우 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두통, 저혈압이 동반되기도 한다. 보툴리늄독소주입법은 효과가 일시적인 경우가 많고, 풍선확장술은 식도에 구멍이 생기거나 출혈이 생길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내시경 또는 복강경수술로 식도 근육층을 직접 자르는 방법으로 몸에 흉터가 남지 않고 회복이 빠르다.
박 교수는 “식도이완불능증을 역류성식도염으로 오인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삶의 질이 떨어진 환자가 많다”며 “식도이완불능증은 역류성식도염 약물을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므로 삼킴곤란과 음식물 역류가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