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등소평 전 주석,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등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립선암으로 투병했다는 것. 전립선은 15~25g 무게의 밤알 크기인 장기로 방광 아래쪽에 위치한다. 크진 않지만 정낭, 고환 등과 함께 생식에 관여하고 정액의 일부를 생성해 정자의 생존 및 활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전립선암은 전립선의 일부 세포가 증식 조절 기능을 잃고 무질서하게 자라 다른 장기나 림프절, 뼈 등에 퍼지는 전립선암은 위암과 대장암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2000년 1304명이었던 환자 수는 2013년 9515명으로 약 7배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약 12.7%로 갑상선암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남성암으로 손꼽히며, 60~80대의 노년층 환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인구가 점차 고령화되고 서구화되면서 관련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세포의 증식 속도가 느리고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게 특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전립선암 사망률은 10만명당 3.8명이었지만 2014년 6.6명으로 늘어 10년 새 7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히 보건복지부는 국내 전립선암 5년 생존율이 92.3%로 미국(98.9%)이나 캐나다(96%)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이른바 ‘아버지암’에서 ‘형님암’으로 불릴 만큼 발생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심평원이 공개한 5년간(2011~2015년) 연령별 환자 추이를 살펴보면 아직 7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40~50대 환자도 4064명에서 5293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암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보는 암의 병기와 암 조직이 정상 전립선 조직과 얼마나 다른지를 보는 암세포의 분화도 및 악성도이다. 초기암이라도 악성도가 높은 암은 빨리 진행되며, 다른 장기로 쉽게 전이된다. 전립선암은 10점 척도의 등급으로 분화도를 따지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악성도가 높고 예후가 좋지 않다. 국내에서는 서양과 다르게 7점 이상의 독한 암의 빈도가 높아 조기검진이 절실하다. 중년 남성이라면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나 직장수지검사 등을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김광현 이화여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거나 전립선비대증 검사 도중에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기 검진이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립선암 생존율 확보에서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단한 피검사만으로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며 “평소보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거나 잔뇨감 등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환자는 전립선암은 치료받지 않아도 괜찮은 질병으로 생각한다. 병원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예후를 보이거나 70대 이상 고령이면서 다른 질환을 갖고 있어 치료 시 위험성이 효과보다 클 것으로 예상될 경우에만 병의 진행을 관찰하는 요법을 사용한다. 초기라도 악성도가 높을 때는 진행 속도가 빠르고 재발 위험이 높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전립선암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병기와 종양 분화도, 환자 나이 및 건강상태가 고려된다.
전립선암 치료에서 가장 흔하게 쓰는 치료법은 수술이다. 과거엔 개복수술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로봇수술이 종종 쓰인다. 전립선은 골반 안쪽 깊숙이 위치해 수술 부위가 좁다. 전립선암 절제술은 암을 제거하는 동시에 방광과 요도 연결, 주변 신경 및 괄약근 등을 보존할 필요가 있어 고난도 수술 중 하나로 꼽힌다. 로봇수술은 개복수술에 비해 시술자의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다양한 각도로 움직일 수 있어 효율적이다. 비용은 비싸지만 요실금, 발기부전 등 합병증 발병률이 낮고 회복도 빨리 환자의 선호도가 높다.
김광현 교수는 “전립선암은 증상이 없어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며 “악성도가 높은 암이 많이 발견되는 한국의 경우 전립선암 위험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의 현재 상황과 삶의 질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된다”며 “전립선암 로봇수술은 치료 예후가 좋고 합병증도 적게 나타나는 장점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전립선암을 예방하려면 일주일에 5회 이상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고,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해야 하는 게 좋다. 50세 이상 남성은 연 1회 이상 건강검진을 받고 농약, 코크스(용광로용 석탄), 유기용제, 방사능물질 등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반드시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