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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아닌 집에서 유전자검사? … 비의료기관 제한 풀려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6-07-18 14:58:32
  • 수정 2021-06-10 18: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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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당·혈압·피부·체질량·콜레스테롤 등 12개 항목 … 일부선 암·유전질환까지 범위 확대 요구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허용한 비의료기관 유전자검사는 예측 서비스 중 하나로 집에서도 쉽게 검사할 수 있어 검진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게 특징이다.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의 초보 단계 완성으로 인간이 갖고 있는 유전체의 모든 염기서열이 분석되면서 ‘맞춤형 치료’ 시장의 문이 열렸다. 이미 의료계에서 유전체 분석을 바탕으로 각 개인의 특성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치료가 시동을 걸었다. 이같은 분위기에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자로 일부 항목에 한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누구나 직접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고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혈당, 혈압, 피부노화, 피부탄력, 색소침착,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비타민C농도, 카페인대사, 탈모, 모발굵기 등 12가지 항목에 해당하는 유전자 검사를 비의료기관에서도 실시할 수 있다.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확보됐고, 소비자 위해성이 적은 검사 위주로 구성됐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판단이다. 다만 암, 유전질환, 소아질병, 정신질환 등 생명과 관련된 것은 제외됐다. 의료·윤리·산업·법률·과학 분야 전문가 15명이 참가한 전문가협의체의 의견수렴을 거쳐 내놓은 항목에 대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최종 결정했다.

유전자검사는 질병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주진 않지만 해법을 제시한다. 최근엔 혈액이나 입 안 상피세포 등을 이용해 간단히 검사할 수 있어 검진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었다. 유전자검사는 크게 진단하는 용도와 발병 여부를 예측하는 용도로 나뉜다. 복지부가 이번에 허용한 유전자검사는 DTC(Direct to Consumer)로 질병 예측 서비스에 해당한다.

이로써 소비자들은 누구나 집에서 유전자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소비자가 인터넷으로 유전자검사 상품을 골라 결재하면 관련 키트가 집으로 배달된다. 입 안의 상피세포를 면봉으로 긁고 튜브에 담아 동의서와 함께 돌려보내면 유전자검사 기관이 유전자를 분석해 결과를 고객에게 통보한다.

전세계 유전체 분석시장은 2013년 약 13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15조6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8년까지 약 20조원 이상으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의료기관 95곳이며, 비의료기관(민간업체)은 84곳이다. 비의료기관 유전자검사 사업을 준비 중인 국내의 대표적 바이오기업으로는 마크로젠, 디엔에이링크, 랩지노믹스, 테라젠이텍스 등이 꼽힌다.

국내 유전자검사 전문기업들은 복지부의 규제 완화에 대비해 준비를 마친 상태다. 기본적인 유전자 검사비용은 10만원 안팎으로 책정됐다. 일부 기업들은 모바일 소셜커머스기업, 온라인 오픈마켓 등 다양한 기업과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유전자검사에 가장 적극적인 업계는 보험사 등 금융회사다. 라이나생명은 디엔에이링크와 제휴해 비의료기관 유전자검사 허용날짜인 지난달 30일에 맞춰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의료기관, 미용치료 전문클리닉, 뷰티업체, 건강기능식품 업계에서도 유전자검사와 연계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비의료기관 유전자검사에 대해 의사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최근 복지부의 결정에 대해 비의료기관이 유전자검사를 할 경우 무분별한 유전자검사 상업화를 조장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학회 측은 “난치병 치료를 위한 유전자치료 허용기준 확대는 바람직한 개정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유전자검사 관련 개정안은 의료보건 체제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비의료기관의 무분별한 유전자 검사 상업화를 조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민건강권 보호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병의 예방과 관련된 유전자검사는 명백한 의료행위”라고 밝혔다.

비의료기관 유전자검사의 범위를 암과 유전질환 분야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암, 뇌졸중, 심장병 등 중증 질환 관련 유전자 정보이기 때문에 이번에 허용된 항목으로는 아쉽다는 입장이다. 유전자검사의 목적이 질병 예방이므로 이들 중증 질환까지 확대돼야 복지부의 결정에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식이요법과 운동에 신경쓰게 되고 관련 검사를 자주하게 돼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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