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는 세수 후 당기지는 않지만 만지면 푸석푸석하고, 얼굴이 번들거리며, 이상하게도 메이크업이 갈라지고 들뜨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종종 생긴다. ‘더운 날씨에 웬 피부건조?’라고 넘겨짚을 수도 있지만 여름철에도 잦은 샤워, 지나친 세정제 사용 등으로 피부의 유·수분 밸런스가 깨질 우려가 높다.
박영도 대구 아름다운피부과 원장은 “피부 속에는 수분뿐만 아니라 유분도 적정 수치를 유지해야 한다”며 “하지만 꿉꿉한 날씨에 자주 씻고 세정제를 많이 쓰다보니 유분이 손실돼 건조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름철 안면부가 버석한 것은 보통 알고 있는 각질이 아니라 ‘피지 각질’일 수도 있다. 박 원장은 “세안 시 탈락하지 못한 각질은 유분과 뒤엉켜 피부에 쌓이며 피지에 각질을 형성하기 쉽다”며 “여름에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각질이 다른 계절보다 두꺼워지는데, 이런 각질이 과도하게 분비된 피지와 만나 끈적이는 피지 각질로 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피지 각질은 보통 각질보다 단단하게 뭉쳐 있어 두껍고, 피지에 젖어 있어 질기다. 때문에 본래의 딱딱하고 버석거리는 성질이 숨겨져 손으로 만져도 각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피지가 각질과 피부 사이에서 접착제 역할을 해 일반적인 스크럽으로는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한 겹의 두껍고 단단한 막이 형성돼 결국 화장품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노폐물 배출도 정체되며 다양한 피부 트러블을 일으킨다. 물을 자주 마시고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은 전반적인 피부건강에 이득이 되지만 끈적한 피지 각질을 제대로 떼어내기엔 역부족이다.
박영도 원장은 “기존 스크럽제는 피부 표면의 각질만 제거하기 때문에 두꺼운 피지 각질을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런 경우 AHA(Alpha Hydroxy Acid)나 BHA(Beta Hydroxy Acid) 성분을 활용한 각질제거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고대 미녀 클레오파트라의 피부 비결도 ‘AHA’다. 이 성분은 우유에 들어 있는 젓산(Lactic acid)과 유사하며 사과, 토마토, 오렌지 등 과일에도 풍부하다. 클레오파트라도 ‘당나귀젖 목욕’으로 이같은 효과를 누렸다.
박 원장은 “피부의 각질층은 약 50%가 단백질로 AHA는 각질을 연화시켜 탈락을 유도해 두꺼운 피지 각질을 제거하는 데 스크럽보다 효과적”이라며 “고기를 잴 때 키위나 배를 갈아 넣으면 질긴 고기가 부드러워지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AHA나 BHA 성분이 든 세안제를 활용하거나, 토너를 화장솜에 적셔 피부 결대로 문지르면 두껍던 피부가 맨들맨들해진다.
이같은 효과를 내는 천연제품으로 ‘우유’를 꼽을 수 있다. 우유 속 단백분해효소가 묵은 각질을 부드럽고 말끔하게 제거한다. 화장솜에 우유를 듬뿍 묻혀 팩처럼 올려놨다가 5~10분 정도 뒤 안면부를 마사지하며 세안한다. 비타민B2가 피부에 유분이 돌지 않게 막아준다. 각질 제거 후 연약해진 보호막을 만들어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게 해주니 피부보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조함이 개선되질 않는다면 직접 진피층에 히알루론산을 넣어주는 의학적 케어를 고려해볼 수 있다. 전문의들이 여름철 피부 개선을 위해 추천하는 것은 피부결과 주름을 개선하는 ‘스킨부스터’다.
스킨부스터는 속칭 ‘물광주사’라는 별명 때문에 수분보충 용도로 여겨지나 히알루론산이 진피층을 채우는 과정에서 미세주름을 완화해 전반적인 안티에이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흔히 필러시술은 코, 이마, 턱 등의 모양을 만드는 데 쓰인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 입자가 굵은 제품을 사용해 모양을 오래 유지하도록 한다. 반면 스킨부스터는 입자가 가늘고 고르며 수분을 끌어당기는 능력을 가진 제품을 활용해야 한다.
박 원장은 “필러시술은 피부 밑으로 이물질을 주입하는 만큼 제대로 된 제품을 골라야 한다”며 “아무리 스킬이 좋은 의사라도 제품 자체 문제로 발생한 부작용은 직접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에 제품의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필러 제품의 안전성을 증명하는 국제기준은 없지만 임상시험 결과가 우수하고, 의약품 안전기관의 승인을 받았으며, 제품을 사용해본 소비자들에게 인정받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가교율이 높지 않으며 △원재료의 순도가 높고 △녹지 않는 반영구필러보다 히알라제에 잘 녹을 수 있는 히알루론산 필러를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역사가 오래되고, 시술 건수 대비 부작용 사례보고율이 낮은 것을 고르면 합리적이다.
의사들이 선호하는 제품은 레스틸렌이다. 히알루론산 필러 최초로 유럽 CE(1996년)와 미국 FDA (2003년)로부터 승인받았다. 이밖에 국내외 다수의 공신력 있는 기관의 허가 및 승인으로 신뢰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2800만 건의 시술이 이뤄졌지만 제품 자체의 문제로 인한 심각한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근거로 한 30편 이상의 논문과 80편 이상의 의학 문헌이 이같은 내용을 뒷받침한다.
박영도 원장은 스킨부스터의 경우 1개월 1회를 기준으로 2~3회 시행한 뒤 6개월에 1회 정도 유지시술을 받는 스케줄을 권했다. 특별한 자가관리는 필요 없지만 지나친 마사지는 자제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