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수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팀은 당뇨병 환자에게 경구용 혈당강하제로 투여하는 DPP4-억제제(디펩티딜 펩티다아제-4)가 망막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8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당뇨병은 심장·뇌혈관계질환, 콩팥부전, 망막혈관병증 등 합병증을 동반한다. 혈당을 적절히 관리하면 합병증은 물론 사망률을 줄일 수 있어 다양한 경구용 혈당강하제가 개발돼 사용된다. 특히 최근 당뇨병 유병률이 급증하면서 경구용 혈당강하제 사용량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DPP4-억제제는 혈당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인크레틴의 분해를 억제해 인크레틴 혈중 농도를 높이고 혈당을 낮춘다. 당뇨병치료제로 시장에 출시돼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SDF-1α(Stromal cell Derived Factor)의 분해도 억제해 이 물질의 조직·혈중 농도를 높이는 게 문제다. SDF1은 염증이나 저산소자극에 의해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으로 혈관투과성과 신생혈관 생성을 활성화한다. 즉 DPP4-억제제 투약으로 망막조직세포에서 분비하는 SDF의 분해가 억제되면 망막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하고 신생혈관이 만들어져 망막혈관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김 교수팀은 혈관내피세포를 이용한 면역형광염색에서 DPP4-억제제가 세포 사이의 연결 부위를 느슨하게 만들어 혈관내피세포의 투과성이 증가하는 것을 밝혔다. 이어 실시된 쥐를 이용한 망막혈관실험에서 DPP4-억제제를 투약받은 쥐는 위약군 대비 망막혈관의 누수·누혈 현상이 3배나 증가했고, 신생혈관 생성이 더 활성화됐다. 특히 당뇨병을 유발한 쥐모델에서는 망막병증 발생률이 1.5배 높아졌다. 이런 당뇨병 악화효과는 SDF인자를 누적시킨 결과였다.
대규모 국제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DPP4-억제제를 투약받은 환자는 심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다. 심부전 악화는 폐부종을 동반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DPP4-억제제가 폐혈관의 투과성을 증가시켜 폐부종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심부전 증세가 초래된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로 DPP4-억제제가 당뇨병 환자에서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악화시킬 개연성이 충분한 것으로 밝혀져 이 약을 투약하는 환자는 정기적으로 망막병증 추이를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며 “호흡곤란이 악화되는 기전은 현재 오리무중으로, 허파모세혈관 누수현상이 원인일 수 있어 확인을 위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크레틴을 누적시켜 혈당은 떨어뜨리고, SDF1은 누적시키지 않는 ‘인크레틴-특이적 DPP-억제제’ 개발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