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케겔운동’은 남성에게도 권할 만하다. 방광·항문의 힘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성기능 향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케겔운동의 기본적인 목표는 ‘요실금 개선’으로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다. 1948년 치골에서 꼬리뼈에 이르는 ‘골반저근(Pelvic Floor Muscle)’을 발견한 미국 의학박사 아놀드 케겔(Arnold Kegel)이 처음 소개했다. 케겔운동은 간단하면서 운동하는 표시가 나지 않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케겔운동은 시간이 흐르며 요실금 치료법이라기보다 여성의 성기능 강화를 위한 방편으로 인식이 굳었다. 하지만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보이는 남성의 치료에 도움을 주고, 다양한 남성질환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며 남성도 건강증진을 목표로 케겔운동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전립선암 환자가 전립선적출술·방광적출술을 받은 뒤 소변이 새는 증상을 보이면 케겔운동으로 증상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승철 강남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암 수술 후 요실금을 겪는 남성이 더러 있다”며 “전립선 바로 앞 요도를 조이는 요도괄약근이 수술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손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장년층 남성은 방광 탄력이 저하되며 소변줄기가 약해지는 등 잔뇨감을 느끼거나 요로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질 우려가 높다. 케겔운동은 방광의 탄력을 강화하고 소변을 참는 힘을 길러 배뇨장애로 고생하는 증상들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소변을 볼 때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요도에 잔뇨가 남아 요로감염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이밖에 케겔운동은 항문 주변의 모세혈관 탄력을 증진시키고 주변의 혈액순환을 도와 치질을 예방하기도 한다.
남성도 케겔운동으로 성기능 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골반과 음경 주변의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며 발기부전이나 조루증이 개선될 수 있다. 발기는 음경혈관이 확장돼 혈액이 유입되고, 일정 시간 유입된 혈액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혈관이 수축되면서 유지된다. 케겔운동은 요도괄약근을 강화, 음경의 혈액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두는 힘을 키우기 때문에 꾸준히 하면 발기부전 개선에 도움이 된다.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가 음경평활근을 이완하고 음경해면체 내로 혈액유입량을 증가시켜 발기를 유발하는 원리를 활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더욱이 요도괄약근을 강화하면 정액을 분출하는 압력도 높아져 사정 능력이 좋아진다.
영국 웨스트잉글랜드대 연구팀은 발기부전 환자들에게 케겔운동을 시행토록 한 결과 발기부전치료제와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6개월 이상 발기부전에 시달리는 평균연령 59세 남성 55명에게 매주 5회씩 케겔운동을 시켰다. 이후 6개월 후 각각 발기기능을 평가한 결과 40%가 정상적인 발기기능을 회복했고, 35%는 발기기능이 개선됐다.
관건은 정확한 근육을 찾아 운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신동길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하면 전혀 다른 부위의 근육만 발달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케겔운동을 항문에 힘을 주었다 빼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엉덩이근육(대둔근)만 강화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남성 케겔운동의 핵심은 항문 입구에서 2.5㎝ 위쪽에 위치한 ‘요도괄약근’이라고 강조했다. 소변줄기를 끊을 때 사용하는 근육으로 여성의 골반저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아랫배에 완전히 힘을 빼고 물을 빨아올리듯이 항문에만 힘을 주었다가 풀어주는 방법으로 실시하면 된다.
6~12주 이상 운동해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꾸준히 운동을 실천하는 게 좋다. 몰아서 하기보다 매일 자주, 오래 해야 효과적이다. TV나 책을 볼 때도 습관적으로 시행하고, 하루에 10회 이상, 많이 할수록 좋다. 다만 케겔운동 증 회음부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쉬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