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조모 씨(39)는 1주일 전부터 갑작스러운 옆구리통증을 느낄 때가 많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평소 좋아하는 헬스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통증은 점차 심해졌다. 얼마전에는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 식은 땀을 흘릴 정도로 복통을 느껴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다. X-레이 촬영 후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요로결석’이었다. 담당의사는 평소 자주 마시는 커피와 탄산음료를 줄여야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름철이 되면 유독 요로결석,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등 비뇨기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남성이 많다. 요로결석은 몸에서 소변이 만들어져 배출되는 공간인 신장, 방광, 요관, 요도 등에 소변의 결정이 응결돼 돌(결석)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 질환으로 인한 복통은 치통, 산통과 함께 3대 통증으로 불릴 정도다. 통증만 없으면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통증도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간헐적 형태로 발생해 자칫 ‘꾀병’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겨울보다는 여름철에 환자가 많은 게 특징이다.
여름에는 몸 속 돼분이 대부분 땀으로 배출된다. 자연히 소변은 줄어들어 소변에 들어 있는 수산, 칼슘, 요산 등이 응축돼 결석으로 변한다. 신경성방광 등 질환이 있거나 요로계통이 기형인 경우 결석이 생기기 쉽다. 뼈에 있는 칼슘이 혈액으로 빠지는 부갑상선항진증이나 요산이 체내에 쌓이는 통풍 환자도 요로결석 위험이 높다. 소변길이 막히는 요로폐색과 요로감염도 주요 원인이다. 특히 비만한 사람에서 발병률이 높다. 김재헌 순천향대 서울병원 교수는 “내장비만이 심할수록 요로결석의 원인이 되는 요산석과 칼슘수산화석이 많아진다”며 “내장비만으로 대사에 장애가 생기고 중성 또는 약산성을 유지하던 소변이 강산성을 바뀌면서 요산석과 칼슘수산화석의 응집이 촉진된다”고 설명했다.
요로결석 증상은 급성맹장염, 담당염, 변비 등과 헷갈릴 수 있다. 변을 볼 때 피가 섞여 나오거나 부쩍 소변을 보는 횟수가 늘었다면 의심해야 한다. 또 옆구리와 아랫배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소변을 참지 못하는 증상, 소변을 볼 때 요도 또는 방광 부위가 화끈화끈할 정도로 아픈 증상, 방광 속에 소변이 남아 있는 느낌이 잦으면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먼저 진통제를 투여한 뒤 소변검사, 경정맥요로조영술, 신장초음파검사 등으로 진단하며 최근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결석이 4㎜ 이하로 작으면 하루에 물을 1~2ℓ 섭취하면서 2주 정도 기다려보는 게 원칙이다. 심한 통증이 자주 오고 신장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조기에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 4㎜ 이상의 결석은 ‘체외충격파쇄석술’이나 ‘요관경’으로 치료한다. 체외충격파쇄석술은 마취가 필요 없어 대개 검사 후 당일 시행이 가능하지만 X-레이로는 보이지 않는 비투과성 결석이나 골반뼈에 가려진 경우는 시술이 어렵다. 2~3번 시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요관경수술은 마취와 입원이 필요하지만 한 번에 결석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
요로결석은 재발이 빈번하므로 우유나 차를 제외한 수분을 하루에 3ℓ 이상 섭취하는 등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소변 색깔이 투명한 맑은 색으로 바뀔 정도로 물을 꾸준히 마신다. 한꺼번에 마시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는 게 좋다. 오렌지, 자몽, 귤 등 시큼한 과일이나 주스는 구연산 성분이 풍부해 재발 방지에 도움된다. 과다한 염분 섭취는 요로결석의 원인이 되는 칼슘뇨를 유발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전립선염의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전립선염은 방광 아래 호두만한 크기의 기관인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20~40대 젊은 남성에게 발생하며 심할 경우 발기부전, 조루증 등의 문제까지 불러온다. 여름철에는 찬 음식과 음료를 과하게 섭취하거나, 에어컨을 과도하게 사용해 체온이 떨어지면서 전립선평활근의 긴장도가 증가해 증상이 악화된다. 고온 다습한 환경 탓에 피로가 많이 쌓이고 몸 속 수분이 과도하게 배출돼 신체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도 발병원인이 될 수 있다.
전립선염에 걸리면 회음부·직장·항문·고환·요도 통증, 불쾌감, 소변장애, 성기능 저하, 빈뇨, 세뇨, 잔뇨감, 급성요폐, 혈뇨 등이 동반된다. 전립선염 치료에는 장기간에 걸친 항생제요법, 주기적인 전립선마사지, 항생제 주사요법, 온열치료 등이 사용된다.
여름철 더위를 쫓기 위해 마시는 음료수나 술은 전립선비대증을 초래한다. 이 질환은 전립선이 덩어리를 형성해 비대해지는 것으로 빈뇨, 절박뇨, 지연뇨 등 증상이 나타날 때 의심해볼 수 있다.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에너지음료, 맥주를 자주 마시면 방광이 자극을 받아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소변을 만들어지고 이뇨작용이 촉진돼 증상이 악화된다. 술자리를 피할 수 없다면 중간중간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봐 다음날 아침에 소변이 농축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 전립선에 해로운 기름진 음식이나 고칼로리 안주의 섭취를 되도록 삼간다.
이정구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이 심하지 않을 땐 생활패턴만 개선해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할 땐 1차적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전립선 크기가 크거나, 약물치료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거나, 약물 복용이 부담스럽거나, 급성요폐를 경험한 환자에게는 홀렙수술 등 수술치료가 도움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