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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국내 서식 모기만 56종 … 한반도 ‘모기매개 감염병 안전지대’ 아냐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6-20 07:16:17
  • 수정 2020-09-13 18: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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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뎅기열 ‘흰줄숲모기’도 출현 … 고열·두통·오한 공통 증상, 위험지역 여행 후 헌혈 금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모기로 인해 약 3억명이 질환에 걸리고 75만명이 사망한다.지난달 11일 필리핀을 다녀온 70대 남성이 지카바이러스 5번째 환자로 밝혀지면서 모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모기로 인해 약 3억명이 감염병에 걸리고 이 중 75만명이 사망한다.

국내에서는 모기가 활동을 재개하는 5월부터 더위가 끝나는 10월까지 환자가 증가한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모기로 인한 감염병 진료환자는 5월 166명, 6월 260명, 7월 512명, 8월 324명, 9월 162명, 10월 162명을 기록했다.

모기가 알을 낳으려면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 단백질을 얻기 위해 사람의 혈액을 흡입하는 과정에서 혈액이 굳지 않도록 자신의 침을 뱉으면서 병원균을 옮긴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피는 몸 밖으로 나오면 쉽게 굳는 성질을 가졌지만 모기에 물릴 때에는 모기의 입에서 나오는 끈끈한 액체로 인해 혈액이 응고되지 않고 흡혈된다. 
 
모든 모기가 전염병을 옮기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엔 2500여종의 모기가 서식 중이며 국내에서는 56종이 확인된다. 이 중 12종 정도가 병을 옮길 수 있다. 유병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기후 온난화, 동남아 여행 증가 등으로 일본뇌염 등 감염병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1971년 이전 출생자와 면역이 떨어진 만성질환자, 65세 이상이 감염될 경우 합병증 위험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기로 인한 대표적인 감염병으로는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등을 들 수 있다. 말라리아는 중국얼룩날개모기가 매개체로 말라리아 원충에 속하는 삼일열 원충, 열대열 원충 등에 의해 발생한다. 전세계적으로는 열대열 원충에 의한 ‘열대열 말라리아’가 많고, 국내에서는 ‘삼일열 말라리아’가 주를 이룬다. 삼일열 말라리아는 48시간마다 증상이 나타나는 게 특징으로 초기에는 권태감이 느껴지고 몸에서 서서히 열이 난다. 오한기, 고열기, 발한기, 해열이 반복한면서 두통, 구역, 설사 등이 동반된다. 심한 경우 빈혈, 황달, 뇌성 말라리아, 신부전, 용혈성 빈혈, 혈색소뇨증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항말라리아 약제를 2주 정도 복용하면 치료 가능하지만 증상이 호전됐다고 의사와 상의 없이 투약을 중단하면 재발할 위험이 높다.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지역에 다녀온 경우 1∼3년간 헌혈을 하면 안 된다.

일본뇌염은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려 신경계 증상이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1개월 사이에 전체 환자의 약 80%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작은빨간집모기는 전체적으로 암갈색을 띠고 뚜렷한 무늬가 없는 작은 모기로 오후 8~10시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논이나 축사에 살며 소나 돼지 등 큰 동물을 흡혈한다. 유병욱 교수는 “일본뇌염에 걸리면 95%는 증상이 없으며 두통과 발열이 종종 나타난다”며 “심한 경우 고열과 복통이 동반되고 어린아이에서는 경련과 강직성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복 과정에서 언어장애, 판단능력저하 등 신경계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 환자의 10~30%는 발병 10일 이내에 증상이 악화돼 사망한다. 평소 고열 증세를 자주 보이는 환자일수록 예후가 나쁘고 60세 이상의 고령자는 치사율이 높다. 백신 외에는 아직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예방접종 대상인 생후 12개월에서 만 12세까지 아동은 미리 백신을 접종해두는 게 좋다.

뎅기열은 급성 열성질환으로 흰줄숲모기(아시아타이거모기)가 매개체가 돼 발생한다. 이미애 이대목동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뎅기열 환자의 75%는 증상이 없거나 저절로 회복되지만 심한 경우 갑작스런 발열·오한·이마두통·안구통·근육통·관절통·출혈성 발진 등이 동반된다”며 “증상은 모기에 물린 지 4∼7일 후 나타나 약 1주일 동안 지속되며 뎅기열 발생 국가에서 귀국 후 14일이 지나도 증상이 없으면 안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환자 중 5% 정도는 혈소판감소증, 뎅기출혈열, 뎅기쇼크증후군 등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다. 

이 질환은 해외 유입 감염병 중 환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환자는 1500여명으로 2010년 이후 6년 연속 해외 유래 감염병 중 환자 수 1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까지 뎅기열 백신이 몇몇 국가에서 시판승인을 받았으나 보완할 게 있어 아직 국내엔 들어오지 못했다. 또 특화된 치료법이 없어 예방만이 최선책이다. 뎅기열 발생국가 여행 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모기기피제 및 모기장을 사용하고, 평소 면역력에 좋은 음식을 꾸준히 섭취해 체내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게 좋다.

뎅기열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폐타이어 무역이다. 1980년대 세계 재생 타이어산업의 중심지였던 미국 휴스턴을 시작으로 뎅기열을 전파하는 흰줄숲모기가 텍사스 등 동부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이후 폐타이어를 실어 나르는 컨테이너박스와 함께 알바니아, 이탈리아, 프랑스, 나이지리아, 브라질 등으로 흰줄숲모기가 퍼져나갔다. 1970년대 뎅기열을 걱정하던 나라는 9개국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00개국 20억명이 발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

모기에 물리면 피부 안쪽에 있는 작은 주머니가 파괴되면서 히스타민이 나오고 가려움과 부기를 유발한다. 가려울 때 피부를 긁으면 증상이 심해지는 이유는 손톱이 피부에 닿는 과정에서 히스타민 주머니가 터져 더 많은 히스타민이 나오기 때문이다. 즉 모기에 물려 피부가 가려울 땐 긁지 말고 흐르는 물에 병변을 씻어낸 뒤 얼음찜질을 하거나 물파스를 발라주는 게 효과적이다.

질병뿐만 아니라 모기의 날갯짓 소리도 여름밤을 괴롭히는 불청객이다. 모기는 1초에 400~500번의 날갯짓을 한다. 200회 전후의 날갯짓을 하는 꿀벌이나 파리보다 두 배 빠른 셈이다.
모기는 후각만큼 시각도 예민해 7m 밖에서도 색을 구별할 수 있다. 특히 빨강, 파랑, 검정 등 진하고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은 사람을 좋아한다. 밝은 옷을 입은 사람과 검정 옷을 입은 사람이 함께 서 있으면 어두운 옷을 입은 사람을 주 타깃으로 삼는다. 또 향수냄새, 땀냄새, 술냄새를 풍기는 사람에게 훨씬 더 달려든다. 수백 개의 감지센서를 갖고 있어 가만히 있는 사람보다는 움직이는 사람에게 더 잘 달려드는 성질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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