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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자궁근종 치료 새로운 지평, 수술 말고 ‘경구제 복용’으로 해결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6-06-15 00:36:54
  • 수정 2016-06-20 1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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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가임기 여성, 경구피임약 등 프로게스틴 제제 활용 … SPRM 계열 약물, 1일 1회 1정 복용으로 호전

여성들이 걱정하는 질환 중 하나가 ‘자궁근종’이다. 자궁근종은 근육세포로 만들어지는 혹으로 자궁근층에 생기며, 가장 흔한 여성 골반 내 종양으로 가임기 여성의 12~25%에서 발견된다. 폐경 전 이뤄지는 자궁적출술의 40~50%는 자궁근종으로 인한 것이다. 최근엔 결혼연령이 늦어지며 자궁을 오래 지키려는 추세다. 실제로 정기검진 등으로 보존율이 높아졌다.

김태준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자궁근종은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며 2차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부터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자란다”며 “40대에 접어들어서야 초음파검사 등에서 덩어리로 발견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0대 이상으로 접어들면 자궁근종 치료 빈도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며 “폐경이 되고 난 후에는 대부분 근종의 크기가 변하지 않고 유지되거나 작아지며 치료의 필요성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근종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자궁에 나타나는 위치에 따라 판이하며, 가장 흔한 증상은 ‘월경과다’이다. 점막 아래에 생긴 근종은 1㎝ 정도의 작은 크기로도 과다생리를 유발할 수 있다. 이밖에 생리통, 빈뇨, 불임, 조기진통, 산후출혈 등을 꼽을 수 있다.

김태준 원장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자궁근종을 치료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관찰만 해도 충분하다”며 “이런 경우 근종의 70~80%는 1년 안에 이렇다 할 변화가 관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근종이 있어도 증상이 없다면 막연한 불안감에 떨 필요는 없으며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를 받는 게 추천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자궁근종은 양성종양이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치나 크기, 증상 등에 따라 치료 여부가 달라진다. 환자들은 자신에게 자궁근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수술적 치료부터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엔 경구치료제가 개발돼 수술 없이도 성공적으로 자궁근종에 의한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

가임기 여성, 월경과다 조절하는 프로게스틴 제제부터 활용

자궁근종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발생했다고 여겨지는 만큼 치료 시 다양한 호르몬제제들이 쓰인다. 대표적으로 경구용 피임약 등 프로게스틴(난소·태반에서 합성돼 수정란의 착상·임신 유지 등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하는 여성스테로이드호르몬 총칭) 제제가 쓰이며 이는 월경과다를 조절할 수 있는 약제이다. 간혹 위장관계 부작용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젊은 가임기 여성이 가장 먼저 시도해 볼 수 있는 치료법이다.

폐경 앞두고 수술 부담스럽다면 GnRH주사 쓰기도

근종의 크기를 줄이고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유일하게 승인한 약물은 ‘GnRH(생식샘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gonado-tropin releasing hormone) 주사’다.

이를 주사하면 일시적으로 폐경과 유사한 상태를 만들어 근종의 크기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폐경과 유사한 상태를 만들기 때문에 갱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안면홍조, 발한, 불면증, 골밀도 감소 등을 야기할 수 있어 6개월 이상 활용하지 않는다.

김태준 원장은 “GnRH치료를 중단한 뒤에는 이같은 부작용이 사라지지만 감소했던 근종 크기도 원래대로 돌아간다”며 “따라서 자궁근종수술 전 빈혈을 교정하거나, 다른 내과적 질환으로 근종 치료를 미루거나, 폐경이 가까운 여성이 수술을 피하려고 할 때 일시적으로 유용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개복수술을 피하고 싶거나 질식·복강경 수술을 원하는 경우에도 쓰인다”고 덧붙였다.

SPRM계열 ‘이니시아 정’ 간편한 복용, 복용중단 후에도 작아진 근종크기 유지

김 원장은 “최근에는 프랑스 HRA파마가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신풍제약이 판매하는 SPRM(선택적 프로게스테론수용체 조절제, Selective Progesterone Receptor Modulator) 계열의  자궁근종 치료제인 ‘이니시아정’(성분명 울리프리스탈아세테이트, Ulipristal acetate)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약물은 1일 1회 1정 복용으로 자궁근종으로 인한 출혈을 신속하게 억제하고, 근종세포 증식을 억제할뿐만 아니라 사멸을 유도해 근종 크기를 줄여준다. 3개월 간 복용 종료 후에도 줄어든 근종 크기가 최대 6개월까지 유지돼 효과를 인정받았다.

최근 18~50세, 451명의 자궁근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연구에서 이니시아정을 3개월씩 4주기 투여하면(중간에 휴약기 가짐) 지속적으로 근종 부피가 감소해 최대 71%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니시아는 지난해 8월 자궁근종 환자의 간헐적 치료에 대한 추가 적응증을 획득했다. 간헐적 치료는 3개월 약물 복용 후 2개월 생리유도(휴약기)를 하는 사이클(주기)을 반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래 중등도-중증 자궁근종 환자의 수술전 치료로만 처방이 이뤄졌지만, 적응증이 추가되며 장기적인 약물치료를 원하는 환자의 진료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연구 결과 62%의 환자가 무월경에 도달했고, 73% 환자의 출혈이 조절됐으며, 통증도 대부분 정상 범위로 개선됐다. 약물을 지속적으로 반복 투여해도 부작용이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원장은 “현재까지 수술치료에 의존했던 자궁근종 환자들도 앞으로는 장기적 약물 치료요법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궁근종을 진단받은 환자는 수술하거나 참고 살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또하나의 신뢰뢰할 만한 치료옵션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자궁근종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수술이 불가피하지만 높은 근종 재발률 때문에 출산 계획이 없는 여성에게는 아예 자궁절제술을 권할 수밖에 없었다”며 “최근엔 자궁동맥색전술, 하이푸(HIFU), 약물치료 등이 널리 사용되면서 치료법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출산 계획, 나이, 기타 질병 유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 제한될 수 있다. 모든 치료에는 그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한 뒤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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