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통증에 아킬레스 짧아지며 쉽게 하체 붓게 만들어 … 놈코어룩 트렌드 겹치며 ‘굳이 신을 필요 없다’
하이힐에서 내려와 편안함을 추구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한동안 ‘각선미’를 살리기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꼽혔지만 최근엔 편안함 쪽에 더욱 비중을 두는 추세다.
여성과 하이힐은 애증관계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쁘지만 불편해 고통을 감내하고 힐을 신거나, 패션을 포기하는 식이었다. 하루 종일 발을 옥죄는 하이힐에 올라타 있다가 귀가하는 순간 구두를 벗을 때 믿을 수 없는 해방감을 느낀다.
치위생사 김모 씨(25·여)는 “발이 편해야 하루의 컨디션까지 안정되는 것 같다”며 “데이트를 할 때에도 무리해서 높은 구두를 신으면 움직임이 불편하고 발에 통증이 심해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미안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하이힐을 포기하고 단화로 갈아타서 활동에 제약 없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강제화는 2013년 여성 판매량의 83%를 차지하던 7㎝ 이상 하이힐 판매율이 지난해 54%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스니커즈, 슬립온, 로퍼 등 단화는 2013년 17%에서 지난해 46%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단화 판매량은 올해 1∼4월에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121%) 이상 증가해 하이힐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백화점도 캠퍼·락포트·가버 등 캐주얼·컴포트화 작년 매출이 전년 대비 21%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정장 구두 브랜드 매출 성장률은 0%에 머물렀다.
이같은 변화는 실용주의에서 파생한 ‘놈코어(Normcore)’ 트렌드가 떠오르고, 여성 스스로 편안함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건강을 위해 걷기를 생활화하는 사람이 늘었으며, 무리한 멋내기보다 꾸민 듯 자연스러운 연출이 선호되며 굳이 하이힐을 착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디자이너들도 이같은 분위기에 동참했다. 최근 선보이는 단화들은 비즈니스 캐주얼에도 적용할 만한 디자인이 적잖아 선택의 폭까지 넓어졌다. 편안함을 넘어 ‘예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브랜드가 선호된다.
실제로 단화에 비해 하이힐은 몸에 부담을 많이 주는 신발이다. 조준 연세 사랑병원 족부센터 소장은 “하이힐을 종일 신고 있으면 주변 근육이 계속 긴장상태에 놓여 신체균형이 깨지기 쉽다”며 “발 앞쪽에 쏠린 체중은 엉덩이 근육에 압력을 가해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결국 쉽게 피로가 쌓이게 만들어 비단 발 통증에 그치는 게 아니라 몸살이 날 정도로 심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압력이 지나치게 앞으로 몰리는 만큼 자칫 발 모양이 비정상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이때 발가락에 마비를 일으켜 영구적인 신경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발목이 지나치게 꺾여 아킬레스건이 축소되면서 다리가 쉽게 붓는 체질로 바뀔 수도 있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하이힐을 ‘척추건강의 주적’으로 여긴다. 구두를 오래 신으면 몸이 앞으로 기울고 무릎이 뒤로 과도하게 펴지기 때문에 골반이 틀어지고 배가 앞으로 나오는 체형으로 변해 S라인을 망가뜨린다. 이 과정에서 배가 앞으로 쏠리며 요통이 유발되거나, 골반이 뒤로 빠지면서 고관절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조 소장은 “부득이하게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면 한번 신을 때 6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한다”며 “신발주머니를 들고 다니며 평소에는 단화를 신다가 약속 장소에서 갈아 신는 방법도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앞부분이 지나치게 뾰족해 엄지발가락이나 새끼발가락이 불편한 모양은 피해야 발의 변형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힐을 신은 날에는 집에서 따뜻한 물에 족욕한 뒤 다리를 주물러 혈액순환을 돕는 게 좋다. 이는 구두를 신는 동안 굳어있던 근육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조 소장은 또 너무 굽이 낮은 플랫슈즈를 갑자기 신는 것은 피한다. 하이힐을 장기간 신다가 갑자기 플랫슈즈로 갈아타면 오히려 다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랜 시간 형성된 발, 발목, 다리 균형구조에 변화가 오기 때문이다. 너무 낮은 굽보다 3~4㎝ 정도로 굽이 있는 안정적인 단화가 추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