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가정의학과 교수팀(김미경, 심진아)은 치료 후 삶의 질이 떨어진 자궁경부암 환자는 사망 위험이 최대 6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연구팀이 국립암센터와 함께 2005년 국내 6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자궁경부암 환자 중 완치를 판정받은 860명을 6년 3개월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치료 후 신체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위험이 4.3배 높았다. 또 역할 저하는 4.8배, 정서적 불안정은 4.7배, 사회적 기능 저하는 3배씩 각각 사망위험을 높였다. 통증(2.8배)과 식욕 감퇴(2.9배)도 사망위험과 유의한 상관성을 보였다.
자궁경부암 치료 후 나타나는 신체모습 변화도 사망위험을 3.2배, 성 관련 활동 저하는 5.8배 높였다.
여성의 질과 연결된 자궁 부위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인 자궁경부암은 유방암, 난소암에 이어 국내에서 3번째로 흔한 여성 암이다. 최근 조기검진과 예방백신의 도입으로 사망률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치료 후 환자의 삶의 질은 낮은 편이다.
연구팀은 자궁경부암 환자의 삶의 질과 사망 위험간 상관성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동안 자궁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령, 암 병기, 종양의 특성 등 전통적인 예후인자에 대한 연구는 충분히 이뤄졌지만 삶의 질의 영향을 분석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질병과 예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향후 유전자분석을 기반으로 한 정밀의학에서도 이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암 경험자가 130만명을 넘어섰지만 치료 후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환자는 무엇을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암 재발 또는 사망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암 검진·운동·식이·체중조절 등과 함께 치료 후 삶의 질을 총체적으로 평가 및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부인종양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국제부인암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Gynecological Cancer)’ 5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