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특별한 기구가 필요없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간편한 운동으로 뼈에 미세한 자극을 가해 골밀도를 높이고 관절을 유연하게 만든다.
심장병·고혈압·비만 예방 및 성기능 향상에도 도움된다. 또 달리기에 비해 근골격계 손상 위험이 현저히 낮아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데도 한국인 10명 중 6명 이상은 걷기운동을 하지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걷는 자세가 잘못될 경우 다리·골반·척추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쳐 각종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허리통증과 전신통증을 초래하는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이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팔자걸음은 척추·관절질환을 유발하는 주원인으로 오랜 좌식생활로 무릎이 밖으로 휘어져 나타난다. 한쪽 다리를 반대편 다리에 꼬는 습관도 엉덩이관절과 정강이뼈의 외회전을 심화시켜 팔자걸음을 초래한다.
이런 자세로 걸으면 발 앞쪽이 바깥쪽을 향하면서 고관절과 무릎 바깥쪽에 무리가 가 퇴행성관절염이 유발 및 악화될 수 있다.
두 발을 안쪽으로 10~15도 모아 걷는 안짱걸음도 문제다. 김헌 강남연세사랑병원 척추센터 소장은 “안짱걸음은 무릎 안쪽 연골에 무리를 줘 무릎통증을 유발하고 아킬레스건이 위축되면서 하지의 피로도가 높아진다”며 “X자형다리를 초래하거나 골반을 틀어지게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잘못된 걸음걸이는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는 무지외반증, 무릎관절·고관절·골반·척추 통증을 야기한다.
걸음걸이의 이상 여부는 자주 신는 신발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제대로 걷고 있다면 신발 뒤쪽 바깥면이 약간 또는 뒤쪽에서 안쪽 앞면까지 골고루 닳게 된다. 하지만 한쪽 신발 굽만 닳거나, 앞 볼 부위가 뒷 굽보다 많이 닳는다면 걸음걸이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다.
김 소장은 “발이 11자 형태를 이루도록 걷고 뒤꿈치, 발바닥, 발가락 순으로 디뎌야 한다”며 “착지 순간에 체중의 1.5배가 발에 실리기 때문에 발꿈치부터 땅에 닿아야 앞으로 넘어지지 않고 발의 부상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선은 정면 10~15도 위를 바라보고 허리를 곧게 펴준다. 머리 무게는 약 5㎏에 달해 땅을 바라보고 걸으면 목에 20㎏ 이상의 하중이 전해져 거북목증후군이나 경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 위험이 높아진다.
걸을 때 배를 내밀어 상반신을 젖히는 것도 좋지 않은 습관이다. 상반신 무게는 체중의 약 60%를 차지하는데, 상체를 뒤로 젖히면 이 무게가 허리와 하지에 그대로 가해져 부담을 준다.
하루 중 걷기운동을 하기 좋은 시간대는 오후다. 특히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운동효과가 배가된다. 반면 늦은 밤부터 이른 아침까지는 뇌경색, 이른 아침부터 정오까지는 심근경색 증상의 발생률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큰 보폭으로 천천히 걷는 것보다는 작은 보폭으로 빠르게 걷는 게 바람직하다. 보폭이 커지면 다리·허리·척추에 무리가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