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항암제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율이 선진국 평균의 절반 이하에 그쳐 암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KCCA)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한국 암치료 보장성의 현주소’ 백서를 발간 및 배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회원국의 신약 보험 등재율, 신약 도입 속도 등을 비교한 이 백서에 따르면 2009∼2014년 국내 항암신약 건강보험 등재율은 29%로 비교 국가 평균(62%)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의학적으로 요구도가 높아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청(EMA)이 ‘신속 승인’한 항암신약 중에서는 8.5%만 국내에서 건강보험에 등재됐다. 비교 국가들의 평균은 54%였다.
항암신약이 허가받고 건강보험에 등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국이 평균 1년 8개월(601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길었다. 평균은 245일이었고 비교 국가 중 등재 기간이 가장 짧은 국가는 독일(70일)이었다.
정현철 KCCA 대표(연세대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암 진단과 치료법의 눈부신 발전으로 지난 40년간 암환자의 5년생존율은 40% 가까이 증가했지만 4기 암환자는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진단·수술·검진 부문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항암신약 접근성과 OECD에서 가장 느린 항암제 도입 속도 때문에 4기 암환자들은 최선의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봉석 중앙보훈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항암제 보장성과 관련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다른 질환과 비교하면 암에 대한 보장성 강화가 빠르게 이뤄져야 함을 알 수 있다”며 “비항암제 신약의 보험 급여율은 67%이지만 항암신약은 29%, 약제비 재정 지출 중 항암제 비율은 9%로 OECD 국가 중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CCA는 ‘암 치료의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의료진, 환자, 국회, 제약업계 등 전문가들이 모여 구성한 상설기구다. 정 대표는 “국민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에 걸맞은 선진화된 치료 정책과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족식에 참석한 김옥연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회장(한국얀센 대표)은 “지금도 전세계 제약사에서 1000여개의 항암신약을 연구개발 중”이라며 “국내 암환자들도 혁신적 항암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