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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고대 로마황제들의 기행, ‘납 중독’이 원인일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4-25 18:52:13
  • 수정 2020-09-13 19: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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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중 납 농도 10㎍/㎗ 넘으면 정동장애 위험 2.59배 증가 … 카드뮴, 심혈관질환 유발
어린이는 납 중독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영구적인 지능저하가 동반될 수 있다.봄철 짙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연이어 몰려오면서 공기 중 포함된 중금속으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서울 지역의 대기 중 납 성분은 평소의 2.6배, 카드뮴은 2.3배, 비소는 5배 높게 검출됐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아니더라도 현대인은 중금속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살고 있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오래된 프라이팬이나 냄비를 가열하면 중금속 성분이 발생하고, 평소 즐겨먹는 참치 등 생선류도 수은 등 중금속 축적의 원인이 된다.

중금속은 뇌에 악영향을 줘 정신질환 위험을 높인다. 특히 납은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활동을 저해하고 집중력과 행동통제와 연관된 전두엽을 손상시켜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을 초래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연구 결과 어린이의 혈중 납 농도가 10배 높으면 과잉행동 점수는 3.6점 증가한 반면 지능지수(IQ)는 7.2점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ADHD 어린이의 혈중 납 농도는 평균 10~20㎍/㎗로 건강한 어린이의 1~2㎍/㎗보다 10배 가량 높다. 어릴 적 납을 포함한 중금속에 많이 노출된 사람은 성인이 된 뒤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조증이나 울증을 보이는 정동장애 위험도 높아진다. 윤진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혈액내 납 농도가 10㎍/㎗ 이상인 사람은 4.10㎍/㎗ 이하인 사람보다 정동장애의 입원치료 위험이 2.59배 높다”며 “중금속 중 납은 생체반감기가 매우 길어 농도가 낮더라도 장시간 노출될 경우 정신질환 외에도 소화기장애, 신장 및 혈액독성, 말초 및 중추신경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납이 많이 쌓일수록 사고·학습·기억·표현능력이 떨어지고 노화가 평균 6년 이상 빨라진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고대 로마제국에서 유난히 정신질환 의심자가 많은 것도 납 중독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로마는 수로, 화폐, 장신구, 화장품, 술잔 등을 모두 납으로 만들었으며, 매년 사용량이 6만t에 달했다. 포도과즙을 농축해 만든 엑기스 사파도 문제였다. 사파시럽은 납으로 만든 솥에다 끓였는데, 이 과정에서 납이 시럽에 녹아들었다. 사파는 황제와 상류층만이 먹을 수 있었다. 황제를 비롯한 상류층들은 날마다 사파를 탄 포도주를 1~5ℓ를 마셨고 자연스럽게 중독됐다. 로마황제들은 정신질환과 각종 질병에 시달렸고 제대로 된 정치를 하지 못했으며 결국 로마를 파멸로 이끌었다.
현재 혈중 납과 관련해 통용되는 국제기준은 없으며 미국의 경우 10㎍/㎗(어린이는 5㎍/㎗)를 기준치로 권고한다.

윤 교수는 “과거 학계에서는 납 노출로 인한 정신질환이 발달 과정에 있는 아이에서만 나타난다고 여겼지만 최근 연구결과 성인에서도 같은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전히 정신질환을 개인의 심신 빈약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납 같은 중금속은 물론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정신질환과 관련된다는 점을 대중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납 중독은 식욕부진, 현기증, 구토, 체중감소, 혼수, 경련 등 뇌 관련 증상을 초래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증상이 개선되더라도 영구적인 지능저하가 동반될 수 있다. 성인에서는 근육쇠약, 마비, 관절통, 권태감, 불면증, 어지러움 등을 유발한다.

납 외에도 카드뮴·수은·비소·알루미늄·코발트·크롬·니켈·리튬·바나듐·안티몬 등이 건강문제를 유발하는 중금속으로 꼽힌다.이 중 납은 발암가능물질, 카드뮴은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이들 물질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피로·두통·면역력 저하·탈모·대사질환 등을 유발하고 암과 인지기능저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납이 정신질환 및 소화기질환 등과 연관된다면 카드뮴은 암 또는 심혈관질환과 직결된다. 혈액내 카드뮴 수치가 높아지면 혈압이 상승하면서 10년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매년 5%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가 카드뮴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인 활성산소가 생겨 혈관벽이 손상되고 이는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된다.
수은은 산화스트레스를 막아주는 항산화효소(anti-oxidant enzymes)의 활동을 무력화해 심장·신장·혈관·신경계질환과 암 발생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중금속 오염의 진실’이라는 저서를 쓴 일본의 오모리 다카시 박사는 중금속 중독을 해결해야 하는 이유를 ‘집 짓기’에 비유한다. 그는 “건강이란 집을 지으려면 탄수화물·지방·단백질·비타민·미네랄 등 5대 영양소라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하지만 토대에 잡동사니나 불필요한 돌덩이에 해당되는 중금속이 섞여있으면 건강 문제가 생기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설명했다. 중금속은 이런 돌덩이 해당된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보조기둥을 세우려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주방은 중금속에 가장 쉽게 노출되는 장소다. 코팅이 벗겨져 눌어붙는 프라이팬을 계속 사용하거나 프라이팬에 식용유 등을 두르지 않고 바로 음식을 조리하는 습관은 중금속 노출의 원인이 된다. 찌그러지거나 황금색이 사라져 은색으로 변한 양은냄비도 당장 버려야할 물품 중 하나다. 타는 것을 막기 위해 쿠킹호일을 깔고 고기나 생선을 굽는 행위도 지양해야 한다. 캔음료를 컵에 따르지 않고 그대로 마시면 침이 알루미늄을 녹이면서 중금속에 노출되기 쉽다. 표백방부제에는 상당수가 중금속을 함유하는 데 표백처리된 일회용 젓가락 등으로 국물요리를 먹는 것은 금물이다.

인체는 자정능력을 갖고 있어 중금속을 일정 부분 배출한다. 배출 경로는 대변(75%), 소변(20%), 땀, 폐를 통한 호흡 등이다. 즉 대사와 순환이 활발한 신체를 유지하는 게 중금속 배출의 키워드다.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려 기초대사량을 늘리고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갖도록 한다. 림프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림프마사지, 호흡명상, 아로마요법도 도움된다. 보통 독소는 체내에 지용성으로 축적되기 때문에 뚱뚱한 사람은 중금속 축적량이 많다. 체중감량이 체내 중금속 감소를 위한 필수 요소인 이유다.
중금속을 포함한 체내 독소를 해독하는 기관은 간이다. 간이 독소를 수용성으로 바꿀 때 도움을 주는 비타민이나 글루타치온 등 항산화물질을 섭취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마늘, 파, 양파, 부추, 생강 등은 해독성분이 풍부해 중금속 배출에 도움된다.

철분과 칼슘은 납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예방한다. 철분이 많이 함유된 육류·생선·계란·콩 등과 칼슘 함량이 많은 우유·요구르트·치즈 등을 자주 섭취한다. 비타민D는 칼슘 흡수를 돕고, 비타민C는 항산화 작용을 촉진해 납 중독 예방에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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