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에 떠다니는 환경유해물질인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가 피부장벽 기능을 무너뜨리고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키는 직접적 원인이라는 사실이 규명됐다. 여러 환경유해물질 중 이 물질만을 분리해 단독으로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강모·김지현 교수 삼성서울병원 환경보건센터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이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깨끗한 공기와 폼알데히드가 포함된 공기를 아토피피부염 환자 41명과 대조군 34명에게 각각 노출시켰다. 이어 안전성평가연구소 흡입독성연구센터(센터장 이규홍)와 공동 개발한 ‘환경유발검사시스템’을 이용해 피검자의 피부에 포름알데히드와 깨끗한 공기를 노출시켜 반응 정도를 살폈다.
그 결과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한 공기에 노출됐을 때 아토피피부염 환자와 대조군 모두 경피수분손실도(Transpidermal Water loss, TEWL)가 현저히 높아졌다. 경피수분손실도는 피부를 통해 수분이 손실되는 양을 의미한다. 수분 손실이 많아지면 피부가 건조해져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피부장벽이 손상될 수 있다.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된 시간에 따라 수분손실도는 점차 증가한다. 대조군의 수분손실도는 1시간 노출시 4.4%, 2시간 노출시 11.2%로 높아졌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경우 대조군보다 2배 가량 더 많은 수분이 빠져나갔다. 이들의 시간별 수분손실도는 1시간 노출시 10.4%, 2시간 노출시 21.3%로 측정됐다. 피부 산도(skin pH)는 1시간 노출군은 1.2%, 2시간 노출군은 2.0% 높아졌다. 이는 포름알데히드의 노출에 의해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피부기능이 손상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결과다.
이번 연구로 아토피피부염의 진단 및 치료법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기존에는 집 또는 주변 환경에서 포집한 공기에서 유해물질의 구성비나 농도 등을 토대로 간접 분석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어떤 물질이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포름알데히드에 특별히 민감한 환자라면 주요 발생원인 새 가구, 접착제, 페인트 등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권고하고 실내공기 중 포름알데히드 농도를 점검하면 된다.
연구팀은 같은 원리를 이용해 톨루엔, 미세먼지, 이산화질소(NO2),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등으로 검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안강모 교수는 “아토피피부염과 관련된 환경요인을 제거함으로써 불필요한 약물의 사용을 줄일 수 있다”며 “이는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비염 등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