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 좋기로 소문난 신혼부부 배모 씨(32·남)와 윤모 씨(28·여) 커플은 임신을 기점으로 ‘위기’를 느끼고 있다. 남편은 ‘아내가 너무 예민하다’고 말하고, 아내는 남편이 ‘자기밖에 모른다’고 서운해 한다. 호르몬·신체 변화로 어딘지 달라진 듯한 아내의 모습에 남편들은 자신을 향했던 관심이 태아로만 옮겨간 듯하며 소외감을 토로한다.
평소 좋은 남편이라도 임신 당사자인 아내만큼 상황을 실감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아이가 생겼다는 기쁨은 잠깐, 변한 아내를 이해하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 홍수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임신 초기 남편이 보기엔 아내의 배가 나온 게 아니여서 무관심한 경우가 적잖다”며 “아내가 느끼는 변화는 초기부터 시작되는데 남편이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반응을 보이며 임신부가 감당하는 고생은 두 배나 된다”고 지적했다.
배 씨 부부가 위기를 겪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들 부부는 술을 즐기는 편이라 아내는 임신 후 ‘한 잔’ 생각이 절실하다. 하지만 남편은 퇴근 후 ‘새로 사 온 와인’이라며 자랑하고 혼자 마시거나, 친목 술자리에서 늦게 들어와 아내의 기분을 긁기 시작했다. 남편은 이 같은 일이 아내를 화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한다.
전문가들은 남편도 아내의 변화된 생활에 맞춰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상호 배려’가 존재해야 아기도 스트레스 없이 성장한다. 부부가 함께하는 태교의 시작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다. 홍 원장은 “임신부가 일상에서 겪은 다양한 감정은 배 속에 그대로 전달돼 태아도 엄마와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고 고통스러워하므로 가족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신 중의 부부싸움도 여느 싸움과 마찬가지로 별 것 아닌 것 같은 말이나 태도가 불씨를 만든다. 부부싸움 줄이는 ‘꿀팁’을 소개한다. 미국 오하이오대 재니스 글레이서 교수팀의 연구 결과 부부나 연인 간의 말다툼 도중 ‘내 생각에는(Think)’ ‘왜냐하면(Because)’ ‘이유는(Why)’ 같은 ‘생각’과 관계있는 단어를 사용하면 스트레스반응이 덜 생겨 갈등이 수월하게 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적인 대화를 하며 생각과 관련된 단어를 많이 사용한 커플의 뇌에서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 늘어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수치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싸우는 중이라도 인지추론과 관련된 단어를 많이 사용한 커플의 사이토카인 수치가 좀 더 느리게 증가했다.
임신 중이라도 아주 싸우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하게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는 게 정답이며, 부부싸움은 ‘짧고 효율적’으로 시행하는 게 포인트다. 엄마가 감정을 속으로 삭이기만 하는 것도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