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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아이유도 겪었던 ‘폭식증’ … 낮은 자존감 회복이 관건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6-03-03 12:04:34
  • 수정 2020-09-13 19: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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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움은 권력, 다이어트 진짜 목적은 ‘사랑받고 싶은 욕망’ … 레이디 가가·브리트니 스피어스도 겪어
미국의 유명 가수 레이디 가가는 “나는 15살 이후로 폭식증, 거식증과 싸워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출처 = 레이디 가가 공식 홈페이지
폭식증은 흔히 침울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만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겉으로 밝고 활달하며 늘 주목받는 연예인도 상당수가 폭식증을 겪기도 한다.

가수 아이유는 2014년 7월 한 방송에 출연, 폭식증으로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항상 불안함을 느끼고 무기력해 자고 먹고를 반복했다”며 “마음이 공허한 건데 음식으로 속을 채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체질이 망가졌고 토할 정도로 먹어서 치료도 받았다. 폭식증이 다 나은 것은 아니다. 요즘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조건 먹어야 겠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같은 해 10월 탤런트 장나라도 방송에서 “자다가도 뭘 먹기 시작했다. 식사는 식사대로 하고 초코과자 같은 것을 10개씩 먹었다. 냉장고에서 (음식을) 갖고 와서 먹는 게 아니라 냉장고 열고 그 앞에서 허겁지겁 먹었다. 그렇게 먹으면 아나지는 것 같고 다시 잘 수 있을 것 같더라”고 털어놨다.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 김지연도 2013년 1월 방송에서 “한 번 쓰러진 경험을 겪은 뒤 다시 음식을 찾아 폭식했고 이후 탄수화물중독까지 걸려 다시 살이 쪘다”며 “살이 조금만 쪄도 미스코리아가 왜 저래 묻는다. 한 때는 음식을 먹으면 속이 거북해서 억지로 토하기 위해 노력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이런 섭식장애를 겪는 경우가 적잖다. 오프라 윈프리, 레이디 가가, 브리트니 스피어스, 린제이 로한, 제시카 심슨 등도 폭식증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레이디 가가는 “공식 홈페이지에 민낯에 속옷만 입은 사진을 공개하며 “나는 15살 이후로 폭식증, 거식증과 싸워 왔다”고 밝혔다.

폭식증은 약 2시간 이내에 일반인들이 먹을 수 있는 양보다 명백히 많은 음식을 먹으며, 음식 섭취에 대해 통제력을 잃는 증상이다. 체중 증가에 대한 공포를 지우기 위해 음식물을 토해내거나, 설사약·이뇨제를 남용하거나, 무리하게 운동을 하기도 하며, 자신의 체중과 체형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는 증상을 반복적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폭식증 환자들은 정크푸드·고탄수화물음식·초콜릿·케이크·탄산음료 등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선호한다. 특정 음식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콜라 1.5ℓ를 한번에 마신다는 여성도 있을 정도다.

이들은 혼자 먹는 것을 선호한다. 음식이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긴 하지만 자신의 행동, 즉 먹는 행위에 혐오를 느껴 남에게 자신의 ‘그런 혐오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싫어한다. 폭식하면서 속이 더부룩해지는 등 복통을 느끼며, 구토를 하면 이런 증상이 없어지지만 ‘결국 또 먹어버렸어’ 하는 자책감으로 우울증에 빠진다.

대다수 폭식증 환자는 가수 아이유 같은 유명 연예인처럼 체중이 정상 범위인 경우가 많은 데도 자신의 체중과 외모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지나치다.

비만·스트레스 전문인 유은정 좋은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날씬하고 예쁜 연예인들도 상당수가 폭식증을 겪는데 폭식증 여성이 다이어트를 하는 진짜 목적은 체중 감량이 아니다”며 “혹독한 체중감량을 하는 진짜 이유는 아름다움이 곧 권력인 세상에서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강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욕조절이 전혀 안된다면 스트레스·우울·짜증·외로움 등을 달래기 위해 감정적으로 먹고 있는 것”이라며 “마음이 굶주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원인을 해소해주는 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8~2013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에 따르면 폭식증으로 2013년 진료받은 환자는 1796명으로 집계됐다. 폭식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했다. 전체의 93.8%인 1684명이 여성으로 남자보다 15배 많은 셈이다. 20~30대 여성은 전체 진료 인원의 66.5%(20대 42.1%, 30대 13.4%)에 달했다. 젊은 여성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는 증거다.

유은정 원장은 “20대 여성은 미모와 날씬함을 대접해주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성형시술, 무리한 다이어트를 강요받고 있다”며 “자존감이 낮은 여성일수록 외모의 기준이 현격하게 높아 종종 자기비하에 빠지게 되고, 폭식증은 잘못된 다이어트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따라서 낮은 자존감의 회복이 치료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내가 살이 찌면 사람들이 알아볼 것이고 나는 인생의 실패자가 될 것’이라는 강박감에 빠져 다이어트가 삶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다”며 “무리하게 식사 양을 줄이거나, 갑자기 먹게 되는 등 적절한 식사조절이 점점 어려워지고 급기야 사람들 만나는 것을 꺼리게 되고, 심지어 학교를 휴학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적잖다”고 설명했다. 

체중감량에 성공했더라도 결국 식욕을 조절하지 못하면 문제가 반복되기 마련이다. 지방흡입술, 위밴드수술 등으로 날씬한 몸매를 얻었더라도 식욕억제조절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살이 찌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한 폭식증 환자는 “먹기 싫은데 손은 이미 음식을 집고 있고 입은 어느새 먹고 있다. 그런 나 자신이 정말 싫다. 끔찍하게 반복되다보니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폭식하려는 기미가 보이면 허기 이면의 감정을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된다. 유은정 원장은 “식사한 직후에도 배가 자꾸 고프다면 ‘내가 심심해서 먹게 되는구나’, ‘지금 짜증이 나있구나’, ‘화가 났구나’ 등 여러 가지 감정을 살펴볼 여유를 가져봐야 한다”며 “폭식증이 심해지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신경전달물질이나 식욕중추 조절에 이상이 온 것이므로 약물요법이나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경계의 세로토닌 시스템을 항진시키는 항우울제를 이용한 약물치료가 가장 많이 시행되며, 폭식증의 증상을 경감시켜준다. 이와 함께 폭식과 관련된 식이행동을 조절하고 음식·체중·체형 등에 대한 잘못된 신념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가 병행될 수 있다. 무의식적인 정신역동을 다루는 정신분석치료가 적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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