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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위 잘타는 체질, 질병 알리는 바로미터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1-10 22:06:34
  • 수정 2016-01-13 19: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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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상선기능저하증·레이노증후군 등과 연관 … 우울증 환자, 세로토닌 감소해 추위에 민감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과할 땐 갑상선기능저하증 등 질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추위를 유독 잘 타는 사람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원래 타고난 체질인가보다 하고 가볍게 여기기 쉽지만 몸에 병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인체에선 신진대사에 의해 일정량의 열이 발생하고 호흡, 체액, 피부 등을 통해 다시 열이 빠져나가는 게 반복된다. 추위를 느낄 때 인체는 몸을 움츠리고 피부의 땀 배출을 줄여 체온을 유지한다. 즉 추위를 느끼는 것 자체는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정도가 과할 땐 질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남보다 추위를 심하게 타면서 왠지 기운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사람, 특히 여성은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질환은 갑상선호르몬 부족으로 말초조직의 대사가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추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상은 체내에 갑상선호르몬이 줄어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콜레스테롤 등 몸 밖으로 빠져나가야 할 물질이 몸속에 쌓이면서 원활한 혈액순환을 방해해 추위를 타게 된다. 또 땀샘이 줄고 세포 생성 속도가 느려진다. 식욕이 떨어지고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증상도 나타난다. 송기호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열이 나는 항진증과 반대로 저하증은 추위를 많이 타고 피부가 건조해진다”며 “한 번 발생하면 오랫동안 꾸준히 치료제를 복용하고, 주기적인 혈액검사로 용량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이 질환은 전신의 대사과정이 저하돼 추위에 민감한 증상 외에도 피로, 동작과 말 느려짐, 변비, 체중증가, 서맥, 빈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밖에 안면부종, 탈모, 심낭삼출, 난청, 우울증, 관절통, 근육통, 근경련, 운동실조, 고지혈증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평소 우울증이 있는 사람도 추위를 잘 탄다. 우울증에 빠지면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부족해지기 쉽다. 세로토닌은 열에너지를 발산하는 역할을 하므로 분비량이 부족하면 평소보다 추위를 많이 느끼게 된다. 즉 우울증을 자주 겪는 사람이 겨울철에 유난히 추위를 느끼는 것은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셈이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식욕, 수면, 근수축, 사고, 기억력, 학습 등 많은 기능에 관여한다. 혈소판에 저장돼 지혈과 혈액응고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무리한 다이어트나 저체중도 추위를 잘 느끼게 하는 원인이다. 음식을 먹어 열이 생산되는 ‘식이성 발열’은 식사 후 1시간이 지나면 최대치에 달하고, 특히 단백질을 섭취할 때 상승폭이 커진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지나치게 소식하거나, 저칼로리 식품 위주로 먹으면 열 발생이 적어져 추위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마른 사람이 추위를 더 잘 타는 것은 근육량이 적기 때문이다. 인체는 먹을 때 외에도 근육을 사용할 때 많은 열을 발생한다. 하지만 근육량이 적고 저체중이 심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열 발생이 적어 추위를 잘 타게 된다. 저체중은 체질량지수(BMI)가 18.5보다 낮은 상태를 의미한다.
근육량이 적으면 추위를 더 탈 수밖에 없다. 지방을 줄이는 다이어트를 할 때 근육운동을 병행토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인 비만인 환자는 지방이 많아 추위를 덜 느낀다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 비만한 사람도 휴식대사량과 식이성 발열이 낮아져 추위를 잘 탄다. 휴식대사량은 신체기능과 체내 항상성 유지, 자율신경계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량이다.

겨울철 손발이 시린 증상이 너무 잦다면 레이노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질환은 손·발·코·귀 등에 있는 동맥이 추위, 진동, 스트레스 등에 노출되면서 일시적으로 말초동맥에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교감신경이 예민해져 신경 말단에서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이 과하게 나오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낮은 온도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11~2월 사이에 발생률이 높다. 실제로 이 기간 병원을 찾는 환자는 전체의 60%에 달한다.

레이노증후군으로 손·발가락 끝의 혈관이 지나치게 수축돼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면 주변 살 색이 파란색으로 변한다. 이후 따뜻한 곳으로 돌아오면 피가 순환하면서 손가락 색깔이 돌아오는데, 이 과정에서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고 심하면 말초조직이 괴사되기도 한다. 더운 여름철에도 차가운 물에 손발을 담그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조진현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레이노증후군은 낮은 온도가 직접적인 발병 요인이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12월부터 3월 사이에 병원을 찾아온다”며 “차가운 공기·물을 피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평소 조깅 같은 유산소운동이나 족욕으로 혈관을 이완시키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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