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치매 정밀검진의 신경인지검사 비용이 최대 40만원에서 8만원으로 내려간다. 치매환자 상담을 꺼려왔던 의사들을 위해 건강보험 수가가 신설된다. 또 중증 치매환자 가정에 요양보호사가 24시간 상주하고,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해 여행바우처가 지급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이같은 내용의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최근 본격적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 환자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2010년 47만4000명이던 치매 환자는 2015년 64만8000명으로 늘었으며 2024년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환자는 전세계에서 4초마다 한 명씩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67초, 국내에서는 15분마다 새로운 치매 환자가 생겨난다.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암, 심장질환, 뇌졸중 세 가지 질병을 모두 합한 비용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국가총비용은 2010년 기준 연간 8조7000억원이었으며 1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해 2020년엔 18조9000억원, 2030년엔 38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08년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치매종합관리대책을 발표했고, 2012년에는 치매관리법을 제정하는 동시에 2차 치매관리종합계획을 수립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번 3차 계획안에는 치매 정밀검진 중 신경인지검사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경인지검사는 지금까지 비급여 항목이어서 7만~40만원의 관련 비용을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기존 비용의 20%선인 8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치매가족 상담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도 신설된다. 치매는 다른 질환과 달리 병원에 내원할 때 가족과의 동행이 요구된다. 이로 인한 상담시간이 길어져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의 의사들은 치매 상담을 꺼리기 일쑤다. 건강보험 수가가 신설되면 이런 문제점이 어느 정도 해결될 전망이다.
또 2017년부터는 1·2등급 중증 치매환자 대상으로 연간 6일 이내의 24시간 방문요양서비스가 제공된다. 저소득·독거·중증 치매노인을 대상으로는 공공후견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재산관리 등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3차 계획에서 눈에 띄는 점은 치매환자 가족 지원이다. 정부는 2017년부터 치매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여행바우처 사업을 추진한다. 연간 6일 정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바우처를 지원하는 것으로, 정부는 치매환자 1인당 3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토대로 노인 중 치매환자 비율을 의미하는 치매 유병률의 증가율을 현재 2.14%에서 2018년 1.64%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치매는 조기진단 검사뿐만 아니라 간호, 복지, 작업치료, 물리치료, 전문요양 등 다양한 분야의 후속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검사 비용이 비싼 탓에 진단과 치료에 적극적이지 못한 게 현실이다. 또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조금 나빠졌다고 생각하고 질환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치료를 계속 미루면 증상 호전의 기회를 놓쳐 인지기능 소실 등 심각한 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 보통 초기 증상으로 기억력이 감퇴되고,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며, 짜증이나 화를 잘 낸다. 음식을 자주 흘리거나 젓가락질이 서툴러지며 불면증, 의심이 심해지는 편집적 행동, 불안감, 우울증 등이 동반된다.
이번 3차 계획으로 치매 환자들의 부담이 일부 줄어들 전망이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치매 진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불화디옥시포도당 양전자단층촬영(FDG-PET)검사 등은 여전히 비급여 항목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지난해 12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이용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883명(88.3%)이 치매 진단 시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기 위한 FDG-PET검사를 받겠냐는 질문에는 688명(68.8%)이 ‘아니오’라고 답변했으며 이유로 비용에 대한 부담 593명(74.6%)이 가장 많았다.
FDG-PET검사는 방사성의약품을 체내에 주입해 이상 세포를 탐지한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보다 이른 시기에 치매를 진단할 수 있지만 비용이 비싼 게 흠이다. 비급여 항목으로 검사 한번에 60만∼120만원(보건복지부 고시 70만원)이 소요된다. 그동안 MRI 검사가 치매 조기진단의 핵심검사로 활용됐지만 최근 들어 효용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은 MRI보다 더 낮은 진단 효율을 보인다.
김태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억력 감퇴나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날 때 나이 탓으로 여겨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가 많다“며 ”기억력 저하나 인지장애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치매선별검사로 치매 가능성을 체크하고,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