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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혀 길이 늘이는 설소대수술, 정말 영어 ‘R’ 발음 좋아질까?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1-04 05:54:33
  • 수정 2020-09-13 19: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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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원 환아 20%만 수술 필요, 발음과 직접적 연관성 없어 … 수술트라우마로 정서적 문제 우려
 설소대절개술이 필요할 정도로 설소대가 짧은 비율은 아이 1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몇년 전 서울 강남권 일대에서 아이의 영어발음을 좋게 한다며 짧은 혀 길이를 늘이는 설소대제거술이 유행해 충격을 줬다. 당시 언론보도 등을 통해 혀 길이와 영어발음은 크게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국내 곳곳에서 발음 교정을 목적으로 설소대제거술이 이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0~9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설소대절제술 건수는 2010년 2042건에서 지난해 3065건으로 4년 새 50%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설소대제거술과 발음간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며, 선천적으로 혀가 짧아 모유수유 등에 문제가 생긴 경우 등을 제외하면 무리하게 수술받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설소대는 혀의 아랫면과 입의 바닥을 연결하는 작은 섬유성 조직으로 모든 사람이 갖고 있다. 혀를 입 바닥에 고정해주는 역할 외에 특별한 기능은 없다.
이 부위가 너무 짧아 유아기 시기에 모유수유 등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을 설소대단축증이라고 한다. 대부분 선천적인 경우가 많지만 드물게는 수술이나 외상에 의해 생길 수 있다. 설소대가 짧으면 혀를 길게 내밀지 못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모유수유를 할 때 아이가 젖꼭지를 깨물어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짧은 정도가 심하면 혀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해 혀가 윗입술, 윗잇몸, 입천장에 닿아야 제대로 소리나는 ㄹ, ㅅ, ㅆ, ㅈ, ㅊ 등 발음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유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데 지장이 없어 1세 미만에서는 모르고 지내다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발음에 장애가 생겨 알게 될 때가 많다. 혀를 내밀어도 앞니를 넘어오지 못하고, 내밀 때 혀 중앙이 아치상으로 굽어지며, 설소대의 이상 긴장으로 아래 앞니(하악중절치)가 벌어진다.

비정상적 설소대는 혀와 혀의 기저부를 연결하는 소대만 혀 전방에 부착된 경우와 혀 기저부 하방의 이설골근이 전방에 위치되면서 발달된 경우로 나뉜다. 전자는 비교적 수술이 간단하고 수술 후 재유착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후자이거나 두 패턴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 수술 부위가 비교적 깊고 절제량이 많아 치유 기간이 길고 유착이 생길 수 있다. 

주영로 하나이비인후과 부원장은 “영유아가 혀를 내밀었을 때 혀 끝이 입술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혀 끝 중앙 우묵한 부분에 돌기가 생겨 혀 모양이 정상적인 U자가 아닌 W자가 된다면 수술해주는 게 좋다”며 “수술 시기는 말을 완벽하게 배우기 전인 5세 이전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생후 6개월 전이면 마취 없이 설소대를 살짝 잘라주는 과정만으로 시술이 끝난다. 6개월 이후엔 부분마취 후 설소대를 제거한 뒤 다시 유착되지 않도록 봉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술 도구로는 가위, 바늘이 달려 있는 전기소작기, 레이저 등이 사용된다. 신생아는 혈관이 발달되지 않아 출혈 염려가 적어 사용이 쉽고 절개가 빠른 가위를 사용한다. 그 이후 연령대 아이들은 절개하면서 자연적으로 피를 응고시키는 전기소작기를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발음이 이상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수술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발음은 혀 길이가 아닌 혀의 운동성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혀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다양한 운동을 하는 근육의 집합체다. 따라서 혀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발음이 가능해지고, 혀 위치에 따라 발음의 정확도도 달라진다.
설소대절개술을 받으면 영어의 R과 L 발음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는 의학적 근거가 없다. 주형로 부원장은 “설소대가 매우 짧은 경우를 제외하면 설소대수술 후 발음이나 혀짧은 소리가 개선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확한 발음 습득은 나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지므로 특정 발음이 되지 않는다고 성급하게 수술을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의학적으로 수술이 필요한 만큼 설소대가 짧은 경우는 상담하러 온 소아 환자 중 1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

또 어린 나이에 수술대 위에 올랐다가는 공포심과 충격 탓에 트라우마가 생겨 정서적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영어 발음과는 무관하다’는 의사의 만류에도 수술을 감행했지만 발음 개선엔 별다른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짜증이 심해지는 등 아이의 심리 상태에 문제가 생긴 사례가 많다.
수술 후 턱 밑 부위가 붓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주 부원장은 “수술 중 침이 흘러나오는 침샘 분비관을 봉합하는데, 수술 후 봉합 부위에 부종이 생겨 턱밑 침샘 인근이 붓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의마다 기준이 달라 증상이 같더라도 수술, 단순 경과 관찰, 언어치료 등으로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다.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아보고 전문병원이나 대학병원에 한번 더 방문해 의견을 종합한 뒤 치료계획을 결정하는 게 좋다.
꼭 수술을 받지 않더라도 언어치료만으로 발음 교정이 가능하다. 주 부원장은 “이비인후과에서는 언어치료사와 협진해 음성언어치료를 시행한다”며 “발성기관 검사를 통해 환자의 발음 및 발성의 문제점을 파악한 뒤 언어치료사가 올바른 발음 및 발성 훈련을 시행해 부정확한 발음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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