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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프로야구 선수 몸값 ‘팔꿈치’에 달렸다 … 토미존수술 들어보셨나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12-30 06:58:42
  • 수정 2020-09-13 19: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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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후 90% 이전 상태로 회복, 힘줄 8자 모양 연결 … 구속 향상 직접 연관성 없어
박진영 네온정형외과 원장최근 프로야구(KBO) FA(자유계약)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선수들의 몸값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과 경력을 보유한 선수라도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경우 팀과의 계약에 매우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공을 던질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팔꿈치의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은 기량 하락과 은퇴로 직결될 수 있다. 야구선수가 아니더라도 노동강도가 센 일반인이나 체조, 핸드볼, 유도, 역도 등 팔을 당겼다가 쭉 펴는 동작이 많은 운동선수들은 팔꿈치 부상에 쉽게 노출된다. 심각한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은퇴 위기에 놓인 선수들을 회복시킨 게 ‘토미존수술(Tommy John surgery)‘이다.

이 치료법은 끊어진 팔꿈치 인대를 다른쪽 팔꿈치의 인대로 교체해 팔꿈치기능을 예전처럼 회복시킨다. 약 40년 전 처음 시도된 뒤 운동선수들의 팔꿈치 부상 회복 및 재활에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일부 어린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는 기량을 빠르게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잘못 알려져 작은 부상인데도 수술대부터 오르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야구선수들 중에서는 수술 후 구속이 5㎞ 가량 빨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1963년 데뷔한 토미 존(Thomas Edward John Jr)은 메이저리그 통산 288승을 올린 좌완 투수였지만 1974년 당한 팔꿈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공을 던질 땐 물론 던지고 난 뒤 팔꿈치 안쪽에 심각한 통증이 느껴졌다. ‘데드암(dead arm)’으로도 불리는 이 증상은 공을 던질 때 팔꿈치 척골측부인대(ular collateral ligament)가 파열돼 나타난다. 당시 프랭크 조브(Frank Jobe) 박사는 성공률이 낮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수술을 감행,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토미 존은 재활을 거쳐 1976년 마운드에 복귀했으며 13년 뒤 은퇴할 때까지 164승을 더 거뒀다. 국내에서도 류현진, 오승환, 임창용 같은 유명 투수들이 이 수술을 받고 재활에 성공했다.

토미존수술은 팔꿈치를 구성하는 위쪽 뼈와 아래쪽 뼈에 각각 두 개씩의 구멍을 낸 뒤 채취한 힘줄을 8자 모양으로 끼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엔 8자 모양 윗부분을 서로 연결시켜 신장력을 높이는 ‘도킹(docking)법’이 도입됐다. 이식된 힘줄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대처럼 변해 팔꿈치를 지지해준다.
수술 후에는 3주간 팔에 부목을 댄 뒤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부목을 제거한 뒤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팔을 약 30도 구부리고 100도 정도 펴주는 운동을 실시한다. 재활엔 최대 1년 3개월이 소요된다.

박진영 네온정형외과 원장은 “프랭크 조브 박사가 처음 집도할 당시만 해도 수술 성공률이 65% 정도에 불과했지만 점차 수술기법이 발전하면서 94% 수준으로 향상됐다”며 “국내 연구에서는 수술 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된 환자가 90%, 회복은 됐지만 불편함이 약간 존재하는 환자는 4%, 수술 후 기능이 오히려 떨어진 환자가 5%, 아예 회복지 않은 환자는 1%의 비율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인대재건수술의 경우 1~2㎜ 오차만 생겨도 인대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돼 고도의 술기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스포츠의학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관련 논문이 발표되는 센터가 5군데에 불과하고, 국내에서도 토미존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은 부분마취, 한국은 전신마취 후 수술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박 원장은 “미국에서는 손상 부위와 같은 쪽 팔의 인대를 떼어 수술에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전신마취를 할 필요가 없다”며 “국내의 경우 주로 사용하는 쪽의 팔 인대를 떼어내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전신마취 후 다른 쪽 팔의 인대를 채취한다”고 말했다.

투수들은 팔꿈치 인대 보호를 위해 투구 수를 적절히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팔꿈치 인대가 견딜 수 있는 장력은 260N(1N=0.1㎏) 정도이지만 시속 150㎞의 속도로 공을 던질 경우 290N까지 치솟는다. 공을 던질 때 팔꿈치에 가해지는 장력 중 내측인대가 3분의 1, 관절막과 근육이 3분의 2를 담당한다. 하지만 공을 50~60개 던지고 난 뒤에는 지구력과 근력이 떨어지면 내측인대가 부담하는 힘의 비율이 2분의 1 수준으로 올라간다. 이로 인해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피로 상태가 자주 반복되면 내측인대가 과부하되면서 파열된다. 

직구를 던질 때 팔에 무리가 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팔꿈치를 비틀어 공에 스핀을 주는 변화구가 인대 손상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여러 구종 중 슬라이더가 팔꿈치에 가장 많은 부담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원장은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선수는 직구와 커브만 던지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중학생을 대상으로하는 리틀 야구단도 변화구의 비율을 30% 이내로 한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수술은 성장판이 닫힌 이후나 닫히기 직전인 환자에게만 적용 가능하지만 어린 나이임에도 구속을 올리고 싶다는 생각에 무조건 수술부터 받으려는 선수가 종종 있다. 미국에서도 토미존수술을 받은 18세 미만 투수의 비율이 15%에서 2005년 3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술 자체로 구속이 빨라진다고는 보기 어려우므로 어린 나이에 무리하게 수술받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박 원장은 “수술 후 6~15개월의 재활기간 동안 온몸을 쉬고 전반적인 신체기능이 향상되면서 구속이 향상되는 것”이라며 “공의 속도는 하체와 허리의 힘에서 51~53% 결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팔 인대를 재건했다고 해서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수술은 야구선수에게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육체노동이 많은 일반인이나 체조·핸드볼·역도·유도선수에게도 시행된다. 물을 따르는 등의 일상생활에서는 내측인대보다 외측인대가 더 많은 영향을 끼치므로 일반인은 외측인대 재건을 받는 사례가 많다.

수술 후에도 12~18개월의 재활을 거쳐야 팔꿈치 인대가 제대로 회복된다. 근력을 제대로 강화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을 던지면 인대가 늘어나면서 끊어지고 팔꿈치 관절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박진영 원장은 “적절한 휴식과 인대 주변 근력 강화로 팔꿈치 부상을 예방하는 게 우선이고, 무조건 수술부터 받으려는 자세는 지양하는 게 좋다”며 “수술 후에도 투구폼 등 근본적인 원인을 고치지 않으면 재발 위험이 높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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