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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한방면역연구회, 천지산+면역효소로 암환자 치료 재시동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5-12-24 11:23:39
  • 수정 2020-09-13 20: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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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규석 경희대 한의대 교수 인터뷰 “독성 걱정 안해도 돼, 획기적 신약 가능성 보여”
1996년 ‘기적의 항암제’로 알려진 후 유효성·안전성 논란을 빚었던 ‘천지산’(테트라스)의 부활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방면역연구회(회장 김정진)를 중심으로 지난 11월말부터 천지산에 면역효소를 병용하는 ‘한방천지산’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연구회 고문을 맡고 있는 안규석 경희대 한의대 교수(67)는 ‘신동아’ 12월호에 기고를 통해 천지산의 역사와 약효 등을 소개했다. 한 때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천지산은 현재 2상 시험이 중단된 상태다. 자금 부족과 주주간 갈등, 안전성 논란 등이 요인이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유럽 및 중국 임상시험을 통해 천지산의 효능을 검증하고 세계시장으로 나아갈 태세다. 이에 안규석 교수를 통해 천지산의 현황과 가능성을 타진해봤다. 

- 최근 근황은 어떠신지.
“한의계 선후배를 만나 한의학 발전을 위해 논의하고 친목도 도모한다. 틈틈이 저술도 한다. 한방면역연구회 고문을 맡아 인간중심적인 한의학의 특징을 살려 연구 방향이 설계되도록 자문에 응하고 있다. 한방 병리·약리 전문가로서 30여년간 축적한 실험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질병 발생의 기본 원리 및 치료기전 이론을 정립해주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 천지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민간의술을 연구하던 배일주 씨가 1986년께 비소(砒素, As)의 독을 없애는 방법, 천연물 비소의 법제(法製) 방법을 배운 것을 계기로 천지산이 탄생했다. 천지산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환자들에게 처방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다수의 환자에서 효과를 봤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와 보호자는 배일주를 무자격 의료행위로 고소·고발했다. 개발자가 법정에 서게 되자 한편으로는 천지산을 얻으려는 암환자와 가족들이 탄원서를 내는 촌극이 빚어졌다. 천지산 투여로 병기가 호전되는 사례가 적잖아 한의학계에도 눈여겨 보고 있었다. 때마침 경희대 한의대 병리학교실을 거친 후배나 제자들이 천지산이 획기적 암치료제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다고 판단해줬다. 또 실험실적 연구를 주로 하는 중·고교 선배 가족이 천지산 복용 후 암세포가 사라졌다고 말해줬다. 하지만 몇 주 후 장이 천공됐다는 말을 듣고 이런 부작용만 해결하면 좋은 약이 되겠다고 생각했고 이 때부터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 천지산에 대한 대체적 약효(유효성 안전성)를 어떻게 평가하고 향후 상업적인 전망은.
“2003년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천지산의 임상시험을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 2005년에 1상 임상결과가 나왔다. 수술이나 방사선 및 항암제 치료 등에 반응하지 않아 다른 치료법이 없었던 15명의 말기암(자궁경부·설·후두·요로·위·폐·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천지산을 투여한 결과 15명 중 10명(66.7%)의 암 진행을 일정 기간 막을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불변’ 기준에 해당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 중 2명의 자궁경부암 환자와 1명의 두경부암 환자는 암 세포가 괴사하는 효과까지 관찰됐다. 이런 1상 결과로 볼 때 천지산은 분명 여러 종류의 암에 효과적이지만 개인의 체질에 따라 분량을 잘 조절해야 유효성과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당시 임상 연구진도 효능을 인정할 만큼 신약으로서의 전망은 밝다.”

- 천지산이 효과를 나타내는 약리기전은 뭐로 보나.
“한의학적 관점에선 이독제독(以毒制毒)이다. 암이 독이라면, 그것을 없애는 약도 독이어야 한다. 현대의학적인 약리기전은 천지산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사멸시키고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신생혈관의 생성을 막아 암세포의 전이를 억제하며 △‘방사선 감작(感作) 효과’를 통해 방사선 항암치료 효과를 높인다고 볼 수 있다. 부작용이 적어 병원에서 처방하는 표준항암제와 병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 천지산의 주된 원소물질이 비소이기 때문에 의구심어린 눈초리로 보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한다.
“비소는 과거 사약의 재료로 쓰일 정도로 맹독성을 갖고 있지만 한의학에선 석웅황(As₂S₃)을 고전적 약재로 썼을 만큼 일련의 법제를 거치면 안전하다. 법제란 천연물 생약의 독을 없애거나 약효를 증대시키는 한방 제조 행위다. 천지산은 석웅황을 법제해서 만든다. 비소는 1970년대부터 백혈병 치료제로 쓰여 왔다. 결국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을 뿐 한의사의 관리 아래 환자에게 사용한다면 독성은 걱정 안해도 된다.”

천지산(육산화비소, As₄O₆)은 As가 독성물질임에도 불구하고 법제했기 때문에 안전한 것이다. 과거 사약(賜藥)이나 자살약으로 쓰인 비상(砒霜)이 삼산화비소(As₂O₃)이다. 삼산화비소는 자연계에서 As₂O₃분자로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산화수 3가인 비소가 5가인 비소보다 독성이 6배 가량 높고 체내 이동성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같은 3가라도 아비산(H₃AsO₃)이 석웅황이나 육산화비소보다 독성이 훨씬 강하다. (주)천지산이 개발 중인 신약 천지산(일명 테트라스, TetraAs)은 법제된 육산화비소(As₄O₆, Tetraarsenic Oxide)를 원료로 하는 항암제로서 삼산화비소보다 독성이 훨씬 약해지며 항암제로 처방할 수 있는 수준이다.

- 천지산 법제의 노하우는 뭔가. 현재 천지산의 지적재산권은 누가 소유하고 있나. 국내 개발 단계는.
“석웅황에 특정 약물을 반응시켜 천지산을 얻는다. 아주 복잡한 노하우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 영업기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는 없다. 지재권은 현재 (주)천지산이 다 갖고 있다. 한방면역연구회 소속 한의사들이 일부 지재권 사용권한을 부여받아 천지산 법제 방식을 공유하고 안정화 작업을 마치고 자체 제조해 환자에게 처방하고 있다. 국내선 양방치료를 전혀 받지 않은 사람으로 환자를 모집해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임상시험 진행을 멈춘 상태다. 그래서 해외 임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테트라스의 중국 임상은 언제 시작되나.
“현재 다수의 연구자임상과 실험실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 차원의 신약개발 지원자금이 나오면 본격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럴 경우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도 동참할 의향을 비쳤다. 내년 상반기 (주)천지산의 코넥스 상장을 앞두고 그동안 이뤄진 중국내 연구자료가 대거 발표될 예정이다.”

- 유럽 임상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익히 알려진 물질인 데다 국내서 1상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독일이나 여의치 않으면 호주에서 1·2상이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1상은 약의 용량과 독성 여부, 약물의 체내 동태 관찰 등을 목적으로 하며 2상은 1상에서 결정된 용량의 적정성 여부와 약물의 효과 등을 살피게 된다. 과거 (주)천지산은 자궁경부암을 시작해 방광암·폐암·대장암·간암·백혈병 등으로 국내 2상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 최근 한방면역연구회 소속 한의사를 중심으로 ‘한방천지산’을 처방하고 있다. 한방천지산에 추가된 성분과 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천지산에 한방 면역효소를 병용하는 한방천지산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면역효소는 당귀·삽주·형개·길경·황기를 특수 발효시킨 것으로 한방면역치료를 꾸준히 연구해온 김정진 연구회장이 개발했다. 인터페론-감마(INF-γ)와 종양괴사인자(TNF-α)를 유도해 항암 및 항아토피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입증됐다. 천지산과 면역효소를 병용함으로써 항암작용 상승효과를 얻고 있다.”

- 최근 신동아 12월호에 게재한 글로 한의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고하게 된 계기는.
“천지산이 성공 가능성이 충분한 항암 신약후보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제도적 악조건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기고하게 됐다.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바이오,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산업에 대한 굵직한 육성지원정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한방 칸막이에 의해 통합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 한방항암치료라는 게 암환자들에게는 요원할 수도 있는데 치료성과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한의학은 고대부터 한국인들을 돌보고 치료해 온 고유의 전통의학이다. 병소나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보다는 근본적인 치료를 목표로 질병을 다뤄왔기 때문에 감염이나 몸 안에서 비이상적인 증식을 하는 암의 치료에 강점을 보인다. 현대의학적 관점에서 약리연구만 뒷받침되면 얼마든지 난치성 내과질환을 치료할 잠재력을 안고 있다.”

- 한방천지산뿐만 아니라 ‘넥시아’에 대한 한방항암제 효능 논란이 있는데.
“천연물신약으로 인정받은 것 중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의계에서 처방돼온 게 상당하다. 한의사가 시행하는 새로운 치료법이나 항암치료는 현행 의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논란이 되는 게 선배 한의학자로서 안타까울 뿐이다. 환자를 위한 길에는 양한방이 따로 없듯이 한의학계의 새로운 시도에도 관심과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한의학적 접근은 다른 의학이 못하는 고유의 장점을 갖고 있다. 기존 방식대로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학문 분야의 장점을 살리고 이를 융합해 혁신하는 통합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규석 교수는?
1975년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석사·박사를 취득,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병리학 주임교수, 한의대 학과장, 대학원 주임교수, 한의대 학장 등을 거쳤다. 동의병리학회·한방체열의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은퇴 후에도 정년연장교수로서 왕성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6년부터 1년간 미국 뉴욕 머시(Mercy)대 방문교수로 연구했고 2004년부터 4년간 경희대 한의학연구소장을 지내며 연구를 지휘했다. 2005년부터 5년간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장을 맡아 교육과정 개편과 국시 개선에 앞장섰다. 병리학 분야에서 각각 수십 편의 논문과 저서를 남겼으며, 기초와 임상의 가교 역할을 하는 병리학을 한의학에 접목시킨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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