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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백화점·아파트 불법 출장 예방접종에 칼 빼든 의료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12-24 10:05:31
  • 수정 2020-09-13 20: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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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수고객 대상 무료 접종, 개원가 “1차의료기관 고사될수도” … 일부 개인의원 “재정난 타개 위해 합법화해야”

응급의료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장소에서 예방접종을 하면 실신, 홍반, 종창, 두드러기 등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실체를 파악할 수 없는 일부 유령 의원이 아파트단지나 백화점 등에서 불법 출장 예방접종을 실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대형병원들이 예방접종 가격덤핑을 통해 환자 싹쓸이에 나서면서 위기의식을 느껴오던 개원가는 이같은 출장 예방접종마저 횡행할 경우 1차의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반대로 1차의료기관의 극심한 재정난을 해결하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의 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인의원에 한해 출장 예방접종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 고양경찰서는 고양시 덕양구 A아파트 단지 내에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태원의원’이라는 의료기관이 독감 예방 접종을 실시했다는 고소를 접수받고 수사에 나섰다.
지난 10월 광명시에서는 의사 B 씨가 아파트에서 출장 예방접종을 실시했다가 적발돼 과태료 100만원 처분을 받기도 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H백화점 판교점은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독감 예방주사’를 사은품으로 제시했다가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행사를 취소했다. 이 백화점은 지난달 우수고객 약 1800명을 대상으로 2만2000원 상당의 독감 예방 주사를 무료로 접종해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H백화점은 문자를 수신한 고객에 한해 선착순 500명에게 독감주사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의료계는 이같은 출장 예방접종 행위가 의료법 위반이라며 강력히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질병관리본부는 모든 예방접종은 의료법 제33조 1항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시행해야 하며, 대유행 억제를 위한 일제 예방접종 이외의 출장 예방접종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보건소에서 인플루엔자 등의 무료 단체 예방접종을 실시할 때 예방접종 장소가 매우 좁아 안전사고 위험이 있거나, 보건소에서 거동이 불편한 사회복지시설 생활자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무료 단체 예방접종을 실시할 경우에는 예외로 했다.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일선 보건소에서 해오던 학교 등에서의 단체 예방접종이 지금은 시행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즉 의사라고 하더라도 병원 밖을 벗어난 장소에서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행위하는 위법 행위가 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행 일반 병·의원의 독감 백신 접종수가인 3만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예방접종을 실시한 것은 불법 무면허의료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독감예방접종에 대해 해당 보건소에 관련 공문을 보내 향후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촉구했다”며 “앞으로도 저렴한 접종비로 소비자를 현혹시켜 국민 건강과 보건에 위해를 가하는 불법 독감예방접종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해 기관을 직접 방문하거나 간이로 설치된 장소 등에서 실시하는 단체접종을 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도 최근 관련 S보건소에 의료기관이 아닌 장소에서 단체 예방접종을 중지하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의료기관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의 예방접종은 필연적으로 안전성 문제와 직결된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최근 출장 예방접종을 예고한 25개 지역 보건기관의 안전설비 구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콜드체인을 구비한 곳은 6개소에 불과했다. 앰뷸런스 대기는 8개소, 이상반응 대응약제 구비는 7개소, 접종 후 대기장소 구비는 9개소 밖에 되지 않았다. 심지어 전혀 없다고 응답한 보건기관도 11개소나 달했다.
출장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장소로 사회복지시설을 포함한 관공서, 마을회관이 가장 많았다. 1회 출장 시 접종 인원이 100명 이하인 보건기관은 16개소, 101~500명인 보건기관은 5개소, 501~1000명인 보건기관은 2개소, 1000명 이상인 보건기관은 2개소로 조사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출장 예방접종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으며 출장 예방접종 후 실신(syncope), 홍반(redness), 종창(swelling), 두드러기(urticaria) 등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의료기관이 아닌 시장이나 마을회관에서 부작용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응급처치를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출장 예방접종을 하지 말라고 공문을 내리지만 강제력이 없는 데다가 법적 책임을 물지 않아 지자체가 종종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덤핑으로 가격을 내려 교회 성도를 모아놓고 의사인 교회 장로가 단체로 접종하는 일도 여전히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사상태에 놓인 의원들의 재정난 타개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 및 장애인의 편의성 향상을 위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출장예방접종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 은평구 소재 A의원 원장은 “지역 노인회나 복지시설 등에서 출장 단체예방접종을 해달라는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예방접종 후 부작용 대처 미흡이나 무면허자의 불법 의료행위 등 문제점에 대해 철저한 대비책을 갖춘다는 조건 아래 의원급 의료기관의 출장예방접종을 허용해주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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