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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료계, 국립보건의료대 신설 공방 가열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5-12-23 19:03:28
  • 수정 2021-06-14 18: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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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학·수업료 면제, 면허 취득후 10년간 도서지역 근무 … 의료계 “정치권 선심성 공약 불과”

의료계는 이미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의과대학 및 병원이 설립돼 있어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의대를 신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국립보건의료대 신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를 중심로 한 의료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1월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전남 순천·곡성)이 발의안 국립보건의료대 신설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데 이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정부와 이를 반대하는 의사단체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최근 국립보건의료대 및 국립보건의료대병원 신설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여당 중진급 의원 48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그는 “농어촌과 낙도 등 의료 취약지나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 중심 의료체계로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공공의료 분야에서 장기간 근무할 인력을 양성해 공공의료 서비스의 전문성과 서비스 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순천대 의대 유치와 대학병원 설립을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순천대 의대 유치가 어렵다고 판단, 전남지역 내 국립보건의료대 및 병원 설립을 입법화하는 방향으로 공약을 변경한 것으로 추측된다. 복지부는 별도 입법 없이 새 법안의 입법을 도와 국립보건의료대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신설 대학의 정원은 의료취약지 규모와 공공의료인력 추이 등을 감안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으며, 2020년 운영을 목표로 대학과 병원 설립을 추진하게 된다.


국립보건의료대 학생은 입학금과 수업료가 면제되지만 졸업 및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도서·농촌지역을 포함한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해야 한다. 전공의 자격을 취득할 경우에도 교육수련 기간은 의무근무 기간에 해당되지 않는다.


퇴학 등으로 학비 지급이 중단되거나 의무근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이미 지급된 학비의 전부 또는 일부에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국고로 반환해야 한다. 자율적으로 반환하지 않으면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징수할 수 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의 시·군·구 중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곳은 57곳, 소아청소년과가 없는 곳은 55곳에 달해 산모나 어린이이 아프거나 다쳐도 갈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복지부의 용역 결과 공공의료기관에 추가로 필요한 인력은 1100∼2200명으로 이를 충원하려면 연간 120∼150명의 공공의료인력 양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보건의료대병원은 국립의대의 부속병원격으로 국립보건의료대 학생의 실습, 전공의 교육수련, 진료사업 등을 담당하게 된다. 국립보건의료대와 대학병원 설립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3278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주최로 열린 ‘지역의료 격차 해소방안 모색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지역맞춤형 의료인력 양성 방안으로 ‘각 의과대학의 지역인재 선발 확대 및 지역의료 교육 강화’와 ‘지역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의과대학 신설’ 등 2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농어촌지역 의사인력 공급은 공중보건의제도에 의존하고 있지만 양적·질적 문제가 존재한다”며 “의대를 신설하거나 기존 의대의 기능을 전환해 취약지역과 공공의료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선발하고, 장학금 등 각종 혜택을 주면서 지역맞춤교육을 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협을 포함한 의료계는 이 법안에 반발하며 전면 재검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의협은 “국립보건의료대와 국립보건의료대병원을 신설해 공공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의사인력 수급과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을 초래하고 의료취약지의 의료접근성 문제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며 “새로운 법을 제정하기보다는 이미 규정돼 있는 다른 법률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이미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공공보건의료사항을 규정하고 있고 ‘국립대학병원설치법’, ‘서울대학교병원설치법’, ‘국립중앙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의과대학 및 병원이 설립돼 있어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의대를 신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의협 관계자는 “단순히 법을 제정하기보다는 농촌 등 의료취약지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길 꺼려하는 원인을 해소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며 “열악한 진료 및 주거 여건, 전문가적 자기개발 기회 상실 등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무조건 의무 복무 방식으로 의료취약지에 근무토록 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나 접근성 문제는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의사회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선심성 공약의 대표작인 ‘의대 신설’이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또 등장하고 있다”며 “의료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기에 지방의료원, 보건소 등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투자와 노력 없이 특정 인력을 새로 뽑아 강제로 근무하게 하는 것은 의료소외 지역민을 위한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특정 지역 내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의대를 신설해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 것은 후진국적 발상”이라며 “특정 지역, 특정 진료과에 몰려 있는 의료인력을 분배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국립보건의료대를 설립하더라도 전문의가 배출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공공보건의료 인력난이 해결되기 전에 막대한 예산이 낭비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2013년 기준 전국에서 의사가 보건소장으로 임용되는 비율은 50% 이하로, 이는 공공의료 인력 양성 및 공공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보여준다”며 “보건소장의 의사 임용 확대가 공공보건의료 인력 확충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 교육체계 정비, 지역의료 네트워크 구축 등 복합적·체계적 대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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