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앞둔 유모 양(19)은 안경을 벗고 예뻐지겠다는 목표로 라식수술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각막이 너무 얇고 고도근시가 심해 라식·라섹수술 모두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 한창 외모를 꾸밀 시기에 큼직한 안경을 쓰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던 중 친구로부터 각막이 얇거나 고도근시인 환자도 시력을 교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수소문 끝에 기존 라식·라섹수술의 단점을 보완한 안내렌즈삽입술을 받고 불편한 안경을 벗게 됐다.
인간의 각 신체 부위는 자주 사용하는 만큼 내구성이 약화돼 외부충격이나 노화로 인한 손상에 쉽게 노출된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특정 신체 부위가 약한 경우도 많다.
약물이나 수술 등 기존 치료법으로 증상이 해결되진 않을 땐 인체친화적 소재로 제작된 새 조직을 삽입해 원래 기능을 회복시켜줘야 한다. 대표적인 게 안내렌즈삽입술, 인공관절수술, 임플란트시술 등이다. 특히 안내렌즈삽입술은 어느 신체 부위보다 예민한 눈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안과 전문의의 풍부한 임상경험과 첨단장비 구비가 필수다.
라식·라섹으로 대표되는 시력교정술은 안경을 벗고 세련된 외모를 갖기 위한 필수 코스가 됐지만 근시가 심하거나 각막이 얇은 사람은 부작용 위험이 높아 권장하지 않는다. 반면 안내렌즈삽입술은 고도근시이거나 각막이 얇은 환자의 시력교정을 위해 콘택트렌즈 형태의 특수렌즈를 홍채와 수정체 사이(후방)에 끼워넣어 시력을 교정한다. 삽입되는 인공렌즈는 산소투과율이 높고 인체에 무해한 재질을 이용한다. 라식·라섹수술보다 외과적(invasive)인 수술이므로 환자의 부담감이 크지만 가역성(reversible) 측면에서는 안내렌즈삽입술이 더 우수하다. 각막이 얇거나 근시가 심해 라식·라섹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명동밝은세상안과 이인식 원장은 “라식이나 라섹은 레이저로 각막을 절삭하기 때문에 한번 수술하면 되돌리기 어렵지만 안내렌즈삽입술은 삽입했던 렌즈를 뺄 경우 수술 이전 상태로 복구가 가능하다”며 “레이저로 각막을 절삭하는 방법은 의사의 술기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완성된 렌즈를 넣는 방법보다 정교하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8디옵터 이상의 근시이거나 각막 두께가 지나치게 얇은 사람은 라식·라섹수술보다 안내렌즈삽입술이 권장된다. 안내렌즈는 크게 전방렌즈와 후방렌즈로 나눌 수 있는데 알티플렉스(Altiflex)가 전방렌즈, 아쿠아-ICL(Aqua Implantable Contact Lens)이 후방렌즈의 대표 격이다.
토릭 알티플렉스(Toric-Aritflex) 렌즈삽입술은 난시를 동반한 고도근시 환자의 교정을 목적으로 고안된 방법이다. 안구조직이 파괴될 위험이 없고 문제 발생시 언제든 제거할 수 있다. 수술 당일과 다음날 시력의 80% 이상이 회복되고 전체 환자의 90% 이상이 1.0 이상의 시력을 얻을 수 있다. 수술 전 홍채 일부를 절개, 안압 상승을 막아 녹내장 등 합병증 위험이 적다. 렌즈의 재질이 부드러워 잘 접히는 게 강점이다. 덕분에 절개 범위가 3.2㎜로 줄어 수술 후 별도의 봉합 과정이 필요 없고 수술시간과 회복시간이 짧다.
아쿠아-ICL은 홍채절제술이 필요없고 당일 검사 및 수술이 가능해 환자의 부담감이 적은 게 장점이다. 이 원장은 “기존 안내렌즈삽입술은 폐쇄각 녹내장을 예방하기 위해 수술 전 홍채절제술을 시행해야 했다”며 “반면 아쿠아-ICL에 사용하는 렌즈는 중앙홀에 360㎛ 크기의 홀이 위치해 방수(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차 있는 맑은 액체) 흐름이 원활이 유지되고 홍채절제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렌즈 원재료인 콜라머는 20년전부터 사용돼 안전성과 적합성이 높다. 수술 후 눈 속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장기간 눈 안에 있어도 안전하다. 고도근시일수록 두꺼운 렌즈를 필요로 하는데 홍채와 수정체간에 적정 거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주변부 각막과 홍채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울 경우 안압 상승으로 인해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수정체와 삽입한 렌즈의 위치가 가까우면 렌즈가 수정체를 자극해 백내장 위험이 높아진다.
수술 후 일시적으로 엎드린 자세를 취할 경우 렌즈 위치가 미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즉 수술 후 안압 상승을 예방하려면 엎드린 자세를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선천적으로 홍채와 수정체간 거리가 좁은 환자는 엎드린 자세를 자주 취할 경우 안압이 상승해 폐쇄각 녹내장까지 초래할 수 있다.
사후관리를 위해 수술 후 3년 동안은 6개월에 한 번, 그 이후에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병원에 내원해 안압·각막내피세포 상태·백내장 여부 등을 검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수술 후 당일 낮에 플라스틱 안대를 쓰고 2주간 취침시 착용한다.
이인식 원장은 “안약은 수술 후 2~3주간 점안해주고 샤워는 3일, 사우나는 2~3주 뒤에 하는 게 좋다”며 “수술 후 두 달간 과음을 피하고 흡연은 2주 뒤에나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주간 운전은 3~4일, 여성의 피부화장은 5일 뒤부터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