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황모 씨(18)는 최근 급식시간에 입이 맘대로 벌어지지 않아 당황했다. 쌀쌀한 교실에서 시간을 보낸 게 문제인지 입까지 얼어붙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같은 현상은 며칠간 지속되더니 급기야 입을 벌리려 할 때 ‘딱’ 소리가 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증상이 지속되자 치과를 찾아 ‘가벼운 턱관절장애가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턱관절은 안면부의 유일한 관절로 얼굴 옆면 양쪽 관자뼈와 하악(아래턱뼈)가 만나는 귓구멍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다. 턱관절은 턱뼈와 머리뼈를 연결하며 모든 턱운동의 중심축으로 작용해 음식을 씹거나 말하는 등 턱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평소 입을 벌리거나 다물 때 턱에서 맞물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면 턱관절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턱관절장애는 귀 앞부위 턱관절과 주변 근육에 생긴 문제를 아우르는 것으로 턱관절의 위치가 어긋났을 때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면부 외상, 이갈기, 이악물기, 치주질환, 잘못된 자세, 스트레스 등으로 유발되며 증가세를 보이는 추세다.
이밖에 턱을 자주 괴거나, 이를 갈거나,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는 등 좋지 못한 생활습관이 원인이 돼 나타나기도 한다. 김선종 이대목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마른 오징어 같은 질기고 딱딱한 음식을 반복적으로, 또는 한 쪽으로 씹거나, 수험생처럼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이를 꽉 무는 습관이 있으면 턱관절장애가 생길 수 있다”며 “한파가 몰아치는 계절엔 추위로 턱관절 근육이 지나치게 긴장되기 때문에 더 자주 발생한다”고 밝혔다.
주로 입을 벌리고 턱을 좌우·앞뒤로 움직이거나 음식을 씹을 때 귀 앞쪽에서 소리가 나거나 턱관절 부위 및 주변 근육에 통증이 생긴다. 심한 경우 두통, 귀 통증, 이명현상 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자칫 목과 어깨에까지 통증이 파급돼 입을 여닫기 힘들어지는 개구장애가 유발되거나, 치아맞물림이 변하고, 심한 경우 안면비대칭이나 체형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어 조기에 관리하는 게 관건이다.
턱관절장애는 특히 겨울철에 호발한다. 기온이 낮을수록 혈관은 수축되고 근육은 긴장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추위를 느끼며 입을 꽉 다무는 습관이 생겨나면 예전에 없던 턱관절장애가 유발되기 쉽다. 실제로 치과엔 겨울철에 평소보다 배나 많은 턱관절장애 환자가 몰려와 붐비는 경우가 적잖다.
턱관절은 옷이나 신발 등으로 보온되는 다른 부위에 비해 외부 찬 기운에 노출되기에 쉽다. 추울 때 자신도 모르게 목·어깨에 힘을 주고, 입을 꽉 다물게 되면 턱의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갑자기 따뜻한 곳에서 찬 곳으로 이동하면 더 심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관절에 무리가 가면서 통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턱관절은 수많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만큼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주변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조기에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턱관절장애가 의심된다며 자가진단을 해본 뒤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우선 검지손가락 끝을 귀 바로 앞에 있는 뼈에 대고 손가락 끝에서 턱뼈의 움직임이 느껴질 정도로 입을 벌렸다 다물길 반복한다. 이때 ‘딱딱’ 소리가 나거나 통증이 느껴지면 턱관절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라면 진통소염제나 물리치료 등으로 대처할 수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수술까지 고려해야 한다.
김선종 교수는 “초기에는 통증 및 염증을 완화해주는 진통·소염제나 근육이완제 등을 이용한 약물요법이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턱관절 위치에 이상이 생겨 통증이 심하다면 교합 안정장치인 스플린트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 않고 턱관절에 심각한 구조적 이상이나 심한 병변이 있다면 수술을 시도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교정치료는 턱관절을 최적의 위치로 되돌리기 위한 치료법이다. 아래턱뼈는 두개골의 정중앙에 위치해 아래·위 턱뼈와 치아들이 정확히 맞물려야 한다.
스플린트는 위턱이나 아래턱에 장착해 턱관절 공간을 확보하고 아래턱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교정기다. 외관상 문제로 교정기를 탈착하길 원하는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하루 24시간 착용해야 치료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정도가 심하면 카이로프랙틱 같은 물리치료를 병행한다.
김 교수는 “턱관절을 구성하는 조직은 한번 손상되면 원상회복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치료가 중요하다”며 “턱관절에 무리한 힘이 가해질 수 있는 식생활이나 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도 모르게 턱근육을 경직시키는 행동을 자주 하는 사람은 마사지와 온습포 찜질 등 자가 물리치료로 턱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게 도움이 된다.
가령 △이를 꽉 물었을 때 딱딱해지는 근육 결을 따라 위아래로 문질러주거나 △가볍게 주먹을 쥔 뒤 턱근육 결을 따라 이완시키거나 △귀 위 쪽으로 머리 부분과 연결된 부채꼴 모양의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게 도움이 된다. 심한 턱관절장애로 두통을 달고 사는 사람은 턱을 위아래로 문질렀을 때 걸리거나 시큰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마사지해주는 게 좋다. 이런 경우 목을 좌우로 자주 스트레칭해준다.
단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치료법에만 의존하면 턱관절장애를 만성화시킬 우려가 높아 주의해야 한다. 병원을 찾아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