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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주원인 지방의 ‘반전 매력’ … 갈색지방, 들어보셨나요?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12-03 11:18:09
  • 수정 2020-09-13 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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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 축적하는 백색지방과 달리 에너지 연소시켜 … 꾸준한 운동, 매운 음식, 차가운 날씨가 활성화 요인

쇄골과 척추 근처, 목 뒤나 어깨에 자리잡은 갈색지방은 다량의 미토콘드리아를 포함하고 있으며 백색지방을 분해, 다량의 열에너지를 발산하는 특징을 갖는다. 웰빙 바람,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꼽히는 꼽히는 게 지방과 콜레스테롤이다. 흔히 사람들은 각종 만성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섭취를 무조건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엔 콜레스테롤도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 결합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LDL 결합 콜레스테롤) 등 두 종류로 나뉜다는 게 일반에 알려지면서 전자를 늘리는 방법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강 악화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조금씩 벗고 있는 콜레스테롤과 달리 지방은 여전히 비만, 대사질환 등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지방도 콜레스테롤처럼 신체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종류에 따라 비만을 개선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방은 크게 백색지방(white adipose tissue)과 갈색지방(brown fat cell)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백색지방은 에너지를 축적해 비만이나 심장병 발병위험을 높이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종류로는 피부 아래쪽에 분포하고 있는 피하지방과 복부 안 각종 장기에 붙어있는 내장지방이 있다. 이 중 내장지방은 지방간, 동맥경화증, 뇌졸중,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내장지방이 많이 쌓일수록 노화 진행속도가 빨라진다.

손으로 배꼽 주변의 뱃살을 만졌을 때 물렁물렁한 뱃살이 2㎝ 이상 잡히면 피하지방형 비만, 배꼽 주변의 뱃살이 단단하게 나와 잡히지 않으면 내장지방형 비만으로 의심할 수 있다.

백색지방보다 주의해야 하는 게 이소성 지방이다. 이소성 지방은 심장, 간, 대장, 소장 등 장기의 얇은 막에 붙는 것으로 외관상 잘 나타나지 않아 진단이 어렵고 백색지방보다 더 쉽게 고혈압, 심장병,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유발한다. 특히 인슐린저항성을 증가시켜 당뇨병 등 대사성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반대로 갈색지방은 백색지방이나 이소성 지방과 달리 유익한 기능을 한다. 쇄골과 척추 근처, 목 뒤나 어깨에 자리잡은 이 지방은 다량의 미토콘드리아가 포함된 게 특징이다. 갈색으로 보이는 것도 미토콘드리아가 많이 들어있는 것과 연관된다. 이 물질은 백색지방을 태워 열과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체내 갈색지방이 50g 늘면 신진대사량이 20%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보통 전체 성인의 8%만이 갈색지방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안철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남들과 똑같이 먹어도 살이 덜 찌거나, 원래 마른 체형이거나, 혈당이 낮은 사람은 갈색지방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며 “밤에 불을 켜 놓고 자는 습관 등은 갈색지방을 감소시키는 반면 매운 음식 섭취나 꾸준한 운동은 갈색지방을 늘리는 데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원래 갈색지방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설치류에서 발견됐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체온조절이 가능한 사람의 몸속에는 갈색지방이 없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갓 태어난 신생아는 스스로 체온을 올릴 수 없어 갈색지방이 존재하고, 성장 과정에서 필요가 없어져 흔적기관처럼 사라진다는 연구결과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9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연구팀이  일부 성인의 몸에 갈색지방이 남아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당시 연구팀은 두 시간 동안 16도에 있었던 사람을 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기(PET-CT)로 촬영해 쇄골 근처에서 갈색지방의 존재를 확인했다.

최근엔 백색지방이나 갈색지방 외에 베이지색지방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배, 허벅지, 팔뚝 등에 많은 이 지방은 평소에는 백색지방처럼 에너지를 축적하지만 운동 등 특별한 조건이 충족되면 갈색지방으로 변화돼 에너지를 연소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나타낸다.

갈색지방은 백색지방처럼 음식 섭취로 늘릴 수 있는 게 아니므로 꾸준한 운동으로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이리신(irisin)’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돼 백색지방세포를 갈색지방세포로 바꾼다. 1주일에 4회, 40분 정도 빠르게 걸으면 이리신 분비가 늘어난다. 집에서 틈틈이 스쿼트나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몸에서 체온이 떨어지면 열을 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런 경우 갈색지방이 체온을 올리기 위해 활성화 된다. 즉 따뜻한 장소보다 추운 장소에서 운동할 경우 갈색지방이 활성화되면서 에너지 소모량이 늘고 다어이트에도 효과적이다. 보통 15도 이하의 서늘한 기온에 노출되면 체온을 올리기 위해 갈색지방과 베이지색지방이 활성화된다.

실제로 설혜숙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 영양학·독성학 교수가 과학전문지 ‘몰레큘러 셀(Molecular cell)’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추운 날씨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백색지방을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갈색지방으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갈색지방 생성을 촉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Zfp516’ 전사인자(유전자 조절단백질)를 많이 생산하도록 유전 조작한 모델 쥐에 고지방 먹이를 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유전 조작된 쥐는 같은 양의 고지방 먹이를 먹은 보통 쥐들에 비해 체중이 30% 덜 늘었고, 차가운 공기에 노출됐을 때 백색지방이 갈색유사 지방으로 바뀌었다. 

우리 몸이 추위에 노출되면 ‘Zfp516’ 전사인자가 증가하면서 백색지방의 갈색지방 전환이 촉진된다. 설 교수는 “약 90%가 백색지방인 성인의 지방조직이 갈색지방으로 전환된다면 체중 조절에 크게 도움된다”며 “약물을 통해 갈색지방을 늘릴 수 있다면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체중은 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은 베이지색지방을 자극해 갈색지방으로의 전환을 촉진한다.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 땀이 나는 이유도 베이지색지방과 갈색지방이 에너지를 연소하면서 열을 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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