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질병은 일반 성인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부분의 질환은 노인에서 발병률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고령층의 경우 만성질환, 심혈관질환, 호르몬이상 등이 동반될 수 있어 진단 및 치료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소 낯설지만 노인에게 발생하는 불현성 갑상선기능 이상도 신중하게 치료해야 한다.
불현성 갑상선기능이상은 갑상선호르몬을 측정하는 혈액검사에서 TSH(갑상선자극호르몬)가 증가 또는 감소된 상태이지만 갑상선호르몬은 정상인 경우를 의미한다.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게 특징이다. 심혈관질환, 골대사질환, 대사증후군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이 질환은 크게 불현성 갑상선기능저하증과 불현성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구분된다. 저하증과 항진증 모두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이 증가하고 여성에서 많이 나타난다.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하시모토갑상선염으로 불리는 자가면역성 만성 림프구절 갑상선염이다. 갑상선의 침윤성 병변, 갑상선기능을 떨어뜨리는 약물 복용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무증상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외부요인이 더 흔하다. 갑상선호르몬의 과도한 보충 또는 갑상선절제수술 후 TSH(갑상선자극호르몬) 억제요법이 주원인이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불현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특히 65세 이하에서 허혈성심장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전 연령대에서 대사증후군의 요소인 고혈압, 비만, 인슐린 저항성과의 연관성도 보고됐다”고 말했다. 이어 “불현성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알츠하이머치매 위험을 거의 3배 이상 높이고 폐경 후 여성의 골밀도를 낮춘다”며 “혈액 응고 및 혈전 형성에 관여해 심혈관질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불현성 갑상선기능이상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치료해야 하는지,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보통 자각증상이 있거나, TSH가 10㎖U/ℓ 이상인 경우, 심혈관계 위험이 높거나, 갑상선종이 발견된 경우에는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치료는 갑상선호르몬제(Levothyroxine)를 투여해 TSH를 정상 범위 내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기동 교수는 “노인은 치료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삶의 질, 심혈관 건강, 생존율이 향상된다는 근거가 약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외국의 한 연구에서 갑상선호르몬 보충을 받고 있는 노인(갑상선절제수술 후 TSH 억제요법 제외)의 41%에서 갑상선호르몬제가 과잉 투여됐다는 점은 국내 실정에서도 참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치료 방침이 불명확하다. 일반적으로 TSH가 0.1㎖U/ℓ 미만이면서 65세 이상이거나, 자각증상이 나타나거나, 심장질환을 앓거나, 폐경 후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 치료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