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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서울대병원, 한국인 당뇨병 발병기전 최초 규명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5-11-25 16:01:06
  • 수정 2015-11-25 18: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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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슐린 감수성 저하보다 인슐린 분비능력 저하가 주원인

박경수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인슐린 감수성 저하보다 조기 인슐린 분비능력의 저하가 한국인 당뇨병 발병에 주요 발병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온정헌·곽수헌·박경수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팀과 조남한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이같은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안성, 안산에 거주하는 성인 중 정상 혈당을 보이는 4106명을 2001~2012년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2년 마다 대상자에게 경구 당부하 검사를 실시해 인슐린 분비능력과 인슐린 감수성의 변화를 분석했다.
인슐린은 혈액 속의 포도당을 세포 속에 넣어서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하는데, 이런 기능을 나타내는 지표가 인슐린 감수성이다.  

어떤 이유로 인체가 인슐린의 자극에 둔감해져 포도당이 세포 속에 원활히 못 들어가는 것을 ‘인슐린 감수성저하(인슐린 저항성 증가)’라고 한다. 이런 경우 혈중 포도당이 증가해 제2형 당뇨병이 올 수 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10년 동안 당뇨병은 12%(498명), 당뇨병 전단계는 27%(1093명)에서 나타났다. 61%(2515명)은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

정상 혈당 그룹은 10년간 인슐린 감수성이 27% 감소했지만 인슐린 분비능력은 70% 증가했다. 반면 당뇨병 발병군은 정상군에 비해 처음부터 인슐린 분비능력이 38%, 인슐린 감수성은 17% 낮았다. 10년간 인슐린 감수성이 64%나 감소했지만 인슐린 분비능력은 증가하지 않았다.

즉 정상그룹은 나이들면서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져 포도당이 세포에 원활히 들어가지 못했지만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량이 늘어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

당뇨병그룹은 인슐린 감수성 저하에도 이를 상쇄할 만큼 인슐린 분비가 늘지 못해 당뇨병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당뇨병 발병 환자 중 38%가 인슐린 분비능력의 저하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분비능력의 저하는 유전적 원인에 의해 일부 결정된다.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에 관여하는 포도당인산화효소(glucokinase)의 유전자 변이가 가장 큰 원인으로 추측된다.

박경수 교수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은 서양인과 달리 비만하지 않아도 당뇨병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로 한국인에서는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의 저하가 당뇨병 발생의 주된 역할임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단독으로 감소된 인슐린 분비능력을 높이면 당뇨병의 발병위험을 38%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혈당이 정상이나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을 선별하고 인슐린 분비능력 저하의 원인과 이를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게 한국인 당뇨병의 예방 및 치료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당뇨병의 임상적인 특성이 서양인과 다르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한국인 당뇨병 환자는 서양인과 달리 비만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인슐린 저항성 보다는 인슐린 분비장애가 더 현저하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한국인 당뇨병의 발달과정에서 인슐린 분비 저하와 인슐린 감수성 저하 중 어떤 이상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당뇨병 발병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기획된 세계 최대 규모의 역학 연구 중 하나다. 지난 10년간 2년마다 당부하 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인슐린 분비능력과 인슐린 감수성의 변화 추이를 정확히 분석해 한국인의 제 2형 당뇨병의 병인이 서양인과 다르다는 것을 입증한 점이 최대의 강점이다.

연구결과는 당뇨병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인 ‘란셋 당뇨병&내분비학(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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