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이모 씨(23)는 “허벅지, 엉덩이, 무릎 등 하체를 전반적으로 지방흡입한 뒤 수술 후 기절해서 병원에서 1박2일을 보낸 경험이 있다”며 “당시 구급차에 실려가 2팩을 수혈받아서 정신차렸다”는 아찔한 경험을 털어놨다. 당시 빈혈 수치(헤모글로빈 수치, 또는 혈색소 수치, 단위 g/㎗)가 9쯤 됐다. 그는 “이후 복부지방흡입을 받으려고 피검사를 받았는데 수치가 7이 나와 저번처럼 쓰러질까 무서워서 수술을 취소하고 날짜를 미뤘다”며 “평소 철분제를 조금씩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빈혈 기가 있는 사람이 성형수술을 결심한 경우 수술 전 철분제를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혈색소 수치가 남성 13 이하, 여성 12 이하일 때 빈혈로 간주된다. 빈혈은 혈액 중 적혈구의 수, 혈색소의 농도 및 혈구가 정상보다 감소해 혈액이 묽어진 상태를 말한다. 적혈구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을 함유한다. 헤모글로빈을 생성하려면 철분, 단백질, 비타민 등이 필요하며 이 중 어느 한 가지만 부족해도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성형수술에 앞서 무시할 수 없는 게 혈색소 수치다. 12~15 정도가 정상인데 10 이하면 빈혈로 봐야 한다. 특히 지방흡입수술 시 지방량을 많이 제거할 경우 출혈이 어느 정도 발생해 수술 후 어지러울 수 있다. 예전보다 수술시간과 출혈량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수술 시 400㏄ 미만의 출혈은 감수해야 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도 혈액수치가 낮다면 수술에 어려움이 있다.
혈색소 수치가 여성의 경우 12 이상이 정상일 때 8 이하면 빈혈이 심해 출혈을 견디지 못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수혈을 준비해야 한다. 혈색소 수치가 조금 낮은 정도면 수혈 보조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최병훈 연세이미지라인의원 원장은 “한 명의 환자에서 제거할 수 있는 지방양은 헤모글로빈 수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지방흡입으로 1ℓ의 지방을 뽑아내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0.5 감소하므로 10ℓ를 뽑아내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5 정도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흡입할 지방의 양이 많아질수록 인체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진다.
이때 어지러움 말고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운동하거나 언덕을 올라갈 때 평소보다 더 숨이 차다고 느낄 수 있다. 빈혈로 인해 심장에 부담이 가해지면 하지부종과 피곤감, 무기력, 이명 등의 증상이 유발되기도 한다.
최 원장은 “생리 기간 전후에 수술을 하는 것은 빈혈을 일으키는 등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수술이나 경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생리기간에 수술하면 보통 때보다 조금 더 붓고, 피가 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유방 관련 수술, 양악수술 등 안면윤곽수술도 피를 많이 흘려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병훈 원장은 “철분은 비타민C와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진다”며 “다만 종합비타민제와 철분제를 함께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종합비타민제에 함유된 마그네슘이나 칼슘 같은 성분이 오히려 철분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